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의 시선으로 본 제4차 로잔대회
[408호 커버스토리]
필자는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로잔운동에 관한 동아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존 스토트, 빌리 그레이엄, 복음주의 같은 단어가 학원 선교단체에서 사역을 마치고 신학 공부를 시작한 나를 로잔동아리로 이끌었다. 2016년에는 한국로잔위원회에서 추천 및 일부 후원을 받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Younger Leaders Gathering’(이하 YLG)에 참석하게 되었다. 국제로잔 총재 마이클 오는 10년 여정을 함께할 YLGen(Younger Leaders Generation) 비전을 선포했고, 한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한국로잔 YLGen을 결성하여 활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만나서 로잔운동이 무엇인지 공부하면서 각자 이슈 네트워크(Issue Network)를 만들어갔고, 우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초 한국로잔위원회 총회에서 2024년에 열릴 제4차 로잔대회 개최지가 한국으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필자는 지난 5년여 동안 로잔운동에 적극 참여해왔기에 의미 있게 다가왔다. 1974년 로잔에서부터 2024년 서울-인천으로 이어지는 선교사(史)적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로잔대회로 향하는 여정
한국로잔 목회자 컨퍼런스
한국로잔위원회는 로잔대회를 준비하면서 로잔운동을 지역교회에 소개하는 일을 시작했다. 2020년 10월, 한국교회 목회자 50명이 모여 로잔운동의 역사·신학·정신에 대한 특강을 듣고 라운드테이블에서 대화하고 토론했다. 목회자 컨퍼런스는 2024년까지 총 4차례 진행되었다. 한국로잔은 세계(190개국)에서 5천여 명이 오는 제4차 로잔대회 행사 자체를 무사히 치르는 것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5천 명이 참가하는 대회를 치르는 것은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로잔대회에 영적 의미를 부여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설명회와 컨퍼런스를 개최한 모습에서 한국로잔위원회의 진심을 느꼈다.
글로벌 리스닝 콜과 대위임령 보고서
대회가 다가오면서 국제로잔위원회의 준비가 눈에 보였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공청회를 진행하여 대위임령을 완수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현실과 목표 사이 갭(Gap)에 관해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런 대화들을 총 33개 갭으로 분류했다. 장소의 제한 때문에 4차 대회에서는 이 중 25개 갭에 대해 토론하게 되었다.1)
참가자 추천부터 참가비 납부까지
로잔대회는 참가자를 공개 모집하지 않는다. 추천제를 통해서만 진행한다. 로잔운동 관련 공식 대회에 참석한 이후, 모임이 생길 때마다 참가자 추천을 요청하는 메일이 왔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필자 또한 추천을 받아 신청을 했다. 자기소개, 현재 사역 영역에 대한 소명 등을 써내야 했다. 재정 상태에 대해서 적는 부분도 있었다. 심사를 거쳐 참가가 확정되었고, 이후 초청창이 도착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비가 이슈였다. 전원이 동일한 참가비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참가국 및 개인의 경제 수준에 따라 350불(한화 약 47만 원)~2,000불(한화 약 270만 원)로 차등 책정되었다. 참가비 명칭은 ‘참가기부금’이었다. 대회에 들어가는 비용 외에 기타 항목에 대한 기부금도 포함되어있는 듯했다. 많은 참가자가 참가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상황을 인식해서인지 마이클 오는 이메일을 통해 “당신의 지원은 우리의 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당신의 관대함 덕분에 우리가 달성한 놀라운 이정표들을 기쁘게 공유하고자 합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사용처를 설명했다. “젊은 지도자 양성, 연구 발전, 영역 확장, 서울 2024 준비, 성공적인 지역 모임 개최, 세대 간 다리 역할” 등에 사용되었다고 했다. 한국의 젊은 참가자들에게는 너무 높은 금액이 책정되었기에, 한국로잔위원회는 따로 모금하여 일부를 지원해주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사전 오리엔테이션
한국로잔위원회는 대회를 매우 진지하게 준비했다. 한국 참가자들이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세 차례 진행했다. 필자는 2차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로잔운동의 역사·정신, 대회 전반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로잔대회는 라운드테이블에서의 토론이 중심이다.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토론 시간을 충분히 제공했다. 여기서 다른 참가자들과 연결되었고, 참가자들 사이에서 로잔대회가 부흥회나 컨퍼런스가 아닌 회의(Congress)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듯했다. 은혜받기 위해 참석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각자가 삶과 사역을 통해 대회의 기여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지도자 리셉션과 YLGen Friends Gathering
9월 21일 토요일에 코엑스에서 로잔대회 리셉션이 열렸다. 30여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여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대회를 축하했다.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이재훈 목사(로잔대회 공동조직위원장)가 축사했고, 마이클 오 총재가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교회의 호스팅에 대한 감사와 로잔운동 비전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오후에는 국제로잔 YLGen 리더들과 한국로잔 YLGen 리더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2016년 YLG 이후 8년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모임에서는 YLG가 2026년 브라질에서 열린다는 계획이 공유되었다. YLGen은 10년 프로젝트라서, 2026년 상파울루 YLG대회로 YLGen 1이 마무리되고 YLGen 2가 시작된다. 필자는 이날 로잔YLGen을 통해서 누리고 나눈 우정이 어떻게 나를 격려했는지, 한국YLGen가 어떻게 관계를 형성했는지, 그리고 그 힘으로 함께 선교적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메시지를 나눴다. 나눔을 마치자, 마침 생일을 맞은 필자를 위한 깜짝 축하 순서가 시작됐다. 세계 각지에서 온 로잔YLGen 친구들에게 축하와 축복을 받으니 기쁨이 가득했다.
