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잡는사람 나는사람

[395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3-09-21     이범진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 / 헨리 나우웬·캐럴린 휘트니브라운 지음 / 윤종석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 19,500원

헨리 나우웬의 저서들은 몇 번의 이사와 책 정리를 하고서도 늘 내 책장에서 살아남는다. 집이 더 좁아지더라도 책장 두어 칸 정도는 그의 책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책들을 자주 읽거나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힘들 때 찾게 되는 친구처럼, 우울하고 괴로울 때만 그의 책을 뽑아 읽으며 심연을 정돈한다. 누군가에게 초콜릿처럼 꺼내 먹는 노래가 있듯, 내게는 그의 책들이 꿈자리가 사나울 때 꺼내 먹는 약이다.

헨리 나우웬의 마지막 이야기이자, 사후 25년 만에 완성된 유작인 《날다, 떨어지다, 붙잡다》는 그가 새로운 방식으로 전하는 전율 넘치는 공중그네 이야기다.

“어쩌면 그동안 벌어진 모든 일은 자아를 초월하려는 동일한 갈망의 다양한 변주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신부가 되고, 심리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하고, 여러 대학에서 가르치고, 마침내 정신 장애인 공동체에 들어간 것―이 모두가 나는사람과 잡는사람이 되려는 시도가 아니었던가?”

여기에서 ‘나는사람’과 ‘잡는사람’은 띄어쓰기 잘못이 아니라, 공중그네를 타는 이들의 역할이자 정체성이다. 헨리 나우웬은 공중그네 이야기를 단순히 신앙 예화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5인조 곡예단이 하는 일 그 자체가 그를 사로잡았다.

“서커스장이나 교회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은 별이나 그 너머에 이르는 뭔가를 찾고 있다! 모든 사제가 어느 정도는 공중그네 곡예사이고 모든 공중그네 곡예사가 어느 정도는 사제여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다고 확신하는데, 양쪽 다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미완성 원고를 완성시킨 공저자는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서 함께 머물렀던 캐럴린 휘트니브라운이다. 헨리 나우웬이 마지막 순간 지난날을 반추한다는 설정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큐멘터리처럼 구성해 원고를 완성시켰다.

헨리 나우웬의 다른 책들처럼 훑어보고 책장에 꽂아둘 생각이었는데, 사제로서가 아닌 곡예사처럼 나는사람이 되어가는 그의 모습이 보고 싶어 끝까지 읽었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