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구금이라는 명백한 죄악 앞에서
[415호 법의 길, 신앙의 길]
아이들과 이방인과 갇힌 자들을 염려하시는 하나님
성경은 ‘갇힌 자’와 ‘이방인’과 ‘아이’들에 대한 배려와 염려를 자주 드러낸다. 복음의 핵심이 관통하는 지점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 대한민국 땅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외국인 아동의 구금’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널리 알려진 성경의 언급들을 상기해본다.
“내가 … 나그네 되었을 때에 [너희가] 영접하였고 …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 25:35-40)
“너희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너희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 받는 자를 생각하라” (히 13:3)
“너희는 너희 땅에 사는 외국인을 학대하지 말고 그들을 너희 동족같이 여기며 너희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한때 이집트에서 외국인이었음을 기억하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이다.” (레 19:33-34, 현대인의성경)
“사람들이 예수께서 만져 주심을 바라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매 제자들이 꾸짖거늘 예수께서 보시고 노하여 이르시되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막 10:13-14)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 (마 18:5)
이주 아동 구금을 설명해야 하는 현실
설명이나 설득이 필요 없는 원칙이 있다. 그 원칙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닿아있으며, 잠시만 생각해봐도 그것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해악은 너무도 뚜렷하다. 반면, 그것을 침해함으로써 얻는 유익은 비교가 무색하게 작다. 우리가 흔히 인권이나 기본권이라 부르는 것들이 그러한데, 성경은 우리가 ‘인권’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기 전부터 그것들을 염려하고 배려해왔다.
‘이주를 이유로 한 아동의 구금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필요해서도 안 된다. 이는 우리가 ‘인권’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기 전부터 성경이 염려하고 배려해온 것들로, 실상 ‘이주 아동에 대한 국가기관의 학대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존재를 떠올려보자. 거기에는 분명 ‘구금된 외국인 아동’이 있을 것이다. 가히 취약함의 교집합과도 같은 그들이 혹시 ‘존재’한다면 말이다.
대한민국의 외국인보호시설1)에는 이주 아동들이 구금되어있다. 안타깝게도 이주 아동의 구금은 이제까지 한 번도 근절된 적이 없다.
2025년 대한민국은 ‘이주 아동 구금 절대 금지’를 외치고 설명하며 설득해야 하는 곳이다. 필자가 속한 사단법인 ‘공익법센터 어필’은 여러 시민사회 활동가와 협업하며 이주 아동 구금 근절을 도모하고 있다.
이주 아동 구금이 가능한 법제도
이주 아동의 체류와 구금을 관장하는 출입국관리 법령에는 이주 아동의 구금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금지가 당연하기 때문에 없는 것이 아니다. 아동을 구금할 수 있고, 때론 그 구금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없다. 출입국관리법 제56조의3은 ‘피보호자’(정확히 뜻을 풀면 ‘구금된 외국인’)가 “19세 미만인 사람”이라면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조문의 제목은 ‘피보호자 인권의 존중 등’, 그러니까 19세 미만 아동을 구금은 하겠으나 ‘특별히’ 구금하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현행 출입국관리 법령은 14세 미만의 아동이 자신의 사유와 무관하게 부모의 구금을 이유로 동반 구금이 가능한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소위 “14세 미만 동반자”로 분류되는 이 아동들의 구금은 외국인보호규칙(법무부령 제1038호)에 근거하고 있다.
외국인보호규칙 제4조 ②청장 등은 보호외국인이 14세 미만의 어린이를 부양하고 있고 보호외국인 외에는 그 어린이를 부양하려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 한정하여 그 어린이가 보호대상이 아니더라도 보호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도록 허가할 수 있다. 다만, 3세 미만의 어린이는 보호외국인 외에 그 어린이를 부양하려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그 친부모인 보호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도록 허가할 수 있다.
이 규정은 마치 ‘자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인도적 고려를 반영한 특별한 동반 생활 허용’인 것처럼 쓰여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14세 미만 아동을 부모와 함께 구금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이다.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시설에 구금된 외국인 부모는 그 중대한 취약성으로 인해 ‘보호외국인 외에 그 어린이를 부양하려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런 상황에서 동반 구금을 ‘수인’하는 부모의 ‘동의’란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몽골 3세 아동 구금 사건의 전모
이주 아동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이 시스템이 사실상 ‘죽어있는’ 법제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실상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2023년 4월 공익법센터 어필은 몽골인 커뮤니티 단체로부터 몽골 아동(A)과 그 아버지(B)의 구금 및 강제 송환 소식을 들었다. 그달 2일부터 20일까지 3세 아동(2020년 6월생으로 구금 당시 2세 10개월)이 친부와 함께 수원출입국 지하 보호실 등에 구금되었다가 몽골로 강제 출국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고 조사해본 결과 구체적인 경위는 이러하였다.
