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의 시간》 히브리어로 다시 보는 성경
[406호 에디터가 고른 책]
하나의 단어가 각기 다른 배경에서 사용되거나 다른 의미로 이해되면, 뜻하지 않게 오해와 갈등이 커진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럴 땐 그 말의 의미를 일치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의미들을 두루 겹쳐보고 이해해보는 것이 오해를 줄이고 대화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었다.
성경을 한 인격으로 보자면 본문과 독자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성경 텍스트가 담고 있는 의미와 이를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뜻이 다를 때, 둘 사이에는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양한 번역본을 참고해서 보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히브리어는 성경의 본뜻에 더 가까운 언어일까. 성경이 쓰인 지 수천 년이 지난 지금,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살아온 내가 히브리어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성경을 어떻게 읽게 될까. 그런 호기심으로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히브리어 어휘에 담긴 고대 이스라엘의 사고방식을 풀어내고, 성경에 사용된 히브리어 단어들을 통해 본문의 의미를 다시 헤아려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히브리어가 낯선 독자들에게 히브리어 단어들의 다양한 의미와 쓰임, 배경 등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한글 성경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맥락들이 무엇인지에 주목해서 읽었다. 내가 접한 여러 번역본과는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 히브리어 표현을 보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본문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돌아보았다. 앞으로 성경을 볼 때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지나친 확신에 머물지 않을 수 있겠다.
중간중간 나오는 번역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다.
“번역이란 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성경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지금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를 멀고 먼 과거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하는 번역자는 양쪽 모두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번역자가 어떤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지, 특정한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돌아보는 것입니다.”
어떤 언어로든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히브리어가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히브리어 성경에서만 볼 수 있는 숨겨진 의미들을 맛보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