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중재》 외 7권
[404호 잠깐 독서]
생태계 위기와 양극화, 해법 찾기
강원돈 한신대 신학부 은퇴교수가 기독교윤리학 분야 중 경제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1천 2백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안에는 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분석과 기독교윤리에 입각한 대안이 빼곡하게 담겼다. 총 11부로 구성된 이 책은 시장경제의 근본 문제를 분석하고, 일관성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경제는 불변의 법칙에 지배되지 않는다. 경제는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 아니다. 경제는 사람들이 뜻을 모으고 힘을 모아 만들어가는 제도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규율될 수 있다. 시장경제는 작은 사람들을 가난에서 해방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발전할 수 있다. (1176쪽)
초기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실체 탐구
역사적·문화적·신학적 접근으로 신약성경을 입체적으로 안내한다. 저자들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내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신약성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그들이 신약성경의 이야기를 어떻게 삶으로 살아냈는지 고대의 1차 자료를 활용해 설명한다.
이처럼 신약성경을 문학으로서 분명 오랫동안 논의해 온 결과를 고려할 때, 신실한 독자가 해야 할 과업은 신약성경 저자들과 텍스트들에 공감하면서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자세로 탐구하면서 독자 자신의 것으로 삼아 보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해내 갈 방법으로서, 이런 지평의 융합을 완성할 수 있는 해석학 모델을 제안한다. 그것은 사랑의 해석학이다. (83쪽)
‘회복의 책’ 룻기 안내서
성서해석학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가 ‘회복’이라는 관점으로 룻기를 안내한다. 저자는 많은 그리스도인이 룻기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구약 전체의 신학과 사상을 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삭줍기, 유산 무르기 등 여러 제도와 하나님을 따르는 삶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크고 작은 어려움 가운데 함께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새길 수 있다.
당시에 나오미처럼 땅을 되찾지 못한 채 빈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둘 있었다. 일시적 처방으로는 이삭줍기가 있었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유산 무르기가 있었다. 그런데 모두가 그 두 제도를 지켰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유산 무르기의 경우에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행하려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 그러나 보아스는 달랐다. 그는 이삭줍기를 관대하게 허용했을 뿐 아니라, 유산 무르기를 위해서도 필요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했다. (116-117쪽)
타인의 인간성에 주목할 것
평화학자이자 국제분쟁 조정가인 저자는 화해가 “하나님의 얼굴을 향해 돌아서는 여정”이며 평화의 종착지임을 밝힌다. 나는 옳고 상대가 틀렸다는 공고한 믿음과 상대를 향한 악마화가 이를 방해한다고 짚고, 성경 속 예수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타인의 인간성에 주목한다. 대인관계, 교회, 국제 영역 등에서의 갈등 이해 도구도 소개한다.
기독교계에서는 죄를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말이 표면에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믿는다. 거기에는 자기기만과 우월감이라는 복잡한 과시적 요소가 가득하다. 나는 이렇게 말하는 편이 더 정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가 증오하는 대상을 조심해. 그가 눈가리개처럼 네 눈을 가릴 테니까. 먼저 타인에게서 보이는 네 모습을 찾아봐. 죄인들을 사랑하면 그들에게서 너 자신이 보여. 그리고 거기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게 되지.” (102쪽)
‘그리스도의 중보자 되심’을 분석하다
스코틀랜드 개신교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저자는 칼 바르트 신학을 영어권에 소개한 인물이다. 이 책은 저자의 대표작으로, 1982년 출간되어 40년 넘게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조직신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리스도의 중보자 되심’을 계시, 화해, 속죄, 예배, 삼위일체 등 여러 주제와 결부하여 다채롭게 분석한다.
자신과 상관없는 모든 죄를 짊어지는 것이 바로 십자가의 목적이었다. 실제로 십자가는 그런 역할을 했다.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어린양은 세상의 모든 죄와 함께 십자가를 비방하는 죄까지 짊어지셨다. 예수는 속죄와 화해의 사역을 통해 이스라엘의 모든 불순종과 죄책감, 무엇보다도 그분을 배척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내어 준 죄를 짊어지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셨다. 예수가 그 죄를 짊어지심으로써 화해는 이스라엘의 존재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고, 이스라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화해를 이루는 사랑의 품에 영원히 결속되었다. (71쪽)
유대 문헌으로 보는 5백 년
구약 말라기와 신약 마태복음 사이의 5백 년은 일반 성도들에게 다소 생소한 영역이다. 이 책은 페르시아 왕 키루스가 유대 민족을 유대 땅으로 돌려보낸 이후부터 예수가 활동한 시기까지 유대 민족과 주변 세계의 역사, 문헌, 사상을 다룬다. 유대 문헌과 성경을 접목하여 20년간 신구약 중간사를 연구해온 저자의 강의를 엮은 책.
70인역은 헬레니즘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입니다. 생각해 보면 정경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히브리 율법이 경전으로 확립된 형태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따라서 신구약 중간기에는 파편적으로 존재하던 성경들이 정경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모아진 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되어서 공동체의 예배를 지탱하는 도구가 되려면 성전과 회당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기독교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93쪽)
형식적인 신앙을 넘어서
‘교회교인가 그리스도교인가’라는 도발적인 물음을 붙잡고 진행한 아홉 편의 강연을 묶었다. 저자는 20세기 영미권 정교회를 대표하는 사상가로서 “형식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삶과 진정한 영적인 삶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의 다양한 측면”을 짚는다. 냉소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신앙이 아닌, 거듭 실패하더라도 교회 공동체와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생각하며 분투하는 은총의 여정으로 이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입장을 분명하게 해야 할 때,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스스로 물어봅시다. 신경을 외운다는 것, 신앙을 고백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신앙이 그저 하나의 세계관입니까? 타당한 여러 철학 중 더 마음에 드는 것에 불과합니까? 아니면 하나의 약속이자 우리를 묶는 경험적 지식입니까? 이런 질문은 여러 영역에 던질 수 있습니다. (31쪽)
‘노오력’에 지친 사람을 위한 처방전
이 책의 원제는 ‘Try Softer’다. 저자는 ‘더 열심히 노력하기’(try harder)보다 ‘더 부드럽게 해 보기’를 권하며, 행복과 성공을 쟁취하기 위한 각축장인 양 “생산성과 타인의 의견을 과대평가하는 세상”을 사는 우리를 위로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최신 심리학 연구 등을 활용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나아가는 영성 훈련 방법을 가르쳐준다.
자비로운 태도로 주의를 기울이는 작업은, 어떤 면에서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지고 계신 신념을 가지고 자신을 대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우리는 가치 있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신념 말이다. 그러니까 이 작업은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그 사랑을 스스로가 수용하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자비로운 방식으로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더 가까우며, 우리는 언제나 이런 방식을 사용할 자격이 있다. (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