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환대와 연대의 이야기》 차별과 경계의 벽을 넘어
[409호 에디터가 고른 책]
룻기 줄거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이야기가 어떻게 환대 및 연대로 이어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개가 예상되는 책을 만나면 내용이 진부할 거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관심 주제를 다룰 때는 좀 다르다. 예상대로 흘러가도 재밌고,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면 흥미롭다. 이 책은 예상한 방향대로 흐르되, 곳곳에 낯설고 참신한 해석이 들어가있어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룻기의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저자의 ‘설교 노트’가 실려있는데, 구약의 여러 이야기가 룻기와 연결되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설교 노트의 제목(소수자 하갈 이야기, 사사기의 토막 살인 사건, 남성의 목을 자르는 유딧 이야기, 삼손과 들릴라의 치명적 사랑, 라합과 얼치기 정탐꾼 이야기)만 봐서는 어떻게 룻기의 무대와 연결되는지 예상이 되기도, 안 되기도 할 것이다. 이 행간을 다양한 생각, 암시, 은유로 채우기를 바라는 것이 저자의 의도인 듯하다.
해석의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은 전통적인 방식과는 결을 달리한다. 관심을 끈 부분은 “본문(3:1-11)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적 정결을 바라보는 현대의 시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경건한 기독교인들이나 유대인들은 보아스와 룻의 밀회 장면을 어떻게든 정숙한 상태로 유지하기 원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남녀의 사랑이 성적인 결합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전한다.
“사람들은 하나님보다, 또 성경보다 더 경건하고 더 도덕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 결혼까지 했던 성인들에게 순결 관념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이야기 구조상으로도 불필요하고, 성도덕을 중시하는 중세나 현대의 관점이 성경 해석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가장 좋았던 문장은 “가난한 자들에게 인생은 소풍이 아니라 전쟁입니다”였다. 이 문장은 이 책이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은 기점이 되었다. 저자의 이전 책 《요한, 현대에 말을 걸다 요한복음 1, 2》, 《예수의 위대한 비유》 등에 눈이 간다.
이범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