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교’ 판결에 항소하며

[398호 무브먼트 투게더]

2023-12-31     이동환

언젠가 이런 날이 올까?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직접 겪고 나니 조금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얼마간 멍한 상태였다가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지난 12월 8일 저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로부터 출교 판결을 받았습니다.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실 이번 재판 이전에 한 번의 재판이 더 있었습니다.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한 일 때문이었지요.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회)에는 소위 ‘성소수자 차별법’이 있습니다. 재판법 3조 8항에는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정직, 면직, 출교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축복식 집례가 이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몇몇 목사들로부터 고발당했고, 몇 개월 심사를 거쳐 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1) 그리고 정직 2년의 징계가 선고되었습니다. 감리회의 재판은 2심제로 구성되어 있기에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 과정은 참 지난했습니다. 갖가지 절차적 문제와 하자로 재판은 중단되기 일쑤였고, 재판위원회는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로 임하였습니다. 감독회장을 항의 방문하기도 하고, 본부 앞에서 천막농성도 해가면서 재판을 끌어내려 노력했지만 2020년 10월에 항소한 재판은 2022년 10월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결과는 ‘정직 2년’ 확정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 기간이 너무 늘어지는 바람에 이미 정직 2년의 기간이 지나버린 웃지 못할 촌극도 있었습니다.

출교 판결을 받기까지

참 길고 힘겨웠던 3년여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재판과 정직 기간도 마치고 나니 어느 한 부분은 홀가분했습니다. 그즈음 저를 지원해주던 대책위원회 내부에서 정직 2년으로 확정된 징계를 그냥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교회 밖으로 가져가 법원에 징계 무효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것인가 하는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고민이 되었지만 이미 정직 기간을 마치기도 했고, 긴 교회 재판에 지쳐있던 터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아야겠다고 내심 생각했더랬습니다. 그간 정직 상태의 목사를 기다려준 사랑하는 성도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드리기는 죄송하기도 했고요. 그즈음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습니다. ‘권면서’라는 이름의 내용증명이었습니다. 11명의 목사와 장로들 이름으로 왔더군요. 재판이 종결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지요. 감리회는 고발하기 전에 고발할 대상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권면을 보내게 되어있습니다. 말하자면, 권면서는 고발을 위한 예비 절차라 할 수 있지요. 권면서에는 회개하라는 문구와 더불어 여전히 ‘동성애 찬성·동조’를 하고 있으며 교회를 모함하고 악선전하고, 교회의 기능과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내용이 그간 제가 해왔던 목회적 활동들에 대한 기사 및 소셜미디어 캡처들과 함께 60페이지 넘게 담겨 있었습니다.

번뜩 깨달아지는 게 있었습니다. 앞으로 감리회에서 나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과 동행하려는 목회자와 신학생들에게 같은 일들을 반복하겠구나. 목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직무인 축복기도를 했을 뿐인데도, 그것이 성소수자를 향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중징계를 받은 선례를 남겨놓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징계 무효 소송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감리회 헌법인 〈교리와장정〉에는 ‘교회재판을 받은 후 사회법정에 제소하여 패소하였을 경우 출교에 처한다’(현재는 개정되어 정직, 면직, 출교로 완화)는 규정이 있었기에 목사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일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며, 교단 내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이기도 했습니다. 교회 성도님들과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고, 만장일치 찬성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2023년 2월 기자회견을 열며 소를 제기하였고,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그러는 사이 감리회 고발 절차는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권면에 응하지 않자 상대는 감리회 경기연회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저는 또다시 ‘피고발인’이 되었습니다. 동료들은 ‘감리교 피고왕’이라며 놀려대기도 했지요. 화해조정위원회와 심사위원회(재판에서 검사 역할)를 거쳐 심사위원장의 기소로 2023년 6월, 다시 감리회 재판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재판 과정은 정말이지 총체적으로 엉망이었습니다. 아니, 엉망인 걸 넘어 불의했습니다. 재판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재판위원회는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했습니다. 피고발인으로서 제가 가져야 하는 재판법상 권리는 제한하고, 고발인 측에게는 법에도 없는 편의를 만들어주며 기울어진 채로 재판을 진행하였고, 재판 내내 검사 측인 심사위원회와 함께 식사하고 회의를 하더군요. 게다가 다섯 달 가까이 진행된 재판에서 공소권자인 심사위원장은 거의 말하지 않았고, 그를 대신하여 고발인 측 대리인 변호사가 증인신문을 하고 재판 과정 전반을 진행했습니다. 이에 항의하면 ‘교회 재판의 특수성’이라며 강압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미 본인들부터 지키지 않는 재판법을 어겼다며 재판하는 상황이 씁쓸했습니다.

