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에 외치는 소리 —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문형욱·김영준 공동대표
[405호 송지훈이 만난 활동가]
최근 개신교 내 기후위기 운동을 전개하는 새로운 단체가 있습니다. 김영준·문형욱 두 공동대표가 중심이 되어 2022년 출범한 ‘기후위기기독인연대’입니다. 한발 앞선 실행력과 끈기로 운동을 전개하며 주목받고 있는데요. 저는 오랫동안 두 분을 봐왔기 때문에 이분들의 열심과 수고가 어떤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음과상황〉 지면에 기쁜 마음으로 두 분을 소개하려 합니다. 7월 2일,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거점처럼 사용하며 협력하고 있는 당인리교회(서울 마포구 당인동) 예배당에서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형욱: 안녕하세요. 저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에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활동 중입니다.
김영준: 저는 한 아내의 남편이며 두 아이의 아빠이고요. 예전에는 신학도이기도 했으며, ‘하늘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도 하고 녹색당에서도 활동합니다.
- 두 분은 어떻게 신앙생활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영준: 예전에 낙산아파트라고 있었는데요. 거기서 아홉 식구가 살았어요. 아버지께서 목회를 늦게 시작하시면서 작은 교회의 목회자 자녀로 살았습니다. 저도 당시엔 보수 신앙이었는데, 신앙과 삶의 방향성이 달라진 몇몇 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중 한신대에 간 제 친한 동생의 영향도 있었고요. 그러다 신대원을 갔는데, 그때 가장 재밌게 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신대원 마치고 잠깐 청년부 사역을 하기도 했죠. ‘아,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느꼈어요. 결국 목사 안수를 받지 않았습니다.
형욱: 저도 모태신앙이긴 한데요. 중고등학교 시절까지는 교회를 엄청 열심히 다닌 느낌은 아닙니다. 작은 교회에 다녔어요. 중고등부 때 ‘문학의 밤’에 대한 이런저런 기억을 갖고 있고요. 대학 갔을 때 제가 찾아간 교회가 알고 보니 IVF 출신이 많은 교회였던 거예요. 신입생 때는 놀고 싶어서 IVF 활동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군대에 가서 회심을 경험했어요. 전역 후 IVF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저와 IVF 활동을 한 선배들이 너는 오히려 CCC 같은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 두 분이 처음부터 기후위기 활동가는 아니셨잖아요. 이 운동에 발을 내딛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형욱: 대학생 때 환경 관련 수업을 세 개 들었어요. 수업에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대한 리뷰나 전기차가 왜 상용화되지 않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죠. 처음에는 기후위기를 사회참여의 관점에서 행동해야 할 여러 문제 중 하나로 여겼어요. 어느 순간, 단순히 삶의 일부로 여길 수 있는 스케일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년쯤 최후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요. 그때 뭔가 시스템 전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하나님께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신 시스템이요. 인류가 빙하 없는 세상에서 살아본 적은 없잖아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준: 저는 원래 ‘희년사회’에서 주거권 운동을 먼저 했습니다. 그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녹색당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됐습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때는 녹색당 지역구(서대문갑) 후보로 출마한 적도 있고요. 그때만 해도 기후위기가 지금처럼 큰 의제는 아니었어요. ‘미세먼지’가 주요 화두였지만요. 형욱 님도 이야기하셨지만 2018년 무렵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 심각성과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고, 자연스럽게 기후위기 운동에 더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 사실 기후위기야말로 범위가 전 지구적일 수밖에 없는 거대한 운동입니다. 그 어떤 운동보다 정책과 협약 같은 정부, 기업 차원의 규약과 이행이 실제적으로는 가장 중요할 텐데요. 영준 님은 위에서 이야기해주신 것처럼 녹색당 활동을 오래 해오시기도 하셨는데요. 그냥 일반 영역에서도 할 일이 정말 많고 오히려 더 효과적인 측면도 많을 텐데, 왜 개신교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기후위기 운동을 하기로 선택하셨나요?
