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기에 앞서
[413호 책방에서] 타일러 스테이턴, 《기도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복있는사람)
제목만 보면 이 지면에 소개할 만한 책인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기도를 ‘좀 하는’ 분들이나 ‘기도해야 하는데…’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그래서 어쩌라고?’ 되묻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복상을 손에 들고 있는 독자라면,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의 ‘역설’을 이미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신자들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주제인 ‘기도’. 저마다 기도하는 방법을 찾지만, 기도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지 않는 시대에 이 책은 기도의 의미를 독자가 차분히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초대합니다.
어수선한 시대, 누군가는 ‘골방의 기도’를 강조하는 이들을 비난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행동하는 신앙’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을 향해 기도 없이 무모한 시도를 한다고 비판합니다. 둘로 나뉜 생각은 대립하며 서로 하늘의 뜻이라 주장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마치 기도도 목소리 큰 쪽이 이기는 것처럼 여겨지고, 수적 우세로만 판단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왜 골방에서 기도하는 이들이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는지, 왜 행동하는 이들이 기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몰지각한 이해가 생기는지 의문입니다.
이건 한국교회가 ‘기도’가 아닌 ‘기도문’에 집착하고, 기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요. 기독교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책 중 하나가 기도에 관한 책이지만, 대부분은 ‘기도문’ 자체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하나님과의 교제를 돕는 책은 잘 선호되지 않습니다.
《기도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를 읽으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기도의 다양한 이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배움은 신자들의 ‘기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 책은 기도의 신비라든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전해줍니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로 시작하는 기도가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기도라는 데 신자들 대부분이 공감합니다. 그런데 ‘왜 그 기도가 아름답고 완벽한 기도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과연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과 저는 ‘기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요? 이 책을 차분히 읽어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합니다. 기도하기에 앞서, 기도가 무엇인지 알도록.
이동식
총신대학교 구내서점에서 10년 근무한 후,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있는 ‘상봉몰’(종합 기독교 서점)에서 고단한 밥벌이를 몸으로 수행 중! ‘독서는 즐겁게, 누구나, 읽을 이의 눈높이로!’라는 소신을 품고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