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의 거짓말

[413호 특집]

2025-03-31     박제민

요즘 친구들과 있는 대화방에는 우스갯소리가 가장 많이 올라오고, 국밥 사진과 개 사진과 꽃 사진과 사기당할 뻔한 사진과 축구화 사진과 병원에서 링거 꽂고 있는 사진 등이 종종 올라온다. 나는 아침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날씨 예보를 올린다. 바쁜 현대인들이 행여 긴 글 읽을 시간이 없을까 봐 요약을 간단히 덧붙인다. “이번 주는 계속 춥다. 따뜻하게 입고 나가라.” “오늘은 따뜻하다. 세탁기 돌려라.” “날씨는 좋은데 건조하다. 담뱃불 조심해라.” 등등.

하루는 “비 온다. 우산 챙겨라”고 남겼는데, 오후 2시경에 한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야, 비 온다며??” 곧이어 다른 친구가 대댓글을 달았다. “거짓말했네~” 날씨 예보와 다르게 비가 안 왔던 것이다. 나는 거짓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억울하고 속상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연이어 댓글을 단 것이 수상했다. 어쩌면 이 대화방에서 나를 음해하고 축출하려는 모종의 음모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올리는 날씨 예보에 야당이 박수를 보낸 일도 없었다.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수십 년 우정을 뒤로한 채 작별 인사를 남기고 대화방을 나가려던 찰나에, 하늘을 보니 손바닥만 한 작은 구름이 떠올라 오고 있었고(왕상 18:44), 마침내 들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 위로 방울방울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가기’ 말고 ‘뒤로 가기’를 누른 다음에 대대댓글을 남겼다. “비 온다. 됐지?”

그날 내가 비가 올 것이라고 남긴 말은 한동안 거짓말로 여겨지다가, 빗방울이 떨어지고 나서야 거짓말이 아니게 되었다. 여러분이 읽은 여기까지, 사실에 기반했지만 약간의 허구적 상상력을 더해 쓴 친구들과의 대화도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거짓인가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후보 사상검증 대토론회’라는 어마어마한 모임이 열렸다.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지금은 없어진 극우 성향 시사 월간지 〈한국논단〉이 주최한 토론회였다. 놀라운 것은 일개 잡지사가 주최한 토론회를 공중파 3사(KBS·MBC·SBS)가 6시간 동안 생중계했다는 점이고, 더 놀라운 것은 김대중·김종필·이인제·이회창·조순 등 당대의 대통령 후보자들이 주르륵 불려 나와 사상검증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한 시대의 끝자락이 보여준 소극(笑劇)1)이 아닐 수 없다. 단연 관심을 끈 것은, 오랫동안 공산주의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의심과 공격을 받았던 김대중에 대한 사상검증 시간이었다.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정신의학자이자 반공주의자로 살았던 백상창의 질문과 김대중의 대답이다. 백상창은 자신의 전문 지식을 동원해 김대중의 정신적 방어기제가 부인·투사·승화2)라고 규정하면서,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다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또 나왔으니 사람들이 거짓말만 한다고 하지 않겠느냐는, 나름 뼈 때리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김대중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이 걸작이었다. “저는 일생에 거짓말한 일이 없습니다.” 사상검증을 듣겠다고, 아니 하겠다고 잘 차려입고 자리에 앉아있던 아저씨들 사이에서 박장대소가 터졌다. 하지만 김대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는 거짓말한 적이 없어요. 이것은 약속을 못 지킨 것이지 거짓말한 것은 아닙니다. 거짓말한 것과 약속했다가 못 지킨 것은 다릅니다. 저는 약속할 때는 실제로 정계를 영원히 은퇴할 생각을 했어요. 거짓말한 사람은 안 지킬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후로 상황을 보십시오. 여당과 대통령이 어떻게 정치를 했습니까. 야당이 또 어떻게 됐습니까. 그러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는 충정에서, 제대했던 군인이 국가 유사시에 나와서 총 들고 전쟁에 참가하는 심정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약속 못 지킨 데 대해서는 변명 안 합니다. 사과했어요. 지금도 사과합니다. 그렇지만 한마디를 첨가시키도록 허용해주시면, 정치인 중에 은퇴했다가 정계에 나온 사람 많아요. 드골 대통령도 그랬고, 닉슨도 그랬고, 김영삼 대통령도 그랬어요. 나는 그분이 거짓말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계획이 변경됐다고 봅니다.”

