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그럼에도 타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403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4-05-28     정민호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 윌리엄 윌리몬 지음 / 송동민 옮김 / 죠이북스 펴냄 / 12,000원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대담한 명령은 기독교만의 독특한 차별점입니다. 다른 어떤 위대한 종교에서도 그런 명령을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늘 불편한 숙제다. 이 명령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종하기란 참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이를 상징적인 표현으로 곡해하거나 이상적인 목표로만 여기곤 한다. 

이 책은 ‘타자’를 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의 태도를 다룬다. 우리가 나와 다른 이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어떻게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는 인간의 뇌에서 수백만 년 동안 발달해온 편도체의 작용이 있다고 하면서, 우리가 낯선 이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불편이 본능적인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인간적인’ 두려움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회적 소통을 추구하는 존재, 우리가 타자를 형제자매로 여기며 그들과 교제할 수 있는 존재로 창조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안의 본성과 싸워야 한다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본성과 싸울 때 중요한 건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주위의 모든 이를 경계하면서 ‘그들 혹은 우리’ 중 어느 한쪽이 멸절되기까지 싸우도록 버려두지 않으셨다. 우리는 자신 또는 타인들의 악행 앞에 무방비 상태로 머물거나, 자신의 과거 혹은 생물학적인 이력에 무기력하게 휘둘리도록 지음받지 않았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분과 함께 살아가며 이웃과 교제하는 존재로 창조하셨다.”

읽는 이들에게 내가 사랑하기 어려운 ‘타자’는 누구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이 두려움을 넘어 ‘타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독려한다.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은, 매일 우리에게 주어지는 도전이자 기회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이 우리 각자를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기억하고 확인할 기회가 오늘도 우리에게 ‘타자’를 통해 다가오고 있다. 

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