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한 목소리
[408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11월호를 준비하는 동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지요. 그 위상과 의미에 대해서는 덧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이지만, 2016년 정권에 의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이력이 새삼 회자하고 있습니다. 모 교육청은 한강 작가의 책을 ‘유해도서’로 지정하기도 했다지요. 우리 사회가 보편적 인류애에서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9월 말, 제4차 로잔대회에서 ‘서울선언문’이 발표되자 지난 선언문들보다 퇴행했다는 목소리가 거셌습니다. 이에 주최 측은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받겠다고 했지만, 선언문의 작성 과정과 발표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전달된 의견이 선언문에 유의미하게 반영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1974년 로잔언약’의 신앙고백에 기초해 역사와 사회를 조명하는 신앙지로 출발한 복상으로서는 무척 슬픈 일입니다.
이번 호는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온 연중기획 ‘로잔 1974-2024’의 연장선으로 커버스토리를 구성했습니다. 연재를 통해 화해, 평화, 복음의 총체성, 페미니즘 등의 주제를 펼쳤습니다만, 돌아보니 하나같이 로잔운동 주류에 엇박자를 낸 내용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2월호에는 로잔대회 밖에서 열린 로잔운동 ‘한반도 평화와 화해’ ‘창조세계돌봄’ 소식을 담을 계획입니다.) 이번 로잔대회에 참가한 루스 파디야 데보르스트의 설교문과 편지를 싣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주목받지 못한 어긋물림의 의미를 포착하고 기록하는 신앙지의 역할을 되새깁니다. 무대 중앙 유명 인사가 아닌, 대회장 한구석의 참가자들 이야기를 담은 이유도 그래서이지요.
다음 페이지에는 과로사한 쿠팡 택배노동자 고(故)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선교사의 애가가 이어집니다.
이범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