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변화되는 교회,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 ―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

[396호 송지훈이 만난 활동가]

2023-10-31     송지훈
ⓒ복음과상황 정민호

이헌주 국장님은 제가 성서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뵙는 분 중 한 분입니다. 자주 뵈어도 서로 바쁘고 분주하다 보면 시간을 내서 일대일로 이야기 나누기가 쉽지 않은데요. 실은 인터뷰를 기회 삼아 소탈한 형님 같은 국장님과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비록 아주 긴 대화는 아니었지만 속내를 많이 이야기해 주셔서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서울 용두동의 동네책방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독자분들에게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올해부터 교회재정건강성운동에서도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이헌주입니다.

- 맞다. 올해부터 그렇게 되셨죠.

네. 올해부터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을 독립된 단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조만간 좀 더 활동성 있는 일을 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 사실 교회 문제의 대안을 말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재정 문제겠죠. 그럼 교회개혁실천연대와 함께 교회재정건강성운동도 소개해주시죠.

먼저 교회재정건강성운동부터 소개해 드리자면요. 많은 분이 단순히 교회 재정에서 수입과 지출을 잘 맞추자는 투명성 운동이라고들 생각하시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 교회가 나름대로 어떤 가치로 운영되고 있는지 따져보려면, 그 교회 재정 흐름을 봐야 해요. 예를 들자면 어떤 교회가 사회선교에 대한 가치 추구를 정관에 명시하고 비전으로 삼았는데 정작 재정을 사용할 때 사회선교 재정 지출 규모가 다른 지출에 비해 너무 적다면 자신들의 비전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 재정을 어떻게 쓰고 있느냐가 그 교회 정체성과 맞닿아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한 교회가 하나님 나라 가치에 맞게 재정을 사용하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고, 때로는 문제 제기나 비판도 하고 대안도 제시하는 운동이라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 이어서 교회개혁실천연대도 소개해주시죠.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는 지금까지 다양한 운동과 사업들을 해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바로 교회 문제 상담에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예전에 성서한국이 개혁연대와 사무실을 같이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그때 개혁연대가 정말 많은 상담을 감당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교회가 여러 문제 속에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정말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때가 있어요. 집회 시위나 법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죠. 필요하면 노회나 일반 사회 법정에서 소송도 진행하고 때로는 언론에 제보해야 하는 부분도 있죠. 교회문제상담소를 통해 들어오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교회 문제에 대한 제보입니다. 문제가 해결될 여지가 있다면 갈등이 심화하기 전에 저희가 상담을 통해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사안이 심각하다면 아시는 것처럼 언론에 제보하여 외부에 알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감당하다 보니 결국에는 한국교회의 큰 흐름을 손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에 따라 소위 이슈 파이팅을 통해 한 걸음 더 나가게 된 거죠. 그래서 교회문제상담소가 가장 중요한 움직임의 시작이 됩니다. 세습 문제, 정관 문제, 교회 재정이나 청빙 문제 등이 그 안에서 파생된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그럼 교회 문제 상담에서 중요한 두 번째는 무엇인가요?

