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식탁 이야기》 “밥은 먹고 다니니?”

[402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4-04-23     김다혜
예수의 식탁 이야기 / 김호경 지음 / 두란노 펴냄 / 15,000원

한동안 ‘무엇’을 먹느냐에 큰 관심을 가졌었다. ‘돼지를 생각하다’(2019년 12월호 커버스토리) 이후, 가능하면 동물의 ‘한’이 없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1년여 비건식을 유지하다 페스코테리언으로 살고 있는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식단에 대한 집착이나 관심을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예수의 한 문장’을 더듬어 찾다 보니 예수의 식탁을 만나게 되었다는 프롤로그에 눈길이 멈춰서. 무엇보다 ‘누가 공동체의 식탁 교제’를 다룬 논문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여성신학자의 글이 궁금했다. 저자의 지난 인터뷰에 따르면, 누가복음이 쓰인 시점은 예루살렘성전이 파괴된 후라서, 기독교인이 성전을 대체할 새로운 상징으로 마련한 것이 식탁 교제였다고 한다. “예수가 주인 되는 식탁에서 정결법을 비롯한 모든 경계를 허물고 밥을 나눈다. 식탁의 거룩함이 성전의 거룩함을 대치한다.”(강동석, ‘주체적 성경 읽기 강조하는 여성 성서신학자 - 서울장신대 김호경 교수’, 〈뉴스앤조이〉, 2020.7.14.)

이 책은 누가복음에 한정하지 않고, 성경 전체에서 등장하는 식탁의 자리를 조명한다. ‘양의 식탁’ ‘미끼’ ‘허울’ ‘우물’ ‘시기’ ‘즐거운 집’ ‘떠돌이’ 등의 소제목이 붙은 짧은 글들이 실렸는데, 글이 촘촘하다기보다 느슨해서 내가 생각할 공간을 확보해주었다.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식탁의 이야기들에도 다 드러내지 못한 사연들이 있음은 확실하다.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혹은 ‘죄인들과 식사를 나누었다’, ‘잔치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다’ 등의 표현으로 지나치는 말들 속에는 수많은 것이 숨어 있다. … 나는 그 사정들에 다가가, 그 사연들 속에서, 하나님을 믿는 것의 의미, 혹은 예수를 사랑하는 것의 의미를 알고 싶었다.”

식탁을 둘러싼 이야기에는 ‘무엇’을 먹느냐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잠시 놓쳤던 것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먹는지가 아니었을까? 대학교 1학년, 선교단체에서 만난 한 친구가 던진 불만 어린 질문이 떠올랐다. “왜 밥을 같이 안 먹는 거야?” 많이 얻어먹고, 많이 흘려보냈던 시절. 왜 그 모든 것을 잊고 살았을까? 바깥을 향하는 것만 배운 게 아닌데. 그 기억을 길어 올려준 작은 책.

김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