영준: 개인적으로는 개신교 이름으로 하는 활동은 기후위기기독인연대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저는 주로 녹색당에서 활동해왔고, 사실 개신교 안에서 뭔가 해봐야겠다는 고민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지난 대선 때 개신교에서 기후위기 관련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을 보고, 우리라도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죠. 당시 개신교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모니터링해서 결과를 정리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끝내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가톨릭은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개신교는 대응이 가장 취약한 것 같아서요. 물론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같은 곳이 오랫동안 큰 역할을 감당해오셨죠. 하지만 개신교 전체를 보자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형욱: 제가 배워왔던 세계관은 기독교 정체성을 갖고 세상으로 나아가 일반 시민사회에서 일을 하는 식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왜 기독교를 떠나지 않고 있나 생각해보게 됐어요. 지금은 사회에서 종교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독교적이라면서 가시화되는 것이 기독교의 가치를 못 보여주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사회인이 그리스도인의 이름을 드러내고 하는 활동이 오히려 더 필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 전에 어떤 포럼에서 영준 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탄탄한 논거와 확신을 갖고 강의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분은 교회 강의도 많이 다녀보신 것 같은데 반응은 어떤가요? 교회 내 기후위기 운동의 가능성이 감지되시는지요?
영준: 사실 저희가 지금까지 강의를 다녔던 교회들은 사회문제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교회들이었거든요. 그런데도 기후위기 이슈와 정보를 여전히 잘 모르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강의 이후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동아리나 모임들이 만들어지거나, 수련회 주제를 기후위기로 잡은 교회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형욱: 사실 이 문제가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고, 몇 가지 이슈를 해결하는 게 전부가 아니잖아요. 경제와 시스템, 즉 자본주의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인데, 이를 교회에서도 건드리게 되면 어떤 곳들에서는 반발도 좀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이를 잘 극복하고 신학적 근거를 잘 정립하는 식으로도 운동이 확장돼야겠죠.
- 이젠 지구 온도 상승의 위험한 수준에 다다르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문제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위기가 시작되었음을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6월의 짧은 폭염만으로도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는데, 이 인터뷰가 실릴 8월에는 아마 더 많은 사람이 느끼고 고통받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현재형이 되어버린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 운동에선 어떤 패러다임과 전략이 논의되고 있을까요?
영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되었는데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자는 것이었어요.
형욱: 기후위기 관련해서 중요하게 보는 통계 중 하나가 유럽연합(EU) 산하 중기 기상예보 센터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인데요. 매월 최근 1년 치 통계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6월 보고서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매월 평균기온이 1.5가 넘은 것으로 발표됐어요.
영준: 이런 상황에서 저희 고민은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입니다. 공포 마케팅처럼 가면 오히려 반감을 사고 사람들의 의욕을 떨어뜨려 외면을 부추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죠. 그런데 이젠 수치로도 위기가 뚜렷이 포착되는 시급한 상황이잖아요. 여러 우려가 있더라도 결국 메시지의 긴급성과 심각성을 직설적으로 전하는 게 맞지 않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레타 툰베리가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했을 때 사람들의 행동을 더 끌어내기도 했고요. 지금 필요한 종교의 역할은 예언자적 태도와 메시지 아닐까 싶습니다.
형욱: 시민사회와 개신교의 역할은 좀 다르다고 봅니다. 기독교 안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충분히 소화하고 내면화하기 위한 신학적 언어들과 고민이 엄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영화 〈돈 룩 업〉을 보면 종말을 맞이하는 사람들 유형이 나뉘어지죠. 돈 많은 사람들은 행성 이주에 합류하려고 애쓰고요. 비관적인 사람들은 아예 허무주의와 쾌락주의에 빠집니다. 또 한 부류를 보면, 끝까지 싸워서 최후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모습이 나와요. 저는 기독교인들에게 그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에 대한 내적 언어들이 필요하고, 그것이 교회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교회가 이 땅에서 마지막까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준비하게끔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성찰이라 생각합니다.