아쉽게도 외부에 계신 분들은 개혁연대가 늘 싸우기만 하는 것처럼 보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겉으로 드러나는 측면은 이런 부분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습니다. 실은 그런 심각한 문제들만 있지는 않고요. 또 다른 측면에서 교회를 새롭게 리빌딩하기 위한 상담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 심각하지 않은 사안은 저희가 중재해서 갈등이 심화하기 전에 화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저도 이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런 상담 내용은 심각한 사안들과는 달리 오히려 외부에 공개할 수 없잖아요. 이런 역할을 잘 모르는 분들은 개혁연대가 싸움만 하는 곳으로 오해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저희가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느끼는 때는 상담을 통해 교회가 회복되는 경우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사례가 있습니다. 목사와 성도들이 화해하고 서로 책임질 것은 책임지면서 다시 새롭게 비전을 갖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감사하죠. 성도들이 무조건 목사들을 내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목사들이 자신의 책임을 마냥 다 회피하려고만 하지도 않죠. 많은 교회가 싸우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맞지만, 나름대로 하나님 나라와 교회를 위해 좋은 결정을 내리는 교회들도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한국교회가 정말 망할까요? 저는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또 새로운 교회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 마냥 냉소적으로만 접근하면 다 부질없어 보이고 희망 없어 보이겠죠. 하지만 내부적으로 갇혀있기보다 개혁연대 같은 단체의 도움을 받아 문제에 직면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교회들이 있다는 사실이 의미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들이 파라처치 쪽에서 활동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좋겠어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죠. 스스로 다 할 수 없다면 때로는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다못해 기업들도 조직 변화를 하려면 외부에서 강사를 부르고 기관의 도움을 받습니다. 오히려 교회는 이런 시도를 잘 하지 않는 것이 좀 아쉬워요. 부흥사 목사님을 초청해서 으쌰으쌰 하는 것보다 교회를 다시 점검하고 리모델링을 시도하고 신뢰할 만한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교회 입장에서는 뭔가 치부를 드러내는 듯한 막연한 느낌도 들겠고요. 교회를 어디까지 오픈할 것인가 고민도 들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공동체를 위해 용기를 한번 내보시라는 이야기군요.

이런 말씀을 드리기 좀 그렇지만, 대형교회로 가는 과정을 밟은 교회 중에는 중간중간 워크아웃을 하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담임목사와 목회자들, 교회 리더십들을 빼고 외부 강사가 와서 교회 내 문제가 무엇인지, 교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워크숍으로 발견해내고 그것을 교회 리더십이 받아들이고 개선해나가는 거죠. 그런 개선을 통해 사람들이 또 모이고 나름대로 교회가 리프레시하는 겁니다. 이게 참 묘하죠. 오히려 대형교회들이 이런 시도를 해서 매너리즘을 극복해가는 겁니다.

- 아마도 HR 관련 전문 기관에 외부 자문을 받는 것 같은데, 그런 자문은 아무래도 재정도 많이 들겠네요.

우리 안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저도 가서 합니다. 조직의 비전을 다시 세우거나 문제점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퍼실리테이팅을 많이들 하잖아요. 그런 툴을 잘 활용하시면 좋겠어요. 기술이 필요하지 재정은 오히려 그렇게 많이 들지 않습니다.

- 개혁연대에서 일하시면서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를 계속 만나다 보면 개인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런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가세요?

개인적으로 가끔 여행도 가고요. 에세이를 읽기도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이런 방법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 안에 교회를 향한 연민과 사랑의 마음이 고갈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과 교회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거두면 희망이 없어집니다. 그러려면 제게 하나님의 마음이 부어져야 하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와 김하나 목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어떨까, 회개하지 않고 자본에 물들어버린 그들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마음은 어떨까 늘 생각하고 마음에 품어야 합니다. 강하게 비판해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이 돌이키길 바라는 마음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공의와 사랑이 함께 간다는 점이 조금은 이해되어가는 것 같아요. 제 선배들도 그런 마음으로 버텨오신 것 같아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습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 국장님 개인에 대해서도 질문드리고 싶어요. 단체의 실무 책임자이기 전에 목사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도 목회자에 대한 꿈을 가지고 계셨나요?

개인적으로 학문에 대한 궁금증으로 신학을 공부했지만 목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진 않았어요. 상대적으로 목사 안수도 늦게 받았고요. 지금도 그냥 떠밀려가는 것 아닌가 싶어요. 바다 위를 표류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런데 파도에 표류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큰 조류를 따라 어디론가 가는 큰 흐름 가운데 있는 듯합니다.

- 인생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계획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은데 오히려 계획을 뛰어넘는 우연한 계기를 만나고, 그냥 그렇게 시작한 일이 점점 커지는 식으로 흘러갈 때가 훨씬 더 많죠.

저는 애초에 시작할 때부터 의미를 담은 인생은 없다고 생각해요. 지나고 보니 의미가 생긴 거죠. 꾸역꾸역 그 일을 하다 보니 그게 의미가 된 거예요. 애초에 이렇게 될 줄 알고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아요.