①친부 B는 임신한 아내와 함께 2020년 2월 한국에 입국. ②코로나19 확산으로 귀국이 어려운 상태(몽골 정부는 해외 거주 중인 자국민의 입국도 거부하는 강력한 방역 정책 시행)에서 2020년 6월 A를 미숙아로 출산. A는 뇌 등에 문제 있는 상태로 태어나 대학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있었음.2) ③미숙아 출산, 중환자실 입원에 따른 3천만 원의 치료비 청구로 위기에 직면한 B는 체류기간 도과 후에도 남은 치료비 570만 원(분납 허락)을 갚고 A를 정기적으로 진료받게 하기 위해 미등록체류함. 산후우울증을 앓던 아내는 A, B를 떠남. ④A를 홀로 키우던 B는 2023년 4월 2일 아이의 음식을 사기 위해 지인에게 잠시 아이를 맡기고 차를 빌려 운전하고 가다 무면허운전으로 단속을 당함. ⑤위 지인이 A를 수원출입국에 인계, 해당 공무원은 B에게 아들 A와 함께 구금될 것에 동의하는 취지의 서면을 받음. B는 A를 돌볼 위탁기관이나 어머니(아내) 등을 찾아달라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음. ⑥아동 A는 3일간 친부 B와 지하에 있는 격리시설에 구금되었다가 보호시설로 이동. ⑦B는 4월 5일 보호의 일시해제를 신청하였으나, 출입국은 4월 12일 ‘A에게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고 기타 중대한 인도적 사유의 존재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호일시해제 신청을 불허함. ⑧지하실 격리, 보호시설 구금 등 달라진 환경과 음식, 분리되지 않은 화장실과 유아용 변기 부재 등으로 아동 A는 변비와 배앓이에 시달리고 감기몸살이 생겨 외부 진료를 받음. B는 수갑, 포승 등 구속 장치를 채운 모멸적 상태에서 사람들이 있는 소아과에서 A를 외진. 구금 17일 차가 되자 A는 아예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건강이 급격히 나빠짐. ⑨B는 4월 19일 아동 구금을 알리고 보호해제를 구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에 제출. 한편 아동 A는 5월 4일 ㅇㅇ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예약된 상태였음. ⑩B는 4월 20일 오전,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준다는 설명을 듣고 짐도 챙기지 않고 나왔는데, 직원들이 방에 놓아뒀던 짐을 모두 차에 싣고 인천공항으로 향함. A, B는 공항에서 공무원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몽골행 비행기 승객들이 모두 탑승한 후 태워져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몽골 공항에 데리러 올 사람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이야기를 들음. B는 사법적 구제 방안을 찾을 겨를도 없이 퇴거당함.
세상에 알려진 몽골 아동 구금 사건
공익법센터 어필은 이 사건 직전인 3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출입국관리법상 무기한 구금과 적법절차 부재를 위헌이라고 결정하였음에도 출입국이 영아인 아동을 구금하고 보호일시해제도 기각한 관행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이에 보호소 CCTV 영상 확보 및 국가배상청구 검토, 여론 환기 등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보호소 CCTV 영상이 단기간 내 삭제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어필’은 상담 후 신속히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하였다. 동시에 아동의 친부 B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한 것을 활용, 위원회에 연락하여 해당 보호소가 관련 영상을 삭제하지 않도록 조치를 구하였다. 어필은 법원의 증거보전 신청 인용에 힘입어 6월 초 CCTV 영상 열람 및 복사를 통해 4월 2일부터 20일까지의 영상을 확보하였다. 이 영상 일부는 유튜브 〈한겨레 뉴스룸〉의 ‘몽골 3살 아동, 어른들과 같이 외국인보호소 구금 뒤 강제 출국 논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출입국관리(이주)를 이유로 한 아동 구금 금지에 관한 명확한 입법과 실무 지침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 필요한 접근은 이 사건을 널리 알리는 것이었다. 아동 구금이 얼마나 인간의 정서와 양심에 반하며 해당 아동에게 어떻게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국가기관의 아동학대가 실무와 관행으로 용인되는 현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에도 나아질 기미 없이 존재하는지를 알려야 했다. 그렇게 언론사 접촉이나 기자회견을 고려하던 중 〈한겨레〉, 〈MBC〉 등의 언론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취재에 응하였다. 몽골 아동 구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들만 보아도, 제목만 보아도 이주 아동 구금이 실제로 작동하는 세계와 그 반응을 엿볼 수 있다.
‘아픈 3살 애를 창문 없는 지하에…법무부가 가뒀다’〈한겨레〉(2023.6.13.)
‘“고개 처박고 식사도 못 해”‥19일 갇힌 2살 몽골 아이’〈MBC〉(2023.6.14.)
‘유엔 협약은커녕 100년 전보다 못한 법무부 ‘3살 아동 구금’’〈한겨레〉(2023.6.15.)
‘3살 아동 구금이라니… 한국 난민지원정책, 고문에 가까워’〈오마이뉴스〉(2023.6.15.)
