《설교를 위한 구약 핵심 주제 사전》 구약 용어들이 안내하는 신앙 성숙의 길

[394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3-08-30     강동석
설교를 위한 구약 핵심 주제 사전 / 월터 브루그만 지음 / 차준희 옮김 / CLC 펴냄 / 32,000원

비싼 책값, 600쪽에 육박하는 두께, 척 봐도 묵직한 느낌을 주는 하드커버, ‘설교를 위한’ ‘사전’이란 키워드가 붙은 제목까지. 도서비 지출로 잔소리 꽤나 들어봤음에도 장바구니 넣기를 망설이게 하는 조합이었다. 그럼에도 구입한 것은 저자가 ‘월터 브루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역자 또한 심오한 사유가 돋보이는 응축된 표현 때문에 까다롭다고 알려진 월터 브루그만 책 번역에 있어 신뢰할 만한 분이라 그런 것도 있다. 서문에 언급되는 원제와 설명을 확인하고 나서야 역서 제목과 뉘앙스가 다른 서적임을 감지했다.

《Reverberations of Faith: A Theological Handbook of Old Testament Themes》(신앙의 울림: 구약 주제의 신학적 안내서). “나의 희망은 이 연구가 목사들에게, 특히 성서와 그것의 신앙을 더욱 온전히 이해하기 원하는 사려 깊은 평신도들에게 가치 있게 되는 것이다.”

‘감사’ ‘경청’ ‘공동체’ ‘과부’ ‘기적’ ‘남은 자’ ‘신 현현’ ‘제사장 전통’ ‘임시 거류민’ ‘죄’ ‘혼돈’ 등등 구약의 주제 단어 105개 하나하나의 ‘두꺼운’ 층위를 드러내는 책이다. 저자는 수천 년 동안 해석·연구·묵상의 대상이 되어 세월의 더께가 쌓인 이 용어들의 ‘울림’ ‘반향’에 주목한다. “문화-언어적 해석”을 통해 “항목들의 복잡성, 깊이 및 상호연관성” 등을 반영해서 풀어낸다. 각 항목에 내포돼있는 구약 내러티브, 해석상 난제나 논쟁적 측면을 피해가지 않는데, 학문적으로만 다가오지 않았다. 꼭 해석적 질문으로 설명을 끝마쳐 다채로운 울림을 주었다. 각 주제와 진득하게 반복 씨름하다 보면 절로 신앙이 깊어질 것만 같다.

“유대교와 기독교 모두에서 계속되는 해석적 과정은 이웃 사랑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투쟁이다. 이것은 율법 교사의 질문에 대한 예수의 대답에 반영된 과정이다(눅 10:29-37). 그러한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현대 기독교의 해석에서 매우 열띤 논쟁이 되고 있다.

어떤 경우든, 그러한 포괄성은 오해의 여지 없이 구약성서 윤리의 핵심이고, 이는 명령형의 결론부에 있는 “나는 여호와니라”라는 명령을 따라 항구적으로 된다. 언약적 종류의 정의(justice)는 자기의 이익을 초월하여 자신의 이익만큼 타당하고 정당한 이웃의 이익에 대한 훈련된 시각을 요구한다.”(‘68. 이웃 Neighbor’ 끝부분)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