- 누군가는 인생의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을 원망하기도 할 테고요. 실제로 지금 고통 중에 있는 분들의 시간을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지나고 봤을 때 나의 인생의 시간을 인도하셨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고백을 하게 만드는 분이 하나님이신 것 같아요.

저는 불안과 고통은 함께 동거하는 것이지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 많이 합니다. ‘극복하려고 하지 마시라. 벗어나려고 하지 마시라. 불안과 고통은 그냥 함께 가는 것이다’라고요. 불안을 넘어서 설렘으로 가고, 고통을 지나서 부활로 가자는 마음이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전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사진: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 개혁연대는 작년에 20주년을 맞이해서 기념행사도 하셨고 저도 그 자리에 갔는데요. 그 행사에서 지금까지 개혁연대를 통해 수고하신 분들의 면면을 다시 뵈면서 저도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20주년을 맞아 이런저런 일들을 하시면서 국장님께서는 어떤 소회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완벽하게 개혁된 교회가 나올 수 있을까요? 존재하지 않는 이상을 향해서 그동안 끊임없이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깨지지 않는 바위에 계란을 던져온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이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들을 이제는 제 후배들이 잘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아무리 해도 안 되네’라는 생각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개혁과 변화를 위한 길을 함께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개혁연대는 오랫동안 교단 총회 참관을 해오셨습니다. 올해도 교단 총회가 열렸는데 이번에는 라이브로 각 총회 쟁점들을 소개하는 시도도 하셨습니다. 이번 총회들도 참 여러 일들이 있었어요. 올해 교단 총회들을 보면서 국장님께서 가장 크게 느끼신 점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인데요. 이번 교단 총회 참관 활동의 주제를 ‘정의는 부족하고 개혁은 멀다’로 잡았습니다. 뭔가 지금까지 개혁연대가 내걸던 주제와는 좀 다른 느낌이죠. 원래는 강한 규탄과 요구의 단어를 썼지만 이번에는 좀 찜찜한(?) 표현을 사용한 거죠. 정의를 향해 더디 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어요. 오히려 그런 냉정한 응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 총회를 보면 역시 또 밋밋한 결론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변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교단 총회 참관을 시작한 지 거의 20년 정도 되었거든요. 예전 총회가 어땠나요? 막 똥물 뿌리고 가스총 꺼내고 이랬단 말이죠. 금권 선거가 판을 쳤고요.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적어도 누군가는 보고 있다는 의식은 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변화의 목소리도 생겨나고 있고요. 이번에 합동 총회에서 정년 연장 이야기를 할 때 어떤 분이 나오셔서 반대하는 발언을 하셨는데요. 그분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분이 나오셔서 “이러니까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것 아니냐, 물러날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참 열변을 토하시고 거기에 많은 분들이 호응하고 박수 치는 것을 보면서 더디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구나. 여전히 소망은 있구나. 누군가는 정말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요즘 국장님께서 가장 많이 고민하시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 함께하는 분들과 모여서 뜨겁게 기도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요. 우리 안에 뭔가 절절한 기도와 묵상이 좀 사라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 성서한국이 9월에 좋은교사운동과 함께 교권 회복을 주제로 국회 앞에서 현장 기도회를 했는데요. 거기에 오신 선생님들이 정말 뜨겁게 기도하시더라고요. 당시 사안이 뜨겁고 긴박하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기도는 아주 인상적이었고 저도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이 운동을 하다 보면 날카로움과 번뜩임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수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 사역하는 분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개혁과 대안은 이야기하는데 정작 우리 자신은 기독 신앙의 영성과 기본은 소홀하게 될 수 있는 거죠. 우리 안의 오만함은 내려놓고 겸손하게 포용하고 기도하는 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복상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제가 〈시사IN〉을 구독하고 있는데요. 1-2주 안에 어떤 사안에 대한 폭넓은 관점과 분석을 내놓는 기사들을 보면서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는 〈복음과상황〉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가능하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깊이 있고 다양한 주제들, 대안적인 이야기까지 내놓는 곳은 〈복상〉이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휘발되는 소리가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찾는 분이시라면 꼭 구독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교회재정건강성운동도 계속 응원해주시고 함께해주세요.

진행 송지훈 성서한국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