김대중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떠나서, 거짓말을 하는 것과 약속을 못 지킨 것은 다르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내가 “비 온다. 우산 챙겨라” 했을 때 진짜로 비가 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면, 설령 비가 안 왔다고 해서 감히 누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하지만 ‘오늘 비는 안 오지만 이 자식들 골탕 좀 먹어봐라’는 심보로 말했다면, 우연의 일치로 비가 왔다고 해도 나는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평생 죄책감 속에 살다가 죽고 나서 신의 법정에서 기소당할 것이다. 결국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은 말의 ‘진실’이 아니라, 그 말을 할 때의 ‘진심’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저 사람에게 속이려는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또, 속이려는 사람이 너무 심취한 나머지 자기 자신마저 속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치의 선동가였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자신이 날조한 사건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일기에 적어두었다는 글을 봤다.

정계 은퇴를 번복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김대중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약속을 못 지킨 것인지,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김대중 그 자신도 모를 수 있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해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이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고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정치와 거짓말

노무현은 대통령에서 퇴임하고 고향으로 간 뒤, 여러 글을 쓰면서 대중과 소통하려고 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글은 ‘정치하지 마라’일 것이다.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정치, 하지 마라.’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고, 또 실제로 말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듯이 작은따옴표를 붙였다. 또 제목과 다르게 쉼표를 붙였는데, 쉼표가 있고 없고에 느낌 차이가 커서, 더 깊은 회한이 느껴진다. 노무현은 정치를 하는 것을 말리려는 이유를 여러 가지 꼽았는데 그중에 제일은 거짓말이었다. 일부를 옮겨 쓴다.

“정치인이 가는 길에는,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그리고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과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거짓말의 수렁, … 많은 사람들이 이 수렁에 빠져서 정치 생명을 마감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도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 많습니다. 무사히 걸어 나온 사람도 사람들의 비난, 법적인 위험, 양심의 부담,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말년이 가난하고 외롭습니다.

거짓말의 수렁-거짓말을 좋아하는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유권자나 참모들과 싸우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한 편으로는 상대방의 거짓말, 근거 없는 보도, 풍문에 상처를 입고 진실을 밝혀 보겠다고 발버둥치기도 하지만, 곧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감각이 무디어집니다. 고의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나중에 보면 거짓말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점차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마침내 거짓말에 익숙해집니다. … 정치인의 양심도 인격도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

노무현은 자기 말을 듣고 정치할 사람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언 아닌 예언을 했다. 정치가 없어질 걱정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걱정인 점은 정치를 향한 신뢰가 떨어져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마저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 또한 실현된 예언이 되어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노무현은 이 글을 쓰고 나서 두 달 뒤에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 글에서 적었던 것처럼 사람들의 비난, 법적인 위험(또는 위협), 양심의 부담을 안고서.

