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 걸》 교회가 말하는 ‘성경적 여성’이 ‘성경적’이지 않다는 것

[394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3-08-30     정민호
처치 걸 / 베스 앨리슨 바 지음 / 이민희 옮김 / IVP 펴냄 / 19,000원

어떤 교회는 하나님이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창조했다는 가르침을 전하면서 남성과 여성 사이에 위계와 질서를 세운다. 남성은 가정에서 남편이자 아버지로, 교회에서는 목사와 장로가 되어 사람들을 이끌고, 여성은 순종하는 아내, 정숙한 어머니, 돕는 자가 되어 따른다는 암묵적인 질서를 강조한다.

저자는 이런 가르침 때문에 교회를 나오게 된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교회 내 불평등에 목소리를 낸 것이 발단이었다. “여성도 청소년부에서 가르칠 수 있게 해 달라.” 이 요청은 교회의 힘 있는 자들이 만들어놓은 벽에 부딪혀 묵살되었다. 더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 여성에 대한 고착된 시각이나 관점에 침묵할 때 발생하는 일은 예수님 이름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해를 입히는 체계에 연루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이유를 나열하면서도, 결국 침묵했던 본인이 틀렸다고 결론짓는다. 중세 역사를 연구한 역사가로서, 교회가 제시하는 ‘성경적 여성’이 결코 ‘성경적’이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성경과 기독교 역사 속에 그려진 여성들 모습과 교회에서 가부장제가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성별이 고착돼버린 불평등한 관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하나씩 짚어가면서 밝혀낸다.

보수적인 교회 배경에서 자란 남성인 나에게는 새롭게 느껴지는 내용도 꽤 많았다. 바울의 본문을 아무리 엄격하게 해석해도 남성과 여성의 위계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이야기, 가부장제 탄생의 뿌리가 단순히 최초 인간이 저지른 죄의 결과가 아니라 타락 자체에 있다는 설명, 교회 역사로 보면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여성이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 등….

저자는 자신의 세상이 40년 넘게 ‘이랬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더는 그럴 수 없는 어느 날이 왔다고. 마치 우리에게도 더는 그럴 수 없는 어느 날이 올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도 더는 가부장제의 질서 속에 머물 수 없을 거라고, 달라질 수 있다고….

“학자로서의 연구와 대학 교수로서의 가르침 그리고 나의 개인적이고 전문적인 성경 연구는 이런 가르침을 버리도록 만들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 우리 모두 자유로워질 때가 되지 않았는가?”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