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처럼 하나님은》 밖에서 만난 기독교 영성
[400호 에디터가 고른 책]
“넌 기독교인이 아니야.” 대학교 1학년, 아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교회를 떠나고 싶었지만, 캠퍼스 선교단체에 들어갔다. 기독교에 대한 마지막 시험(?)이었다. 내심 절박감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처럼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사람들로부터, 기독교가 아닌 예수님을 만났다.
사회에 나와서는 그리스도인 같은 비신앙인들과 교제했다. H는 누구에게나 환대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S는 자신의 불안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 유교, 도교, 불교, 기독교 경전을 읽어왔다. S는 무종교에 가까웠는데, (그는 몰랐겠지만) 누구보다도 신앙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신앙인보다 피조세계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비신앙인들, 기독교를 떠났지만(?) 삶이 그리스도인 자체인 사람. 나는 교회 사람들보다 이 사람들을 더 좋아했고, 이들에게서 내가 닮고 싶은 예수님을 더 많이 만났다.
내가 갈구했던 것은 기독교인가, 기독교 영성인가? 교회와 신앙의 언어 바깥에서 예수님을 더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을 안고 집어 든 이 책은 ‘나도 그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부드럽게가 아니라, 까칠하고 위트 넘치게. “나는 기독교라면 더 이상 아무것도 나눌 수 없지만 예수님에 대해, 그분과의 관계에 따라오는 영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너무 즐겁다.”
20여 년 전에 쓰인 책인 만큼 오늘의 젠더적 관점에서는 불편한 대목들도 있었지만, 믿음과 영성, 죄에 대한 생각들은 나를 묵상하게 만들었다. 압권은, 저자를 포함한 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와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비신앙인들에게 낱낱이 고백하는 장면.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을 먹이고 병든 자들을 고쳐 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제대로 그래 본 적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나는 욕을 퍼붓기 일쑤지요. 특히 위협을 느낄 때, 내 자아가 위협당할 때 말입니다. 예수님은 신앙과 정치를 섞지 않았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섞으면서 자랐습니다. … 나처럼 그리스도를 아는 사람들이 그분이 말하려 하신 메시지를 그냥 전달하는 게 아니라 저 자신의 속셈을 대화에 끌어넣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압니다. 그 밖에도 아주 많아요. … 그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합니다.”
김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