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길을 물었다》 미생에서 우주적 교회를 보다

[408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4-10-29     이범진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 / 이성희 지음 / 선율 펴냄 / 18,000원

본지에 연재된 ‘정원의 길, 교회의 길’이 책으로 묶였다. 뉴욕식물원 이성희 가드너의 식물과 영성, 그리고 신앙에 관한 이야기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만큼 기다렸던 책이다. 책은 기대 이상이다. 전반적인 내용 보완은 물론, 사진도 모두 컬러로 들어가 있어 연재 당시의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

특별히 두 꼭지가 추가되었는데, 그중 ‘파송의 정원’은 그동안 편집자로서 갖고 있던 의문이 해소되는 장이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교회에 대해 평할 때, 흔하게 범하는 실수가 한두 교회를 간접 경험하고 교회를 다 아는 것처럼, 또는 언론에 비치는 거대 교회의 모습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것인데 이성희 필자는 연재 중에 그런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낙관하는 입장도 아니었다. 신기하게만 여기던 중, 책에 추가된 ‘파송의 정원’을 통해 그 맥락과 경험을 가늠할 수 있었다.

“교회 문을 닫고 흩어졌던 형제들에게서, 가난하고 거칠고 상처 많고 불안정했던 나와 형제들에게서 나는 박주가리 씨앗이 품은 생명을 본다. 흩어지는 숙명을 받아들인 박주가리들은 번성할 것이다. 씨앗 주머니에 남아서 겨울을 보낸 씨앗들은 봄비에 짓물러 썩거나, 싹이 트더라도 자기들끼리 경쟁하다가 고사할 것이다. ‘거센 바람 때문에 더 멀리 갑니다.’ … 나는 얼마나 멀리 날아가게 될까.”

열한 번째 꼭지인 ‘파송의 정원’을 먼저 읽으니, 연재 때 읽었던 내용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정보로 읽히지 않고, 감정으로 느껴진다. 미생에서 희망을 찾는 그의 모험 속에서, 교회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

“황무지가 생태의 낙원으로 변모하는 기적은 원시적인 것들, 미생들의 향연이다. 이끼와 고사리, 그라스들이 소리 없이 협업해서 대지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이 불완전한 생명체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사실을 통해서, 불완전한 사람들을 통해 우주적 교회의 역사가 이어져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범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