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교사들에게 복상을 건네는 마음
[400호 그들이 사는 세상] 복상 판촉 활동에 진심인 은퇴교사 유수현 후원이사
창간 때부터 복상을 구독해온 유수현 후원이사는 지난해 교사직에서 은퇴한 후로 복상 판촉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인들에게 구독권을 선물하는 것으로는 모자라, 복상 사무실에 들러 과월호와 구독 신청서를 가지고 기독교 교사들이 모인 지역 수련회에서 구독 신청을 받은 것이다. 새해에도 “기윤실 교사 수련회(1.17.-19.)에 가서 구독자를 모집하겠다”는 그의 연락을 받았다. 마침 마감이 끝나고 여유가 생겨 1월 18일, 수련회가 열리는 경기도 양주 송추크라운연수원으로 향했다. 전날 내린 폭설로 연수원 주변은 온통 빙판이었다. 그곳에서 유수현 후원이사를 만나 함께 구독자를 유치하며, 궁금한 질문 몇 가지를 건넸다.
-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뭐야, 인터뷰하는 거예요? 열독자로서 하나님 나라를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어서 하는 거지요. 복상을 불쌍히 여겨서 그런가?(웃음)
- 작년에도 교사 수련회에 가셔서 판촉 활동을 하셨어요. 그때 여섯 분인가 구독을 신청하셨죠.
동료 교사들이 보고 싶어 30년째 교사 수련회에 참가하고 있었어요. 이젠 제가 최고참 선배 세대가 되어서 대다수는 먼 후배들이죠. 교사들 중에 복상을 구독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였어요. 개인 구원에서 지평을 확장해 복상이 다루는 주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추천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거 같아요.
- 평생을 교사로 살아오셨고, 후배들을 아끼시는 것을 보면 기독교 교사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나 교사로서의 소명도 강하셨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소명이 있지는 않았어요. 교사가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교사로 보낸 39년을 돌아볼 때 저는 감성이 풍부한 선생은 아니었어요. 그게 좀 후회가 돼요. 곁에서 웃음 띤 얼굴을 아이들에게 좀 더 보여줄걸. 조회나 종례 들어갈 때 가벼운 발걸음이 아니었던 기억도 많죠. 귀찮음? 파커 파머가 언급한 두려움이 혼재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은퇴하고 나서 꿈에서는 교실 들어갈 때 웃으며 들어가요. 은퇴 직전에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여유가 생겨 학생들을 귀엽게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기도 했는데 그 여운이겠지요. 요즘 가끔 그런 꿈을 꿔요. 꿈에서는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애들도 분위기가 좋아 보여요. 은퇴하고 나서야 꿈에서 그게 채워지고 있으니 아쉬워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잡으라는 말이 회한으로 남아있어요.
- 40년 가까이 교사로 사셨으니, 꿈에서 조종례가 반복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역으로 돌아간다면 바로잡고 싶은 일들도 있나요?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인데, 도움이 많이 필요한 학생에게 특별히 잘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요. 한동안 교사의 역할을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형평성 있게 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좋은 지능을 물려받거나 집에서 사교육을 지원해줄 수 있는 학생들보다,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더 격려했어야 했는데. 꽤 많은 시기를 기계적인 균등에 매여 살았던 것 같아요. 흩날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중적인 사랑을 쏟았어야 했는데,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그렇게 하지 못한 아쉬움이 정말 큽니다.
- 선생님들은 다 별명이 있잖아요. 어떤 별명으로 불리셨어요?
글쎄, 난 개성이 엷어서 별명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지리’로 불렸던 정도지요. 과목 자체가 소수 과목이니까. ‘유지리’라는 말을 자주 들었죠.
-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후배 교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생계형 교사에 가까웠어요. 원래 스포츠 캐스터가 되고 싶었는데, 취업 공부도 잘 안 해서 국립 사범대생에 주는 특혜를 받아 선생이 되었어요. 부럽죠? 제가 진짜 ‘586 기득권’이죠. 준비성이나 공감력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깊게 웃어주고 할 에너지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이 39년 동안 선생으로 있었다는 것은 정말 사회에 미안한 일입니다. 그나마 기도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교사 공동체를 통한 격려를 공급받으면서 그 힘으로 아이들을 가르친 것 같아요.
지금 선생님들도 소진된 느낌, 비슷한 고민을 할 거예요. 아이들을 보면서 에너지가 용솟음치는 선생님들은 아마 소수겠죠. 작년의 교육계 상황도 거들었고, 수련회 와서는 고무될 수 있지만, 현장에 가면 금세 기분이 가라앉는 패턴이죠. 후배들은 저처럼 후회하지 말고,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갱신되는 기회를 자주 접했으면 좋겠어요. 가치관이든 시야든 뭔가 굳어져 있다면, 복상을 읽으면서 점검과 갱신의 시간을 가지는 걸 추천합니다.
- 앞으로 교육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요?
모범을 좇는 것은 이제 넘어섰으면 좋겠어요. 이제 배려를 넘어서 환대하고, 존중을 넘어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동일시하는 그런 것들이 시대정신이 되고 교육에도 그런 가치관이 자리 잡아갔으면 좋겠어요. 두려움이 사라진 환대의 배움 공동체 교실을 희구합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살 때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사는 게 정말 중요하잖아요. 그렇게 사는 분들을 복상이 자주 다뤄줬기 때문에 많이 배우고 따라갈 수 있었어요.
복상에서 특수교사라든가 통합교육을 운영하는 분들도 펼쳐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애를 많이 쓰시거든요. 그런데, 진짜 인터뷰로 나가는 거예요? 시간 보내려고 그냥 한 이야기인데….
진행 이범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