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에 생명을, 저 섬에 소망을, 맹현리》 복음으로 섬과 섬을 잇다
[403호 에디터가 고른 책]
부끄럽지만, 맹현리가 어느 작은 마을 이름인 줄 알았다. 이 책을 펴고 나서야 1907부터 1927년까지 목포를 중심으로 인근 섬에서 사역한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 매컬리(H. Douglas McCallie, 1881-1945)의 한국명임을 알게 되었다. (목포에 와서 사역한 선교사들이 80여 명이나 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제대로 된 동력 없이 손으로 노를 저어 가던 시절”. 어떻게 섬에서 섬으로 복음을 전한 것일까? 목포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인 저자의 이력에도 눈길이 갔는데, 저자는 목포·전남 기독교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집필해왔다.
목포 선교는 1898년 유진 벨에 의해 시작됐다. 광주 사역이 확장되면서 목포에는 짧은 선교사 공백기가 있었는데, 1907년 새롭게 온 선교사 중 한 명이 매컬리였다. 전라남도 목포 선교부에 소속된 그는 신안, 진도, 완도, 고흥, 여수의 섬들을 순회했다. “1910년에 매컬리는 90개 섬과 500개 마을에 복음을 전했다. 교회 셋이 세워지고 정규 예배를 드리는 25개 예배처가 만들어졌다고 보고했다.”(조지 톰슨 브라운, 《한국 선교 이야기》, 재인용)
‘재미’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여러 대목에서 멈췄다. 특히 맹현리가 쓴 글들을 모은 책의 2부에서 그랬다. 돛단배로 꽤 고생하다가 고향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해 엔진 있는 보트를 구한 장면에선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간절함과 기쁨이 다가와서.) 배우자이자 간호사였던 에밀리 코델과 동역 선교사였던 쥴리아 마틴과 같은 여성들의 헌신도 눈에 띄었다. 매컬리의 매서인으로 활동하다 교회를 개척해 장로로 임직한 박도삼, 매컬리의 전도팀을 만나 조사로 충성한 마서규,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서 기독교인이 된 청년들, 선교사들이 돌보고 치유된 한센인이 전도사가 된 이야기들도 그 마음이 어땠을지 헤아리게 되는 대목이었다.
조금 식상한 비유지만, 꽃씨를 떠올렸다. 이들의 노력은 다음 세대에게 이어졌을 것이고, 복음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다시 이를 전했을 것이다. 복음으로 섬과 섬을 이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김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