이날 리셉션과 오후 미팅은 다음 주 진행될 로잔대회의 오리엔테이션으로 다가왔다. 모임 공간은 여러 억양의 영어로 가득했다. 국제 대회 공식 언어는 CNN·BBC 영어가 아니었다. 세계 각처의 억양과 뒤엉켜버린 문법의 영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대회장으로
로잔대회는 개인 단위로 참석한다. 에큐메니컬 대회와 비교해서 설명할 수 있다. 에큐메니컬 대회에 참석하면 가장 많이 오가는 질문이 “Which church are you from?”(당신은 어느 교회에서 왔습니까?)이다. 여기서 ‘교회’는 지역교회가 아닌 교단을 뜻한다.참석 단위가 교단이기 때문이다. 참가자를 보면, 교단을 대표해서 참석하는 대표자가 있고, 대표자가 아니면 방문자다. 로잔은 “당신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당신은 어떤 사역을 하고 있습니까?”처럼, 개인에 대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고, 사역이 연결되고, 협력이 일어나기도 한다. 로잔운동은 로잔대회 공식 문서(로잔언약, 마닐라선언, 케이프타운서약 등)에 나타난 로잔 정신에 동의하는 복음주의자 개개인이 세계 복음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로잔대회는 로잔운동 슬로건처럼 “Connecting Influences and Ideas for Global Mission”(세계 선교를 위해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장이다. 따라서 로잔대회에 참석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다.
9월 22일 주일, 필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100주년 기념예배에 잠시 참석한 후 바로 송도컨벤시아로 향했다. 한 시간 만에 에큐메니컬에서 에반젤리컬(evangelical)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큰 기대를 품고 도착한 대회장에서 마주친 것은 사람들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 이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여기에 참여한 것일까? 이번 한 주간 이곳에서 어떤 사람과 아이디어와의 연결이 일어날까?
“Hi!” “안녕하세요!” “你好!”(Ni Hao), 주차장에서 대회장으로 가는 사이에서도 세 언어의 인사가 번갈아가면서 내 입에서 나왔다. 한국과 세계 각처에서 온 친구들이 다 모여있었다. 페이스북 친구로는 연결된 지 오래되었지만, 이번에 “드디어!” 하면서 실제로 만나게 된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 대회장으로 입장하는데 각 조 위치를 안내하는 그림이 있었다. A부터 J까지, 10개 블록에서 총 866개 좌석, 5,200개에 달하는 좌석이 배치되었다. 로잔대회 주최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인원을 위한 좌석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 아니다. 토론할 수 있는 테이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충분히 큰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다행히 사이드에 테이블이 있어 어렵지 않게 자리를 찾았고, 함께 동석한 5명의 조원을 만나게 되었다.
필자는 한국인 테이블에 앉았다. 참가 신청을 할 때 ‘한국어 상급’ ‘중국어 상급’ ‘영어 중급’으로 표시했는데, 한국 참가자가 많다 보니 이렇게 배치된 것 같았다. 대만에서 온 한 친구는 영어와 중국어가 다 상급인데, 본인이 하는 일이 해외 중화권 교회 네트워크라서 ‘중국어 상급’으로만 체크했고, 중국어 테이블에 앉았다고 한다. 대회 테이블에는 일주일간 토론을 함께할 사람들이 배정되기에 대회의 질과 직접 연관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배치된 테이블에서 가장 젊은 참가자였다. 자리에는 지역교회 목사님, 선교단체 권역대표, 선교단체 연구원장, 회사를 운영하시는 장로님, 사회를 위한 사역을 하시는 목사님이 계셨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형교회 목회자, 선교단체 대표, 신학대학교 총장 등도 각 테이블에 속하여 토론에 참여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하지만,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것이 있다고 믿고 내 생각을 가감 없이 공유하면서 조별 토론에 동참했다.
