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눌러쓴 산재의 기록

[396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3-10-25     강동석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18,500원

“어떤 이는 두 딸을 둔 아버지였다. 인사도 못 해 보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딸들은 죽음의 현장에서 목 놓아 울었다. 어떤 이는 약혼자와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다. 가족들이 그의 이름을 결혼식장이 아닌 기자회견장에서 불렀다. 어떤 이는 손자를 산재로 잃고 3년 뒤 그 자신도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손녀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노동부와 경찰서를 드나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고 얼마 전 자녀의 오디션 합격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한 아버지가 있었고, 애인과 여행을 약속한 젊은이도 있었으며, 딸을 더 풍족하게 키워보려 일터에 발을 디딘 어머니가 있었다.”

‘오늘도 2명이 살아남지 못했다.’ 책을 덮으면서 ‘퇴근하지 못했다’라는 말이 ‘살아남지 못했다’로 읽혔다. 매년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산업재해 사망자가 800여 명이라 한다. 그마저도 질병으로 숨진 노동자는 제외한 수치다. 몇 해 전 이들의 사고 유형을 ‘떨어짐’ ‘끼임’ ‘물체에 맞음’ ‘부딪힘’ ‘깔림·뒤집힘’ 등으로 정리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봤을 때 받은 충격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섬뜩한 것은 이 죽음들이 노동자 목숨값을 하찮게 여기는 사회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적 현상처럼 느껴진다는 데 있다. 온 세상이 ‘그러려니’ 하라며 애도를 막아서는 것만 같다. 누적된 징조가 만들어낸 사고를 은폐하여 개인 과실·부주의 탓으로 돌리던 기업이 이슈화됐을 때 반짝 사과했다가 소송전에 들어가면 다시 무죄 주장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된다. 기업·정부·노조·언론 영역에서 취하는 대응책·방지책은 미진하거나 부족하다. 산재의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은 한 직업인이 자기 일을 성실히 물고 늘어졌을 때 어떤 결과물을 빚어내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도 보인다. 노동 분야를 담당한 기자로서 산업재해 사고의 구조적·근본적 원인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저자는,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어 안전 사회로 가는 길을 비춘다.

“재해를 안다는 것은 그 진상을 규명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떠나간 이들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마음 깊이 추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온몸으로 쭈뼛 세워 받아들이고 아파하는 것이다.”

“몇 줄의 속보로만 전해지던 이름 없는 죽음들이 저마다 맥락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가 될 때 우리는 그들을 추모할 수 있다.”

강동석 기자 kk11@gos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