재판 과정은 온갖 혐오와 차별적 언어로 얼룩졌습니다. 고발인은 저를 범법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증인으로 온 이들은 이동환 목사 때문에 선교가 막히고 교인들이 떠나고 있다며 마치 짓밟아 마땅한 무인격의 존재인 양 발언하였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온갖 혐오적 발화도 이어졌습니다. 두 시간 넘게 이런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동안 재판위원들은 그 누구도 인격 모독적 발언을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절차적으로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되었던 건 취소된 재판이 부활한 일이었습니다. 재판 중 이미 진행된 심사위원회 단계에서 절차상 하자가 발견되었고, 그것을 뒤늦게 발견한 재판위원회가 긴급히 재판을 중지시켰습니다. 하자의 치유를 한 후에 다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지나간 심사위원회의 하자를 치유하기란 불가능했고, 결국 심사위원장은 공소를 취하했습니다. 재판이 종결된 셈이지요.

그런데 웬걸, 며칠 후 다시 재판 절차를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공문이 왔습니다. 공소는 취소되었으나 고발은 살아있다며 같은 사건 번호를 부여한 공문이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으나 돌아오는 건 ‘교회 재판의 특수성’이라는 전가의 보도 같은 말이었고, 다시 시작된 과정들을 보이콧했지만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으로 진행된다는 강압이었습니다. 결국 재판에 다시 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재판 내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고 불법적으로 재판을 진행할까 의문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결과를 받으니 알겠더라고요. 이거였구나.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재판은 요식행위였을 뿐입니다. 그렇게 저는 감리회로부터 출교되었습니다.

우리도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2)

오늘 한국교회는 ‘동성애는 죄’라는 명제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몇 군데의 성경 구절을 들어 성경도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합니다. 저 역시 수차례 심사와 재판을 받으며 들었던 질문은 ‘그래서 동성애는 죄야 아니야?’ ‘동성애에 찬성이야 반대야?’ 같은 지극히 일차원적이고 폭력적인 질문들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이 문제적인 까닭은 ‘동성애’라는 것에 대한 수많은 층위의 답변을 그저 이분법적으로 잘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서로 다른 이해에 대해 배울 기회를 앗아가버려 신앙적 성숙과 성화로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해외 사례들을 공부하며 발견한 건 상호 간의 존중과 인내에 바탕을 둔 치열한 토론과 경청 그리고 숙의였습니다. 이미 성소수자 성도의 입교뿐 아니라 목회자 안수나 동성 결혼까지 인정된 유수의 해외 교단의 경우를 말씀드리면, 과거 어느 시점에는 재판을 하기도 징계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자성의 목소리들이 내부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짧게는 30년 길게는 70년 동안 신학적 토론과 논의를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도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2003년 4월 시조시인을 꿈꾸던 한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육우당이라는 필명을 쓰던 그리스도인이었고 성소수자였습니다. 동성애를 죄악이라 규정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성명서에 분노하였고, 이내 깊이 상처받고 좌절했습니다. 그 후로도 우리가 아는, 그리고 알지 못하는 성소수자들,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차별과 혐오 어린 시선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과연 하나님께서는 이들의 핏값을 누구에게 물으실까요?