이슈별 만남
주일 저녁 로잔대회가 개회했고, 화요일부터 온종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성경강해와 ‘God’s Mission’으로 시작되는 각 주제에 맞는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사도행전을 강해했다. 그리고 사도행전에 나타난 주제와 로잔대회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들을 병치했다. 한국로잔위원회는 올해 한국교회 안에서 사도행전 공동설교와 설교를 함께 준비하는 ‘프로페차이’를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서 지역별로 교단과 나이를 초월한 연결이 이어졌다. 이 흐름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강해설교가 더 깊게 다가왔다고 말한다. 이후 500여 테이블에서 토론이 진행되는 순간에는 용광로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오전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수요일이었다. 성경강해 강사는 패트릭 펑(Patric Fung)이었다. 그는 사도행전 11장 19-26절을 본문 삼아 ‘박해와 선교’란 주제를 다뤘다. 그는 성경에 ‘그리스도인’이 3번만 언급되지만 ‘제자’는 230번 언급이 된다는 말로 강해를 시작하면서 그 제자도는 또한 급진적 제자도라고 설명했다. “교회의 역사와 성장 과정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반복적으로 사용하신 핵심 전략이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고난과 박해입니다. 박해는 결코 교회를 죽이지 않지만, 타협된 복음은 교회를 죽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선포할 때 회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어서 무명한 자들의 담대한 복음 선포와 문화의 장벽을 넘나드는 용기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주 되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신뢰의 능력과 신실한 증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서 박해받는 교회의 대표자들이 나와서 박해받는 교회 상황과 그들의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제3차 로잔대회 때 출국을 금지당해서 참석하지 못했던 나라의 대표가 등단하는 순간 많은 박수와 갈채가 터져나왔다. 그의 나눔은 짧은 시간에 끝났지만, 임팩트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속한 나라의 교회를 갓 성인이 된 교회로 말하면서 “활력은 넘치지만 종종 성숙함이 부족합니다. 독립(independence)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그리스도의 지체와 상호의존(interdependence)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1910년 에든버러 세계 선교 대회에서 인도 대표자 V. S. 아자리아(Vedanayagam Samuel Azariah, 1874-1945)가 한 말인 “당신들은 가난한 자들을 먹이기 위해 물질을 내어주었고, 당신들의 몸을 불사르게 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도 요청합니다. 우리에게 친구를 주십시오!”를 언급하면서 세계 교회의 상호 간 우정을 호소했다. 이날 일정을 마치고 발제자와 교제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는 “나는 그 박수와 갈채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교회를 향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오전 주제는 저녁 집회에도 이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박해를 많이 받고 있는 50개국 이름이 참가자 손에 들려 등장하면서 “주여, 이 나라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간결한 기도에 모든 참가자가 동참했다. 이어서 ‘아이자야 씩스티원’(Isaiah 6tyOne)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 찬양팀은 〈Way Maker〉(길을 만드시는 주)라는 찬양으로 응답하기 시작했다. 핍박한 환난 속에서 여전히 일을 하시는 하나님을 함께 찬양했다. 모두들 하나님의 일하심과 최종적인 승리를 선취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오후 시간
오후 시간은 두 타임으로 나뉘었다. 이른 오후에는 이슈 네트워크, 선택적 네트워크, 그리고 금요일의 지역별 네트워크가 진행되었다. 필자는 첫째 날 디아스포라 이슈 네트워크에 참석했다. 로잔운동에는 총 28개 이슈 네트워크가 있다.2) 필자는 태어날 때부터 이주민이었고, 이주한 경험이 있었고, 이주민과 함께하고 있기에 디아스포라 이슈 네트워크는 필수로 참석해야만 할 것 같았다.
