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 내겐 고마운 단권 주석
[399호 에디터가 고른 책]
말씀 연구에 갈증을 느껴 처음으로 직접 구입한 단권 해설 성경은 《프리셉트성경》이었다. 귀납적 연구를 추구하며 본문 핵심 단어가 원어로 무엇을 뜻하는지 간략히 밝히고, 너른 여백을 두어 필기하도록 만들어졌다. 스스로 읽고 해석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을 줬다. 문제는 원어 뜻만 들여다봐서, 점차 영해(靈解)의 방식으로 성경을 읽게 됐다는 점이다. 한계를 느껴, 아는 신학생에게 성경 각 권 주석을 빌려 여백에 빼곡히 필기하여 참고하곤 했다.
시행착오 끝에 성경 읽기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해설 성경은 《관주·해설 성경전서》였다. 독일성서공회의 해설이 번역돼 실렸는데, ‘벨하우젠 문서가설’을 처음 진지하게 눈여겨봤다. 아주 보수적인 신앙 서적만 읽어온 터라, 다소 비평적인 관점이 신선했다. 맥락을 짚어주는 해설은 친절하고 자세했다. 《프리셉트성경》과 함께 대학 시절 내내 붙잡았다. 개혁주의 관점에서 상세히 해설한 《톰슨Ⅱ 성경주석》에도 종종 눈길을 줬다.
그 뒤 《새성경사전》 《손에 잡히는 성경 지도》 등 참고서를 곁에 두고, 아는 이들에게 추천받아 필요할 때 유명 저자들이 쓴 권별 주석을 사서 봤더랬다. 성경과 함께 들여다보며 공부다운 공부를 하는 듯한 감상이 좋았지만, 때때로 지나치게 학문적인 풀이에 집착해 정작 묵상과 실천으론 이어지지 않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었다. 일반 교인의 눈으로 봤을 때, 이젠 잘 만든 해설 성경이나 단권 주석만 한 물건이 없음을 깨닫는다.
나는 지금 다니는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공과공부를 맡고, 청년부는 부원이자 교사로서 참여하는 중이다. 말씀 묵상 및 나눔을 위해 가끔 단권 주석을 살폈는데, 전자책으로도 출간된 ‘IVP 성경연구주석’ 시리즈 신약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소개 글에서 내세우듯 성경을 읽을 때 ‘숲’과 ‘나무’ 둘 다 보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여유가 있으면, 목회적인 주석서나 IVP에서 개정판을 내놓는 ‘BST 성경 강해’ 시리즈와 더불어 읽곤 했다.
구약 중 ‘오경·역사서·시가서’를 다룬 이 책도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예언서·구약 외경·위경’도 머잖아 출간될 거다. ‘IVP 성경연구주석’은 교파를 초월한 포괄적 관점에서 성경 전체와 각 권 흐름을 차분히 보도록 이끈다. 실제 내용은 물론 비평적 관점까지 압축적으로 명료하게 훑는다. 개별 의미를 지나칠 정도로 파헤치지 않고, 얽힌 논점들 사이를 헤매지 않는 ‘과하지 않음’이 주체적으로 소화할 여지를 줘서 고맙게 사용하고 있다.
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