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 예수님의 세계관》 복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398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3-12-22     강동석
팔복, 예수님의 세계관 / 전성민 지음 / 성서유니온 펴냄 / 15,000원

구약학자인 저자는 전작(前作) 《세계관적 성경읽기》에서 ‘한국교회를 위한 기독교 세계관의 다섯 가지 자리와 방향’을 ‘욕망, 경계, 환대, 대화, 평화’라는 키워드로 정리하여 제안했다. 그것은 곧 “지성뿐 아니라 욕망을 다루는 제자도, 중심을 향한 욕망이 아니라 경계를 넘는 용기, 그 경계를 넘었을 때 만나는 타자를 두려움 속에 혐오하지 않고 환대하는 복음, 다름을 대결의 이유로 삼지 않고 대화의 기회로 삼는 세계관, 그래서 하나님이 세상을 향해 지니고 계신 번영과 평화의 비전을 이루는 소명”이었다.

전작을 읽으면서 이 자리와 방향에 깊이 공감했다. 오늘날 한국교회 상황에 적실한 지침 같아서. 나의 성경 읽기는 어떠한지 돌아보며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전작을 집필하며 다섯 가지 자리와 방향에 대한 성경적 근거를 확인한 저자가, 여러 곳에서 추려낸 구절이 아닌 특정 단위의 본문을 읽을 때에도 동일하게 다섯 주제를 맞닥뜨릴 수 있을까 질문하면서 쓴 책이 바로 《팔복, 예수님의 세계관》이다.

저자는 예수님이 보여준 삶과 가르침의 정수가 담긴 산상수훈 팔복(마 5:1-12) 말씀을 다섯 주제에 비추어 분석한다. 결과는? 성공. 본문에 각 주제가 잘 녹아있었다고 평한다. 한마디로 ‘욕망, 경계, 환대, 대화, 평화’로 읽는 팔복 되시겠다. 저자가 3개월 동안 진행한 설교를 바탕으로 구어체로 쓰여서 술술 읽힌다.

청년 시절 기복신앙을 경계하는 설교를 많이 들어서인지, 솔직히 지금도 ‘복’(福)이나 ‘번영’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복되다’고 할 때 그 ‘복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한 번씩 생각하곤 했다. 이 책을 통해 나름 묵혀온 고민을 정리할 수 있었다.

“팔복은 개인이 경험하는 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복됨에 대한 선언입니다. 5:11은 한 사람에게 “복이 있습니다, 당신은!”이라고 외치지 않고 공동체에게 “복이 있습니다, 여러분은!”(새한글성경)이라고 외칩니다.

… 예수님이 말씀하신 뒤집힌 복이 진짜 복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복에 어울리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가 우리에게 주어진 복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한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복된 삶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동체는 팔복이 뒤집힌 복일 뿐 아니라 결국 하나님 나라의 실재를 통해 세상을 뒤집는 복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