- 사실 문 대표님이 해주신 말들은 어떻게 보면 매우 비관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이야기일 텐데요. 그리고 김 대표님도 기후위기에 대해 듣는 사람들 심리를 걱정하기보다, 지금은 더 직설적인 메시지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두 분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최신의 기후위기 데이터를 확인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원래 준비한 다음 질문은, 기후 우울증을 말하는 시대에 대중들에게 어떻게 운동의 효능감을 갖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두 분의 문제의식으로 보면, 운동의 효능감을 말하는 것은 이미 과거의 맥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준: 1.5도를 넘지 않는 게 우리 목표였지만, 이젠 1.5도 티핑 포인트를 넘어가버렸을 때의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겠죠. 그럼 또 다른 목표를 갖고 행동할 텐데요. 이럴 때 기독교의 역할이 필요해 보여요. 1.5도를 넘어갔기 때문에 우린 이제 다 망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절망만 할 수 없잖아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로 기후재앙을 조금이라도 더 늦추는 게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피해를 줄이는 길이 아닐까요?
형욱: 최근에 파나마 카리브해의 한 섬에서는 해수면 상승이 너무 가파르게 일어나서 실제로 주민들이 본토 이주를 시작했어요. 누군가의 삶이 실제로 위협받는 상황 앞에서는, 어떤 거창한 이야기보다 우리 하루하루의 삶이 어떻게 정의와 사랑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돌아보며 민감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들도 궁금합니다.
영준: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식량 수입 대국인데요. 식량 재고 수준도 국제 기준보다 낮다고 합니다. 갈수록 농업인구가 줄고 있는데 정부의 농업 투자 예산은 3%가 안 된다고 하고요. 또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편이어서 만약 기후위기나 여러 요인으로 식량 수입이 어려워지는 순간 바로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는 나라라고 해요. 지금은 크게 와닿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지만, 저는 이런 준비도 기후위기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빈부격차에 따라 받는 타격이 너무 다를 테니까요. 있는 땅을 가지고 작은 텃밭을 살리는 일도 할 수 있겠고요. 교회만큼 이렇게 끈끈하고 자주 모이는 집단을 보기 어렵잖아요? 저는 교회가 자급과 나눔의 공동체로 탈바꿈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기후위기기독인연대에서 계획 중인 올해의 남은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형욱: 올해는 기후정의행진이 9월 7일에 열리는데요. 기후정의행진에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많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조직을 마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늘고 있다는 점이에요. 올해에는 더 많은 분이 함께하시면 좋겠습니다.
영준: 찾아가는 기후학교로 더 많은 교회를 만나고 싶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교회에 확장하는 것과 더불어 교회 안의 성도님들과 좀 더 많은 연결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헌법재판소에 기후소송이 진행 중인데요.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과 대응이 미흡해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라는 헌법 가치를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4년 전에 ‘청소년기후행동’을 필두로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제기한 소송을 하나로 묶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두 차례 공개 변론이 진행되었는데요. 헌법재판관도 꽤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하고요. 대체로 긍정적인 판결이 기대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르면 7월, 늦어도 9월 전에는 판결문이 나올 것 같다는데요. 만약 위헌 결정이 나오면 관련 법들도 대거 재정비돼야 할 것이고요. 무엇보다 기후위기 운동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주변 나라들도 이번 소송을 예의 주시하고 있어요.
이런 맥락 가운데 기후위기 운동이 더 치열해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꼭 광장에 나와서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9월 7일 기후정의행진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이번 인터뷰가 8월호에 소개되니까 제가 인터뷰 타이밍을 잘 잡은 거죠?(웃음) 이제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성도들과 복상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형욱: 결국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께서 죽음을 이기셨다는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죽음과 두려움이 인간에게 가장 큰 주제인데요. 지금의 기후위기 같은 무거운 주제조차 초월하는 게 바로 기독교가 아닐까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 더 잘 살기 위해 서로 동료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는 시대적 소명입니다. 이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영준: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차이점은 우리가 믿는 서사라고 생각해요. 어떤 서사를 믿는지의 차이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낳고 가치관과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죠. 이 시대에 대다수는 여전히 자본과 성장의 서사를 믿잖아요. 이젠 이런 자본주의와 성장주의의 서사가 바뀌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증상일 뿐이고, 근본 원인은 우리의 생활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먼저 생명과 공존을 위한 서사로 전환하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에 동참하고 협력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진행 송지훈 성서한국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