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언어들》 하나님을 설명하기 위하여

[402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4-04-23     정민호
고백의 언어들 / 김기석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22,000원

저자는 목회자로 살면서 단 한 번도 하나님을 확연하게 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나님은 완전히 알 수 없고 어떤 말로도 확실히 정의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이는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자 하고, 그분에 대해 말하려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이 평안하기만 하다면 하나님을 떠올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평안을 위협받는,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인생의 부조화 속에서 하나님을 어떻게 알고 믿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특히, 하나님을 아는 감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험과 인식에 초점을 맞추고 그분에 대해 설명한다. “신학이 객관적 사실의 언어가 아니라 고백의 언어라고 할 때, 고백의 언어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는 말은 우리가 제각기 다른 문제 앞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알게 되기에, 그 고백은 경험적일 수밖에 없고 어떤 보편적인 말이나 개념으로 정의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은 히브리인들이 하나님을 설명하기 위해 개념 대신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성서 본문과 문학 작품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낸다. 그 고백은 “몰랐네 / 뭐 모른지도 모른 / 내 가슴에 대드는 계심이었네” 시구로 시작하는 함석헌 선생의 시 〈하나님〉이 중심이 되어 이어진다.

“우리 시대의 목회자이자 설교자, 기독교 사상가, 김기석 목사의 고별 메시지”라고 소개되는 이 책은 그가 43년간의 목회를 마무리하며 낸 작품이다. 목회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외부 강연 내용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그는 목회 생활을 돌아보며 ‘사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하고 느낀다고 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시는지가 그의 경험과 이야기로 전해진다. “하늘을 잊은 채 사는 사람들, 경외해야 할 대상을 잃어버린 이들이 질주하는 세상” “이익 동기가 다른 모든 가치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이 생길 때 다시 펼쳐볼 책이다.

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