오전 소그룹은 다양한 사람들을 묶어놨다면, 이슈 네트워크와 이후에 진행된 협업(Collaborate) 세션은 공통 관심자들 모임이라서 토론이 더욱 뜨겁고 참여도가 높다. 디아스포라 네트워크에서 들은 발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참가자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는 “로잔에서는 이동하는 사람들(People on the mo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동(move)은 돈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많은 이주민과 난민들이 원해서 이주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이주당하는 경우(Forcibly Displaced People)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용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냈다. 이슈 네트워크의 인도자는 로잔의 문서 〈Lausanne Occasional Papers〉와 이슈 네트워크 이름은 디아스포라인 점을 잘 설명하면서 모임을 마무리 지었다.
이어지는 협업 세션은 25가지 Gap들을 다루는 시간이었다. 국제로잔은 올해 4월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State of Great Commission)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 책임자 매튜 니어만(Matthew Niermann)은 보고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위임령 성취를 위한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을 촉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대위임령의 현재 상태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로잔운동은 협업과 행동을 염두에 두고 대위임령을 성취하기 위한 가장 큰 과업(gaps)과 기회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글로벌 데이터와 전략적 통찰력을 통합하여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로잔대회 오후 협업 세션은 이 보고서에 따른 갭 중 25개를 다루는 시간이었다. 본인이 참여하거나 관심이 있는 분야에 들어가서 총 4일간 ‘경청, 상상, 창조, 소통’ 4단계를 거쳐 토론과 대화 내용이 수합되었다. 수합된 내용은 정리를 통해 이후 이 갭들을 메우는 데 중요한 아이디어로 사용될 것이다.
오후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수요일은 오후 시간이 자유로웠고 협업 세션이 없었다.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카페와 야외 테라스에서 이루어지는 연결과 대화와 협업도 그만큼 소중하고 때로는 앞으로의 인생을 바꿀 만한 만남이 생기기도 한다. 필자는 때로는 쉼을 가지며 듣고 나눈 내용을 침잠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새로운 만남을 통한 연결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세계화인복음센터(Chinese Coordination Centre of World Evangelism Movement) 모임이었다. 이 센터는 세계 각처에 있는 화인교회를 연결하고 협업하는 작업을 통해 세계화인복음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운동은 1974년 제1차 로잔대회에 참석한 화인교회 지도자들이 중화권에도 로잔운동과 같은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1976년 홍콩에서 제1차 대회를 개최하면서 시작되었다. 로잔운동이 올해 50주년을 맞이했으니, 세계화인복음운동은 2년 뒤 5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필자는 이 흐름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마침 이 운동의 총간사가 로잔대회 중에 모임을 주최했고, 중화권 그리스도인들과 연결될 수 있는 자리이기에 적극 참여했다. 모임에서는 2026년 CCCOWE 대회가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공개되었다. 2026년에 쿠칭에서 만나자고, 그 가운데서도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저녁 집회
저녁 6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이어지는 저녁 집회에서는 “Re-”로 시작하는 주제로 “세계 교회로부터 오는 교훈”(Lessons from the Global Church)이 이어졌다.
첫째 날 저녁은 개회 행사가 진행되었고, 둘째 날 저녁은 다소 논쟁이 있을 수도 있는 주제가 나왔다. 창조세계, 정의, 그리고 섹슈얼리티에 대한 내용이었다. 필자는 어떤 발제가 있을지, 또 어떤 토론이 있을지 많은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대회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발제는 논쟁이 될 만한 여지를 주지 않았다. 특히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나눈 영국의 본 로버츠(Vaughan Roberts) 사제는 발제 초반에 성 혁명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하나님의 영원불변하신 말씀으로 응답해야 합니다”라고 말했고, 창조-타락-구속의 흐름에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이야기했다.
복음주의자의 모임에서 이 주제는 논쟁할 여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한 접근 방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사회자는 토론 시간을 주지 않고 적용과 기도 시간을 갖도록 했다. 필자는 이에 큰 불만을 느꼈다. 속으로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대회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날 저녁의 발제자들이 하나같이 발제 시간을 초과했고, 원래는 토론 시간이 안배되어 있었으나 임시로 기도와 적용으로 전환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해는 되었으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50주년 기념 행사
화요일 저녁은 로잔운동 50주년 기념 행사가 진행되었다. 역사적 회고와 감사 찬양이 있었다. 이날은 또한 문화의 밤으로 각 사람이 전통 복장을 입고 오기도 했다. 한복을 입은 분도 많이 보였고, 세계 각국 참가자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왔는데, 흥미로운 것은 많은 브라질 참가자가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왔다는 점이다.
