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라, 질문하라

[410호 책방에서] 이주헌, 《난 이런 이야기 처음 들어》(죠이북스)

2024-12-27     이동식
난 이런 이야기 처음 들어 | 이주헌 지음 | 죠이북스 펴냄 | 17,000원

지식과 정보를 움켜쥐기 힘들었던 시절이 불과 수십 년 전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것들을 취하고자 학교나 교회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손안에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클릭 한 번이면 끝난다. 잘못 답변해서도, 감추어서도 안 된다. 즉시 진위를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가 생겼다. 절대적이라 믿었고 배웠던 가르침들에 의문과 질문이 생겨났다. 신자가 의심하는 순간, 그것이 ‘신앙에 대한 반역’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존재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신앙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의심하라! 질문하라! 너희 믿음이 위태해질 정도로 의심과 질문의 시간을 가져라!”라고 이야기한다. 위험한 순간을 통과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믿음이란 없을 것 같았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24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교회에서 좀처럼 물어볼 수 없고 알려주지 않지만 늘 궁금했던 것들, 더 이상 믿음으로 넘어가자고 말할 수 없는 질문들을 다루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을 기준으로 하루 전인 12월 3일 밤, 나라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 이 혼란을 마주하며 24번째 질문 ‘교회는 정말 이 세상의 희망일까?’라는 제목을 보는데, 심장에 통증을 느꼈다.

이 책에 담긴 질문들은 어쩌면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저마다 마음속에서 차마 끄집어내지 못한 질문과 답변 모음일 것이다. 저자가 깊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적어 내려간 글들에서 얻을 유익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해서 책 한 권이, 저자 한 명의 시각이 완벽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같은 질문들이 글로 공개되어 나누어지면서 지혜로운 답변과 해결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시작된다면,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할 수 있다.

1부 ‘구원과 믿음’ 2부 ‘무지 불편한 교회 관용구’ 3부 ‘알게 되는 비밀’ 4부 ‘고민 많은 세상’이라는 주제로 이어진 이 책을 통해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해본다면, 꽤 유익한 독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이 대상으로 하는 독자는 ‘누구나’이겠지만, 더 비중 있게 권하고 싶은 독자는 ‘목회자·신학도’들이다. 이제는 신자 개개인이 질문을 품을 때, 그들의 믿음을 불경하게 여기거나 의심의 눈초리로 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설득할 수도, 믿음으로 더 가까이 초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교회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함께 고민하고, 더 납득할 수 있는 답변과 친절한 안내로 그들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어떤 질문이나 의심이 그들로 하여금 교회에 스며드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나’의 질문과 대답이 아닌, ‘그들’의 질문과 대답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이 그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이동식
총신대학교 구내서점에서 10년 근무한 후,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있는 ‘상봉몰’(종합 기독교 서점)에서 고단한 밥벌이를 몸으로 수행 중! ‘독서는 즐겁게, 누구나, 읽을 이의 눈높이로!’라는 소신을 품고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