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서 읽는 말씀, 교회, 신학
[416호 에디터가 고른 책] 《묵상과 적용》 외 4권
성경을 묵상하는 목적은 말씀대로 살기 위함이다. 매주 설교를 듣고 매일 성경을 읽어도 삶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성경을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묵상과 적용을 해야만 삶이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정확한 개념과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 형식의 묵상과 적용을 소개한다. 이 중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면, 묵상에서 적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문제지가 있으면 해설지도 필요한 법. 무엇이든 처음에는 연습이 중요하다. 성경 옆에 이 책을 함께 두고, 묵상할 때마다 꺼내어 읽기를 추천한다. 말씀이 ‘그때 그 장소’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체험을 하기를 바라며.
저자는 교회를 거룩하고 이상적인 공동체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의 거울을 세워, 교회사의 민낯을 비춰준다. 역사 속 교회는 신앙의 이름으로 권력을 휘두르거나, 소수자를 외면하거나, 반지성주의에 물들기도 했다. 기존 교회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렇게 ‘거꾸로 된 시선’으로 읽다가 보면, 자연스레 오늘날 교회의 행보에도 의문이 생긴다. 교회는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나?
교회는 완전한 공동체가 아니지만, 실패를 기억하기에 희망이 있다. 저자는 교회가 역사를 정직하게 마주하고, 성찰과 반성을 통해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가 고통받는 자와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는 자와 함께 눈물 흘리며, 복음의 능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로 불리는 이유는 환대 덕분이다. 환대는 초대교회 성장의 원동력이자 기독교가 세계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 하지만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사회에서 환대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저자 또한 공동체의 정체성과 개방성 사이의 줄다리기, 문화적 긴장, 타자에 대한 경계심 등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다. 그럼에도,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섬김의 자세와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고전 13:8, 새한글)라는 약속을 붙들고 환대하기를 권한다.
환대는 사람과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환대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변모해가며 타인 역시 하나님의 형상으로 대하게 된다.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바뀌는 ‘자기 벗겨 내기’(unselfing)는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삶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환대의 관점에서 주객이 전도된다는 말은, 갑을 관계의 역전이 아니라 사랑과 은혜로 쌓아가는 관계의 재구성인 셈이다.
이 책은 교회와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말로는 사랑과 은혜를 외치지만, 갈 곳 없고 힘없는 이들을 배척하고 혐오한다면 빈껍데기 신앙이 아닐까. ‘공동체’의 벽이 높아지고 ‘우리’의 범위가 점차 좁아지는 시대, 환대야말로 모든 문제를 아우르는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고전문학 《데카메론》을 현대 시각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앞에 소개한 《거꾸로 읽는 교회사》의 필자가 주도한 책으로 열 명의 화자가 전하는 열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N번방, 저널리즘, 공중보건 등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은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잘 보여주는 주제다. 역병처럼 퍼져나가 사회를 병들게 하는 문제들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 물음은 세상이 교회를 향해 던지는 질문이며, 다음 세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2021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거듭 새로운 현실을 직면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에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다소 무거운 내용이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모르는 게 약이다? 아니, 알아야 낫는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새로운 시대의 격풍을 맞고 해체되거나 무너지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교회에 특별한 비전을 제시하는 책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에 몸을 맡기듯 자연스럽게 함께 가자는 이야기다.
기독교의 본질은 거룩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교제에 뿌리를 둔 공동체 자체다. 본질을 지키되 다양한 문화에 맞춘 여러 교회 모습으로 변화하며, 기존 성도들과 교회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새로운 교회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차에녹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