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합니다

[414호 책방에서] 정성은, 《궁금한 건 당신》(안온북스)

2025-04-25     이수진·김희송
궁금한 건 당신 | 정성은 지음 | 안온북스 | 16,000원

이 책에 관심이 생긴 건 독특한 저자 소개 때문이었어요. “최근엔 스탠드업 코미디에 빠져 ‘서촌 코미디클럽’을 차렸지만, 남을 웃기기보단 자신이 웃는 거에 관심이 많다.” 남을 웃기는 게 어디 쉽나요. 잘 웃는 것 역시 만만치 않죠. 저자는 이 어려운 두 가지에 모두 관심이 있다네요. 분명 재밌는 사람이 쓴 재밌는 책일 거라는 기대를 품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책은, 예상과 달랐어요. 배꼽 빠지는 개그 에피소드로 채워진 산문집일 줄 알았는데요. 인터뷰집이었어요. 그것도 일상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를 모았죠. 이 책을 내게 된 작가의 말이 반짝였어요. “한때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집 밖을 나가니 사람들이 주옥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받아적으며 세상이 더욱 궁금해졌다.” 내 이야기가 아니면 어때요. 우리 주변에는 영화보다 극적이며, 지금 당장 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없는, 눈물 나게 슬프고 웃긴 이야기가 넘치잖아요.

책 곳곳에 인터뷰어의 재치와 유머가 등장해요. 예를 들면, 택시 운전을 하는 인터뷰이가 먼저 질문을 합니다. 아가씨가 만나는 남자의 아빠가 택시 운전을 하면 어떨 거 같냐고요. 저자의 속마음과 대답을 옮겨볼게요. “이거 혹시 며느리 테스트? 나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대답했다. “완전 땡큐죠. 저 맨날 택시 타는데.””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다채로운 색깔이 드러나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프롤로그에서 “사랑하지 않으면 궁금한 일조차 없을지 모른다”고 하는데요. 늦은 시간 청소하러 온 부부를 인터뷰할 때, 일단 떡볶이를 만들어 대접한 마음은 분명 사랑이겠죠.

“당신이 궁금합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세요? “도를 아시나요?”라고 질문하는 사람 말고요. ‘나를 궁금해한 사람이 있었던가?’ 기억을 되짚어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잘 지냈냐는 안부와 특별한 일 없었냐는 인사를 받기는 하지요.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질문이 들어올 때도 종종 있고요. 하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일상을 물으며, 다정하게 경청하고, 더 깊은 세계로 들어가는 질문을 받아본 적은 흔치 않았던 것 같아요.

서로를 궁금해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봤어요. 아무리 즐길 게 많아도 지루하지 않을까요. 물론 우리에겐 자신을 지키고 돌보기 위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죠. 하지만 가족이, 이웃이, 친구가 나를 궁금해하면 좋겠거든요. 오늘 있었던 재밌는 일을 들려주고 싶어요. 당신에게 있었던 웃긴 이야기도 궁금하고요.

5월입니다. 가까워서 굳이 궁금해하지 않고, 멀어서 묻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말을 걸어 봐야겠어요. 아버지, 당신이 궁금합니다. 아버지께서 읽으실 걸 알기 때문에 이번 호 글을 이렇게 마무리한 게 아님을 정확히 밝힙니다. 당신이 궁금하다는 질문만으로도 하루치 웃음을 챙길 수 있을 겁니다. 분명!

이수진·김희송
경기도 연천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빵집이자 동네책방, 그리고 여행자들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인 ‘오늘과내일’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