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의 사람

[414호 책방에서] 조희선, 《나이가 하는 일》(비공)

2025-04-25     이동식
나이가 하는 일 | 조희선 지음 | 비공 | 18,000원

수많은 저자 가운데 독자의 삶에 고착된 생각의 틀을 바꾸는 저자는 몇 명이나 있을까요? 제게는 그중 한 명이 이 책을 쓴 조희선 작가였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홍성사), 《몸을 돌아보는 시간》(사자와어린양)에 이어 《나이가 하는 일》을 읽어보면, 세 권의 에세이가 점점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세상에는 읽을 만한 에세이가 참 많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그 책들을 읽다 보면 ‘도대체 왜 읽어야 하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이가 하는 일》도 그럴지 모릅니다. 평범한 가족 이야기와 여러 책 이야기, 세상을 보는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더 멋지고 화려한 시간을 통과한 다른 저자들의 에세이와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기에 앞서 저자의 팬이 되었습니다. 저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서 그의 진심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책을 잘 쓰기 위해 가식의 가면을 쓰기도 하고, 서슴없이 왜곡을 첨가하기도 하지요. 그런 경우 멋진 글에 반했다가 실제로 저자를 만나 실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조희선 작가의 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는 ‘저자는 책과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예순을 훌쩍 넘긴, 저자를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이런 표현을 합니다. 그에게서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고. 《몸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알 수 있듯, 청년의 모습이 건강한 몸이나 넘치는 기운에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엔 그의 몸이 이미 많이 약해져 있으니까요. 그건 아마도 저자의 정신과 마음, 표정에서 오는 것입니다. 저자의 글과 말, 행동을 보면, 말로만 세상을 염려하고 사랑한다고 하는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보수적인 제 입장에서, 저자가 말하는 ‘기독교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땅한 시각과 태도를 전부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기도’에 관한 입장이나 여러 사회 이슈에 관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우린 함께 갈 수 없어, 나와 반대되는 입장이야’라고 했을 것들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그런 제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고 편협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함께’라는 가치와 존중을 배웠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진정 사랑한다면 ‘차이’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의 저자를 좋은 벗이자 어른, 스승으로 대하게 되었습니다. 염려하는 척, 사랑하는 척이 아니라 진심으로 염려하고 사랑하며, 작은 것이라도 시도해보려는 용기를 저자에게서 봅니다. 책 한 권과 한 명의 저자가 이렇게 다가왔다면, 이 책을 소개할 이유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동식
총신대학교 구내서점에서 10년 근무한 후,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있는 ‘상봉몰’(종합 기독교 서점)에서 고단한 밥벌이를 몸으로 수행 중! ‘독서는 즐겁게, 누구나, 읽을 이의 눈높이로!’라는 소신을 품고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