개회식 때 두루마기를 입었던 마이클 오는, 이날 자신의 사역지였던 일본의 유카타를 입고 올라와 기념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50년이 지난 지금, 로잔운동은 디지털 세계에서 성경적 신앙과 전략적 협력을 할 것을 부르짖습니다”는 주제로 연설했다. 그리고 앞으로 헌신해야 할 영역에 대해 3D를 언급했다. “Disciple-making in the world, Disciple-maturing of the church, Digital tools.”(세상 속에서 제자 삼기, 교회의 제자적 성숙, 디지털 도구들.) 그러면서 이를 이번 대회의 주요한 세 가지 요소와 연결했는데, 바로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 서울선언, 협력 행동이었다. 마이클은 2050년을 내다보면서 세계 교회가 세상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2050년의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하자고 요청했다.
로잔운동이 단지 과거 50년에 감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2050년을 내다보면서 방향성을 제시한 데는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교회의 열두 돌
저녁 집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날은 목요일 저녁일 것이다. 이날 저녁에는 ‘한국교회의 열두 돌’이라는 제목으로 뮤지컬과 내레이션을 결합한 프로그램은, 길갈의 열두 돌에서 모티브를 얻어 한국교회의 시작에서부터 현재까지 상황을 잘 보여줬다. 한국교회 역사를 다룬 이 공연은 시간을 약간 넘나들면서 열두 돌이 될 만한 물건을 보여주고, 그 의미를 해설하는 노래와 내레이션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열두 가지 물건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밧줄: 대부흥의 시작점 △예수셩교젼셔: 최초의 한글성서 △막사발: 질그릇에 담긴 복음 △태극기: 한 손엔 성경, 한 손엔 태극기 △손양원 목사의 감사헌금 봉투: “원수를 사랑하라” △태반 항아리: 전남기독교의 산파 문준경 전도사 △천막: 폐허 속에서도 십자가를 붙들고 △구호: 민족을 그리스도께로 △깃발: 캠퍼스 선교의 기수 △쪽복음: 지하교회 성도의 눈물 △로잔대회: 세계로 넓어진 시야 △왐본 부족 성경: 선교의 빚을 갚다.
참가자들은 놀라운 공연과 무대효과에 압도당하기도 했고, 한국교회 역사를 보면서 깊이 감동하기도 했다. ‘한국교회는 부흥한 교회’ ‘한국은 선교 대국’이라는 인식만 막연하게 가졌던 해외 참가자들은 한국교회의 시작과 고난과 성장을 보면서 전체 흐름을 알 수 있었다며, 한국교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한편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역대 로잔대회에서 주최국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서사 자체가 민족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매우 낮아진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한 점에 대해 정직성을 칭찬하는 참가자도 있었고, 그 이후에 이어지는 서사가 북한과 해외 선교라는 점을 들어 현황에 대한 돌파를 내부에서 찾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저녁이 무대적인 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날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성찬 예배
토요일 오전 마지막 파송의 시간에는 성찬 예배가 진행되었다. 5천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 성찬에 참여했는데, 이재훈 목사와 일본의 마사노리 쿠라사와 박사(일본로잔위원회 의장)가 공동으로 집례했다. 한국과 일본의 교회 목회자가 공동으로 성찬을 집례한 일은 화해와 연합의 상징으로 다가왔고, 예문을 통해 드러난 성찬의 주제도 화해였다. 로잔대회는 복음주의자들이 모인 대회이기 때문에 대체로 모든 모임이 집회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예전이 오히려 다양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비록 개인용 성찬키트를 통해 진행되었지만, 마지막 에라도 성찬 예전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선언 발표와 반응
제1-3차 로잔대회 공식 문서인 로잔언약, 마닐라선언, 케이프타운서약을 여러 번 스터디한 사람으로서 제4차 로잔대회 공식 문서인 서울선언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그런데 서울선언은 등장 방식부터 기대에 어긋났다. 개회식이 진행되는 중에 이번 대회 공식 어플리케이션에 서울선언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순간 ‘서울선언이 이미 완성되었고 최종본으로서 발표가 되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왜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잔운동을 공부하면서 1차 대회 때 복음전도를 강조한 빌리 그레이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력하게 주창한 사무엘 에스코바르, 르네 파디야 등의 의견을 존 스토트 신부가 조정하여 사회적 책임 항목을 의도적으로 로잔언약 제5항에 배치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로잔대회가 컨퍼런스가 아니라 회의(Congress)라면, 이 자리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가고 합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대회 참가자들만 접속할 수 있는 앱이나 인쇄물을 통해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합해서 그 문구와 표현, 심지어 내용을 수정하거나 재배치하여 마지막 날에 최종본을 공개하는 방법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서울선언이 발표되고 국내의 여러 기독교 매체에서 한글 번역본을 그대로 복사해서 싣기도 했다. 그러나 늦은 밤 선언문은 로잔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갑자기 사라졌고, 다음 날 일부 수정된 버전으로 다시 공개되었다. 그러나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서울선언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서울선언에 관해 토론하고 의견을 수합하는 미팅이 생겼다. 필자는 소식을 듣지 못해서 참석하지 못했지만, 정리된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여 연명했다.3) 본부 측에서도 이를 의식했는지 금요일 오전 선언문에 대한 의견을 수합하는 인터넷 링크를 공유했고, 현재는 수합된 의견을 종합하여 수정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최종본이 발표되면 비로소 공식 문서로서 역할을 감당하리라 생각한다.