사사로운 정치, 해로운 거짓말

노무현의 글처럼, 정치에서 거짓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인가. 정치인들은 거짓말 앞에서 어쩔 방법이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절망뿐이다. 그런데 절망을 비집고 좀 더 생각해보자.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말이 아니라, 속이려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정말 화나는 것은 남들, 즉 국민을 속이고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정치인들과 그들의 거짓말들이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으니, 이 시대의 주요 정치인들 사례를 몇 개만 살펴보자.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이었고, 내란 우두머리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사람 위에 군림하려는 습성을 갖고 있다. 윤석열의 ‘측’이 2024년 12월 3일에 내란을 일으킨 뒤에 국회에서 4인 1조로 문을 부수고서라도 끌어내라고 한 것은 “인원”이 아니라 “요원”이라고 했을 때 깨달았다. 그때, “날리면”이 아니라 “바이든”이었구나! 이 사람들은 말장난을 해서 사실관계를 뒤트는 것이 습관이고 주특기인 것이다. 2시간짜리 계엄은 없다는 둥, 국회에 군대를 보낸 것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둥, 주옥같은 말들을 계속해서 내뱉고 있지만, 현장에 있던 군인들의 증언과 내란 공모자들의 흔적을 보면,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불법의 불법에 불법인 내란이고, 윤석열과 그 무리가 내뱉는 말은 거짓말의 거짓말에 거짓말뿐이다.

이준석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이지만, 당대표에서 쫓겨나고 나서야 “양두구육”이었다고 울먹이며 실토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속은 변변하지 않음을 비꼬는 말이다. 그래, 이준석은 알았을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감이 아니라 많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런데도 선거에서 이기고 권력을 잡기 위해 국민을 잘도 속였다. 뒤늦게 고백하는 것은 자기가 쫓겨난 일이 억울하고 복수심에 불타서 그런 것이지, 국민을 속였던 것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없다. 그래놓고서 나이 사십이 막 넘었다고 이번엔 직접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 말하고 다니니, 양상군자(梁上君子)3)의 심보가 아닌가.

이재명은 자타공인 차기 대통령 1순위이자, 대통합과 내통자를 배제하는 일 사이에서 고뇌하고, 기본소득도 하고 싶고 감세도 하고 싶으며, 진보였다가 중도보수가 되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재명은 2021년 국정감사 때, 백현동 개발 사업 부지를 용도변경한 것은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것이 대통령이 되려는 의도로 속인 것, 즉 거짓말이라고 했다. 또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 지금은 고인이 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했는데 나중에 같이 찍은 사진이 나왔다. 법원은 이것도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허위사실공표’는 아니라고 했다. 혹시나 싶어 묻는데, 이재명에 관한 판결 내용이 억울하거나 화가 나는가. 그렇다 하여도 법원 판결은 존중하고 따라야 하지, 행여나 법원을 침탈하거나 법관을 모욕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조국은 한때 지성과 진보의 ‘아이돌’(Idol, 우상)로 추앙받았다. 그래서 그런가. 조국을 이 시대에 고난당하는 예수라고 말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종종 옥중 서신을 쓰는 걸 보니 바울과 같은 풍모도 엿보인다. 조국은 자녀의 입시 비리에 관해서 최소 열다섯 번 이상 사과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다는 말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래서 법원 판결문을 찾아봤다. “자녀의 입시에서 유리한 결과만을 얻을 수 있다면 편법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되었던 점, 자녀 입시가 이어진 수년간 동종 범행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그 범행 방법이 더욱 과감해져 갔던 점을 고려하면 위 범행의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그 잘못을 인정하거나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그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혹시 화가 나는가? 그래도 존중하고 따라야 할 법원의 판결이다.

희망을 말하고 이루는 정치

정치는 총을 든 군인을 보내서 하는 게 아니라, 말로 하는 것이고, 그 말을 행동으로 입증하는 공동체적 행위다. 그러니까 말이 있어야 하고, 행동이 있어야 하며, 그 과정부터 결과까지 사적이지 않고 공적이어야 한다.

또한 정치는 필연적으로 현재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말하고, 미래의 모습을 희망적으로 말해야 한다. 마치 ‘하나님 나라’처럼! 아직 오지 않은 것을 이미 온 것처럼 말해야 한다. 그러니 정치의 말들은 필연적으로 거짓말이 될 위험을 갖고 있다. 거짓말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은 하나뿐, 뜻이 땅에서 이뤄지도록(마 6:10) 행동하는 것이다. ‘정치, 하지 마라’ 할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4) 거짓에 굴복하지 말고 진실로 거짓을 이기는(롬 12:21) 정치를 해야 한다.