저는 재판을 받으며 한국교회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혐오적이고 폭력적인 모습들과 이로 인해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저도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공격당하는데 성소수자 당사자들 마음은 어떠할지 감히 짐작조차 못하겠습니다. 재판을 받던 중 그런 마음으로 만든 단체가 ‘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입니다. 우리는 예배를 드립니다.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어우러져 하나님 앞으로 나아갑니다. 거기에는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시스젠더도 트랜스젠더도,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없습니다. 그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존재요, 그리스도인이요, 예배자가 있을 뿐입니다. 성령의 역사는 동성애자, 이성애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성소수자, 비성소수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모두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교회는 막힌 담을 늘 사랑으로 허물며 개혁을 거듭해 왔습니다. 예수님은 유대 종교가 죄인이라 낙인찍던 사람들에게 찾아가 친구가 되어주셨고, 베드로는 보자기 환상을 통해 함께 식사조차 하지 않던 이방인에게 나아갔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 듯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를 통해서는 당시 유일한 경전이었던 구약의 규례들을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성경은 진리요 신앙생활의 표준입니다. 성경에 담겨있는 진리는 수천 년 전의 문화와 세계관 속에서 기록되었으며, 늘 시대에 맞게 해석되어 왔습니다. 그 진리의 말씀이 당시 문화와 맥락에서 어떤 의미였으며 오늘날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공부하는 학문이 신학이고요. 사도들로부터 시작된 개혁의 정신은 교회를 늘 새롭게 했습니다. 이 전통은 종교개혁자들에게로 이어졌고, 성경에 기반하여 주장한 천동설, 노예제 옹호, 여성 차별 등을 넘어 오늘에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논의를 해나가야 합니다.

말 걸기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3)

저는 ‘교단을 향한 말 걸기’를 하는 마음으로 재판에 임했습니다. ‘출교’는 영어로 ‘excommunication’, 소통을 끊는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더군요. 재판 내내 저는 거대한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교회 안에서는 인자하고 사랑 많은 분들이, 이렇게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잔인하게 파괴해버리려 할까요. 그럼에도 말 걸기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편견과 혐오의 벽이 거대하지만 예수께서 친히 막힌 담을 허무는 평화가 되셨으니 그 신앙의 소망을 품으려 합니다. 대림절을 보내는 즈음, 예수의 탄생이 지독히도 무거운 시대의 어둠을 밝혔듯, 이 절기에 희망의 빛이 트이길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으로 항소하려 합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을 짓는 꿈입니다. 이 집에서는 누구든 마음껏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말을 들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유롭고 평등하고 안전한 평화의 공간입니다. 따뜻한 환대와 다양함에 대한 존중이 있는 곳, 하나님이 보내시는 사랑의 햇살이 아무런 제약도 굴절도 없이 오롯이 비추어지는 곳입니다. 교권이 죄인이라 낙인찍은 이들과 더불어, 우리는 사랑과 우애로서 더 많은 연결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우리의 연결은 선이 되고 면이 되어, 마침내 집으로 지어질 것입니다. 그런 한국교회를 꿈꿉니다. 이 출교의 판결이 그 꿈을 막아서지 못합니다. 짐짓 불가능해 보이는, 이 겨자씨 한 알만큼 작디작은 꿈의 씨앗은 이미 심어졌습니다. 이제 물 주시고 기르시며 열매 맺게 하시는 하나님과 함께 이 소망은 무럭무럭 자라날 것입니다. 우리 함께 교회 안에 사랑과 환대의 공간을 만들어가면 어떨까요?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 사랑은 없어지지 않습니다(고전 13:6-8, 새번역).

■ 주

1) 당시의 이야기는 본지 357호(2020년 8월호) ‘사람과 상황’에 실렸다. 이동환, “성경은 축복의 대상에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6-23쪽). ㅡ 편집자 주
2) 최후진술 발언 일부 인용 및 요약.
3) 출교 판결 후 발언 내용 요약.


이동환
기독교대한감리회 영광제일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기고, 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