나가며
7일간의 대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환송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았다. 지난 7일간 수많은 한국교회의 자원봉사자들이 대회의 진행, 통역, 식당봉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참가자들을 섬겼다. 참가자로 참석할 자격이 되는 분들이지만 자원하여 섬김의 자리를 선택하신 분들이 많았다. 아울러, 대회 기간 매일 송도의 한 교회에 모여서 진행된 기도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이 매일 1천 명에 달했다고 한다. 한 동역자는 “제가 아는 한 지체는 대회장에 올 기회가 없는데도 전라남도에서 송도까지 와서 하루 기도회에 참석하고 내려간다고 연락이 왔어요.”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과 기도동역자들의 섬김은 많은 외국 참가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참가자들은 전적으로 대회를 누릴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환하게 웃는 얼굴로 환송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온 교회가 그렇게 세상을 섬기고,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랐다.
2020년 초,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릴 계획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4년여 여정이 드디어 서울선언 최종본 발표라는 종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물론, 선언문이 발표되면 그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이어질 것이다. 1974년 1차 로잔대회는 로잔운동의 시작이었고, 이후의 대회는 마치 운동의 연속선상에서 펼쳐진 잔치와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UN 회원국보다 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인천 송도에 모여 일주일간 복음주의자들의 잔치를 열었다.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을 침잠할 때이다. 나아가, 대회 때 모여서 논의하고 결심한 바를 각자 삶의 자리에서 실천으로 옮겨나가야 할 것이다.
1) 4차 로잔대회가 주목한 ‘협력활동이 필요한 복음화의 중요한 영역들(25 GAPS)’은 다음과 같다. △복음 전파: 1. 전 세계 인구 고령화 2. 새로운 중산층 3. 다음세대 4. 이슬람 5. 세속주의 6. 최소 복음화 종족 △디지털 시대의 사역: 7. 디지털 시대의 성경 8. 디지털 시대의 교회 형태 9. 디지털 시대의 제자도 10. 디지털 시대의 전도 △인간됨에 대한 이해: 11. AI와 트랜스휴머니즘 12. 성과 성별 13. 전인적 건강. △다중심적 선교사역: 14. 다중심적 선교 15. 다중심 자원의 동원 △공동체에서 증인되기: 19. 이주민 20. 도시 공동체 21. 디지털 공동체 22. 민족주의 및 인종차별 △사회적 상호교류: 23. 기독교, 급진적 정치 그리고 종교적 자유 24. 창조세계와 취약계층 돌봄 25.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와 영향. 자세한 설명은 congress.lausanne.org/ko/the-25-collaborate-session-gaps 참고.
2) 로잔운동 홈페이지에 공개된 28개 이슈 네트워크는 다음과 같다. △교회 개척 △구술 △도시 △디아스포라 △리더십 개발 △미디어 참여 △복음 전파 △비즈니스 선교 △사역 모금 △사역 협력 △성경 참여 △어린이와 가족 △연구 및 전략 정보 △열방을 위한 건강 △예술 △위험에 처한 아이들 △유대인 전도 △유학생 사역 △일터 사역 △자비량 △자유와 정의 △장애인에 대한 관심 △정직과 반부패 △창조세계 돌봄 △통전적 선교 △힌두교. 자세한 설명은 lausanne.org/ko/network-type/issue-networks-ko 참고.
3) 정리된 의견은 다음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bit.ly/4gVegWp
담안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소속 목사. 한국로잔 YLGen(Younger Leaders Generation) 리더십의 일원으로서 로잔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박사과정(교회사)을 밟고 있으며, 중화권의 신학대학원에 출강하면서, 주일에는 한·중 이중 언어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본지 2024년 2월호에 인터뷰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