‘법무부는 앞으로도 3살 아이를 계속 구금하겠다는 건가요?’〈한겨레〉(2023.6.16.)
정부의 변하지 않는 태도
법무부는 이 아동 구금 사건 보도에 대해 단지 ‘사실관계를 정정’하는 목적과 ‘규정대로 했으니 문제없다’라는 취지의 보도 설명문을 냈다. 정부 입장은 6월 16일 자 기사 ‘법무부는 앞으로도 3살 아이를 계속 구금하겠다는 건가요?’를 인용하면서 자세히 반박하였다.
법무부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14세 이상의 이주 아동은 특별한 제한 없이 구금하나, 14세 미만의 이주 아동은 실무상 구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제20-22차 국가보고서(2022.6. 제출) 단락 80번).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부모와 동반 구금되는 14세 미만 아동들의 문제는 그대로이다.
최근 국회를 통해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구금된 14세 이상 18세 미만 아동은 300명, 부모와 함께 구금된 14세 미만의 아동은 118명에 달한다. 2023년 6월 몽골 아동 사건을 세상에 알리며 부디 실무상으로나마 최소한 14세 미만 아동 구금은 근절되기를 바랐으나, 2023년과 2024년 8월까지 30명의 14세 미만 아동이 구금되었다.
아동 구금이라는 명백한 해악을 막아서는 날까지
연구들에 따르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아동은 우울, 불안, 수면장애, 식욕부진, 체중 감소, 행동장애 등 정서적·신체적 증상을 겪는다. 자살과 자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인은 구금 이후 정신질환 발병률이 3배 증가하지만, 아동은 10배 가까이 증가하며, 구금된 아동의 약 3분의 1은 외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이주 아동의 구금이 항상 아동의 최상의 이익 원칙에 반하므로, 최후의 수단으로조차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2018년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2023년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각각 반복적으로 한국 정부에 이주 아동 구금 금지를 법제화하고 아동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를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4년 6월 동일한 취지의 제도 개선 권고를 내렸다.
• 구금이 아동에게 미치는 인권침해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아동 구금 금지 조항을 신설할 것
• 아동이 보호조치 된 부모와 사실상 함께 구금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호자의 구금 여부를 판단할 때부터 ‘아동 최선의 이익’을 반영하도록 규정을 마련할 것
이처럼 이주 아동 구금이 절대 금지되어야 함이 명백함에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행 출입국관리 법령은 아동 구금을 허용하고 양산하고 있다. 사문화(死文化)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아동 구금 금지 및 아동 최선의 이익 고려 원칙을 반영한 개정 입법이 필요하다.
다행히 현재 제22대 국회에는, 공익법센터 어필 및 이주 아동 구금 금지 법제화 운동을 추진해온 시민사회의 노력에 힘입어, 18세 미만 외국인 아동의 구금을 금지하고 아동이나 부모에게 주거 제한 등의 구금 대안을 가능하게 하며, 적절한 지원과 조치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되어있다(의안번호 2207407 조정훈 의원 등 10인). 범야권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개정안이 발의되면 실제 논의와 법률안 통과가 더 원활해질 것이기에 아동 구금 금지 개정안이 발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땅에 이방인이자 아동이자 갇힌 자로 마주하는 자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이주 아동 구금이 ‘근절’되도록 하루속히 개정 법률이 통과되기를 염원하며, 독자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1) 외국인을 ‘보호’하는 시설로 작명되었으나 실상은 ‘구금’ 시설이다. 외국인들은 체류 기간 초과나 비자 조건 위반 등의 출입국관리법 행정 사유로 외국인보호시설에 구금된다. 헌법재판소가 2023년 위헌이라고 선언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의 ‘무기한’ 보호 규정에 관한 결정은, 이 ‘보호’가 명백히 구금, 즉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처분임을 분명히 하였다(2023. 3.23. 선고 2020헌가1, 2021헌가10(병합) 결정).
2) 의사 소견서에 따르면 아동 A는 “출생 시 미숙아 호흡곤란 증후군과 지속적인 폐동맥 고혈압으로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치료했던 환아로, 입원 중에도 뇌 내 이상 소견과 기흉 등 합병증이 발견되어 추가적으로 ◯◯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분과로 추적 관찰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아”였고, 어린이집 제출 소견서에는 A가 “잦은 감기, 몸에 두드러기 등이 자주 발견”되었고, “아이는 명랑하고 똘똘했지만 자주 병치레를 해서 힘들어”했다고 적혀있었다.
이종찬
공익법센터 어필 상근 변호사. 대한변협 난민이주외국인 특별위원회 및 국제인권위원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2013년 변호사 업무를 로펌에서 시작하였고 사내 변호사를 거쳐 어필에 정착하였다. 어필에서 만나는 취약한 외국인들은 그전까지 변호사로서 만났던 수많은 고객과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돈도 없었지만, 언어도 없었다. 사회적 지위는 물론 체류 자격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어필이 시민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덕분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