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교향곡》 공상신학소설로 만나는 본회퍼와 드러커
[404호 에디터가 고른 책]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소개하려면 먼저 설명이 필요하다. 장르로 말하자면 신학소설(흔히 볼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기존 신학적 연구에 과감한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어낸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와 피터 드러커(1909-2005). 20세기 초 독일인과 오스트리아인으로 태어난 두 거장이 사후 천국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다. 역사적으로 두 사람이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하지만 소설에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천국에서 한자리에 모였다고 상상할 수 있으니까.
이야기는 드러커가 사망한 날인 2005년 11월 11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본회퍼와 폴 틸리히(1886-1965). 틸리히는 이곳에 오기로 한(생을 마감한) 후배가 있다며 본회퍼에게 드러커를 소개해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역사와 음악, 소명과 글쓰기, 조직과 교회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신학과 경영학이라는 다른 두 영역에서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던 두 사람이 높은 비중으로 음악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의외였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그럴 만했다. 천국 어느 카페에서 듣는 연주 음악(온종일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대화는 점점 깊어지고 넓어진다. 음악 외에도 두 사람이 통하는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 책의 매력이다.
대화 속에서 주어지는 깨알 정보들을 엿듣다 보면, 어느새 두 사람이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에서 두 사람은 아주 예의 바른 인물로 그려진다. (책 말미에 드러커는 본회퍼에게 ‘회퍼 형님’이라고 불러도 되냐고 제안하기도 한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에서 커피 마시며 나누는 천상의 대화를 보고 있자니 나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그들과 함께 그곳에서 평안을 누리는 기분이었다.
천국, 본회퍼, 드러커, 음악, 교회, 역사 등 붙잡고 파헤쳐볼 이야깃거리가 곳곳에 녹아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소개란을 보니 “후속 삼부작으로 ‘정치 교향곡’ ‘종교 교향곡’을 구상, 집필 중”이라고 한다. 저자의 책이 시리즈가 되어 또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