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서 발굴 프로젝트
[412호 책방에서] 제임스 K. A. 스미스, 《습관이 영성이다》(비아토르)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구원이란 무엇인가》, 《기독교의 기본 진리》, 《파인애플 스토리》,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 공통점이 뭘까요? 한 번쯤 들어보셨을 책들일 텐데, 꾸준히 오랫동안 많이 팔렸다는 거죠. 늘 불황이라는 기독출판계에도 예전엔 ‘스테디셀러’가 꽤 있었습니다.
이 책들은 어떻게 많이 팔릴 수 있었을까요? 어떤 책이 많이 팔리는(읽히는) 이유를 한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저는 이 책 모두가 ‘필독서’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명확한 제안은 선택에 대한 독자의 고민을 덜어줍니다. 물론 깜냥이 안 되는 책에 필독서를 남발하고, 읽기를 강요하는 건 문제겠지만요.
얼마 전, 장신대 구내서점에서 ‘필독서’라는 단어에 걸맞은 책을 만났습니다. 2018년에 출간되어 이미 일독한 책인데, 그날따라 유난히 노란 표지가 눈에 띄더군요. 제목 때문에 샀다는 사람과, 제목 때문에 ‘패싱’했다는 사람이 동시에 존재하는 책, 《습관이 영성이다》였습니다.
‘이 책은 정말 모든 교인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너무 어렵지 않을 것’ ‘곱씹어 읽을 수 있는 깊이가 있을 것’ ‘오늘 읽어야 할 시의성이 있을 것’ 등 마음속 필독서 요건을 충족했고, ‘그래, 내 기대가 맞았어!’라는 확신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일본에는 ‘한 권만 판다’는 콘셉트의 모리오카 책방이 있습니다. 책방 주인이 정말 소개하고 싶은 책 한 권을 정하고, 일정 기간 그 책만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책만 덩그러니 올려놓는 게 아니라, 관련 소품을 함께 두고, 저자와의 만남이나 주제 전시 등을 입체적으로 시도합니다.
모리오카 책방 방식으로 《습관이 영성이다》를 알리면 어떨까요? ‘교회 필독서로 선정하는 교회 모집하기’ ‘책 읽기 가이드를 위한 강의 제공하기’ ‘오픈채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누기’ ‘편집자, 번역자, 저자의 목소리 들려주기’ ‘습관 형성 프로젝트 실천하기’ 등.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 하다 보면 이 책이 필독서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 욕망하는 것이 바로 그 자신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제가 사랑하는 것,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보이는 듯합니다. 좋아하는 책을 필요한 이들과 함께 읽고 나누는 것이죠. 오래전 ‘권서인’이라 불렸던 사람들이 가졌던 욕망이 저에게도 있는 게 아닐까요?
저처럼 좋은 책을 발견하면 가만있지 못하고 널리 전하고 싶은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과 더 많은 기독출판 필독서를 발굴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습관이 영성이다》부터!
박용희
부천시 원미동에서 동네책방 ‘용서점’을 아지트 삼아, 이웃들과 책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시도해볼 예정이다.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