나는 2023년에 독일 녹색당을 방문했을 때 위르겐 트리틴 의원을 만났다. 그는 1998년 녹색당이 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처음으로 정권을 잡았을 때 환경부장관을 맡아서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을 추진했던 사람이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기업에서, 심지어 연립정부 내각에서 가장 큰 공격 대상이 된 인물이, 녹색당 대표 정치인이자 정권의 2인자였던 요슈카 피셔가 아니라, 위르겐 트리틴이었다. 위르겐 트리틴은 기어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금지하고 기존에 있던 핵발전소의 수명도 제한하여, 오늘날 독일이 완전 탈핵에 성공하는 데 기초를 놓았다.

내가 위르겐 트리틴을 만났을 때는 독일 녹색당이 2021년 선거에서 승리해 역대 최다 의석을 얻고, 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과 함께 ‘신호등 연정’을 구성해 다시 정권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에너지 위기, 경기 침체, 그리고 극우 정당인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급부상으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이제는 한 명의 의원으로서 활동하는 그는 독일이 기후보호법에서 명시한 대로 2045년까지 완전한 탄소배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무심한 듯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저는 자신 있습니다.”

위르겐 트리틴 의원을 만나기 전까지, 독일의 여러 연구기관을 방문했을 때는 이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대부분 독일이 모범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두세 배나 더 노력해야 한다며 어려울 것 같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 위르겐 트리틴이 자신 있다고 하는 말은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사사롭지 않고 공적이었으며,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고 마침내 현실로 만드는 정치의 말이었다.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는 에세이 〈정치에서의 거짓말〉에서, 진실을 숨기거나 왜곡해서 대중을 속이고 권력을 강화하거나 유지하려는 것을 ‘정치적 거짓말’이라고 규정하고, 정치적 거짓말을 계속하면 사회의 신뢰가 붕괴되고 민주주의가 파괴되어 전체주의 정권이 등장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7분 이후로 지금까지 충분히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 아렌트는 “진리는 거짓에 대해 확고한 우선성을 갖고 있다”면서, 진실을 추구하며 정치적 책임을 다하라고 격려한다. 정치를 하려면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성서의 가르침은 늘 그렇듯 더 간결하다. 거짓말하지 마라(출 20:16), 거짓말하면 망한다(잠 19:9). 아멘.

■ 주

1) 웃기려고 만든 저속한 연극. 과장된 표현·노골적인 농담·우연성·황당무계함 등이 특징이다.
2) 부인(否認)은 인정하지 않는 것, 투사(投射)는 다른 탓으로 돌리는 것, 승화(昇華)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방어기제다. 백상창이 했던 질문의 요지는 이를 바탕으로 김대중에게 정체성과 공산주의와의 관계를 밝히라는 것이었지만, 여기서 소개한 거짓말이냐 아니냐는 내용이 훨씬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3) 들보 위에 군자라는 뜻으로, 도둑을 점잖게 이르는 말이다.
4)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그 어떤 상황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박제민
녹색정치의 독보적인 연구자다. 녹색당에서 정치를 했던 경험으로 바탕으로 《그래서 정치합니다》(2022)를 썼고, 그때 보고 들은 거짓말과 그로 인한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했지만 여전히 바라고 멈췄으나 계속 이어질 말들-절망의 정치, 희망의 언어》(2024)를 썼다. 녹색정치 전문 연구기관인 녹색정치연구소를 만들고 스스로 공동대표에 올랐다. 〈한국 녹색당 당원 의식조사〉(2023), 〈한국 녹색당의 성장 조건에 관한 연구〉(2023), 〈한국의 녹색정치 담론 형성과 정치세력화 과정 연구〉(2025)를 함께 썼다. 지금 읽는 필자 소개도 썼는데, 사실을 기반으로 희망을 많이 담았을 뿐, 거짓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