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권력 영광》 트럼프 당선과 복음주의 붕괴
[409호 에디터가 고른 책]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공화당이 상원·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트럼프가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틀어쥘 가능성도 커졌다. 한 매체는 그의 귀환을 이렇게 평했다. “더 늙고 더 위험한 트럼프가 돌아왔다.”
트럼프 당선에는 복음주의 교회도 상당 부분 기여했다. 2016년 대선 당시 백인 복음주의자 중 81%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번 대선에도 ‘복음주의자’ 과반수가 그의 편이었다. 2016년 트럼프 지지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복음주의’라는 이름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해 들었다. ‘복음주의’라는 이름이 단체명에 들어간 경우 개명한 사례도 있고,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전(前) 복음주의자’로 지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동성애’ ‘낙태 반대’ 등 보수 기독교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명분으로, 트럼프 개인의 도덕적·법적 흠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기독교인 모습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복음주의 목사 아들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복음주의 교회와 극우 정치의 결합을 역사적·정치적·신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서구 기독교 세계에 그가 남긴 유산은 이미 확고하다.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복음주의를 영적 상징에서 정치적 농담거리로 바꾸고, 오랜 기간 복음주의 운동의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던 선택적 도덕성, 윤리적 일관성 부족, 노골적 위선을 드러내는 데 있어 미국 역사상 그 어떤 인물보다도 큰 몫을 했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복음주의의 평판이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이전부터였다.”
저자는 현재 미국 복음주의 교회가 어떻게 현실 권력 투쟁의 장에서 이토록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지, 이렇게 되기까지 어떤 사건이 이어졌는지 밝히면서 예리하게 분석한다. 복음주의 교회 행보를 통해 제도적 기독교의 붕괴를 포착하고, 교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균열도 내부자 시선에서 섬세하게 읽어낸다. 책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실과도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
‘기독교 서적으로는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정치 서적으로는 지나치게 종교적인’ 이 책은 한 번 더 읽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정치와 종교의 떼어낼 수 없는 관계와, 미국 정치와 기독교의 현실이 입체적이면서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