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파헤치기

[416호 내향인의 마음 탐구 생활]

2025-06-30     이승은·정민호

세 번의 연재를 하면서 구글 설문으로 피드백을 받았다. 1편은 1개, 2편은 3개, 3편은 1개가 들어왔다. 이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다만 필자들이 내향인 중의 내향인이라, 그동안은 바로 답신을 드릴 ‘용기’는 내지 못했다. 한 텀 쉬어가며 용기 내어보기로 했다. 용기 내주신 분들의 귀한 속마음을 필자들만 보는 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허락을 구해 지면에 옮긴다.

1편 ‘가족’(4월호)에 보내준 속마음

“좋았어요. 각기 다양한 삶을 사는 필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걸 묻고 싶었어요. 다양한 경험과 직업,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복음과상황’이라는 공동의 책을 읽으며 같은 주제 의식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승은: 저희 글을 읽어주시고 질문을 던져주시다니,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네요. 계속해서 복상에서 하나의 공동체로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의 방식, 가치관을 굽히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는지도 궁금해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던데, 살다 보니 누군가에 정을 맞고, 빈번하게 꺾여버리는 게 많잖아요. 비주류 기독인으로서 살아가는 고민을 공유하면 아주 조금은(?) 빈곤한 마음이 풍요로워질 것 같기도 합니다.”

승은: 저는 반대로 ‘꺾일 수도 있다는 마음’도 살아가는 비법 같아요. 내가 꺾이지 않길 바라는 것은 나를 사랑해서일 텐데, ‘중꺾마 정신’을 붙들게 되면 꺾인 나를 감싸안기 어려워지잖아요. 가끔은 굽어지고 늘어지면서 매일을 지켜가는 것, 그런 나를 잘 마주하며 견디는 것이 제 삶의 비법입니다. 실수한 만큼, 후회해본 만큼 우리는 더 견고해질 테니까요! 

2편 ‘다정’(5월호)에 보내준 속마음

“모르는 분들의 이야기지만 내적 친밀감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민호: 저도 내적 친밀감이 느껴집니다.

“민호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됐습니다. 화가 나면 그동안의 배려를 무기 삼아 되갚아주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저의 모습을 깨달으면서 피식 웃었네요.”

민호: 우리는 ‘조건부’ 배려를 베풀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얘기를 지면에 더 나눠야겠습니다.

“다정한 사람이 이상형이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진 지라, 재밌게 읽었어요.”

승은: 저랑 이상형이 같으시네요.

“다정은 나와 타인 사이에 쌓아 올린 감정의 담, 선입견의 담을 허물고 다가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너진 담에서 불어올 바람이 훈풍일지 삭풍일지 몰라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탐험을 떠나는 것이 다정 아닐까요?”

승은: 독자님의 다정이 제겐 용기일지도 모르겠어요. 이타적인 마음은 닮은 구석이 많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고요.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곱씹게 되네요.

“다정은 경청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서 틀린 건 없다며 다름을 인정하지만 실상 너는 너, 나는 나라는 관념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태도가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사랑, 정, 인류애라는 단어가 생소해지는 때가 됐더라고요.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이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다정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  승은: 다정의 본질을 다루는 사회가 있다면 외로운 사람이 조금은 줄어들 거 같아요. 같이 사는 세상이란 걸 우리는 왜 이리도 자주 잊는지….

“다정은 상대를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과 표현(말, 행동)이 아닐까요?”

└  승은: 맞습니다! 애틋한 존재에게 어울리는 표현을 잘 해내는 것은 정말 다정한 일이어요.

3편 ‘용기’(6월호)에 보내준 속마음

“주제가 와닿아요. 제게 필요한 단어가 반복되어 나와 더 좋네요.”

민호: 계속 주제를 찾겠습니다. 내향인들의 심금을 울리는….

“모래를 두 손으로 펴서 쓸어 담듯 손에 용기를 펴서 온몸에 비벼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은데, 끝내 가지지 못해 슬픈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저와는 거리가 먼 단어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랑하는 것도, 용기를 내는 것도 모두 애써야만 하는 것이라는 승은 언니의 이야기가 담백한 위로가 됩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겁부터 나는 건 사랑할 때와 용기를 낼 때 모두 마찬가지네요. 저는 겁이 많은 사람인데, 사랑을 하는 것도, 용기를 내는 것도 지금보다 더 많이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승은: 모래를 온몸에 용기로 비빈다는 표현 자체만으로도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느껴져 뭉클하네요. 때로는 나의 노력도 잘 알아주고 돌봐주면 좋겠어요! 겁내는 것마저 사랑 때문이란 것을… 사랑이 많은 자신을 더 많이 아껴주어요.

“필자님들에게 ‘글을 쓴다는 의미’를 듣고 싶습니다.”

승은: ‘나’를 주제로 하는 다음 호 글에서 계속됩니다…. 투 비 컨티뉴….

이승은
본지 독자위원. 엄마에 의하면 자아가 건강한, 아빠에 의하면 생각을 잘 묘사하는 사람이다. 기독교 대안학교를 다니며 길러진 사회성 덕에 E(외향형)냐는 오해를 받곤 하지만, 최측근은 모두 내향인이란 사실을 긍정한다. 사람을 사랑하기 어려워서 관찰하기를 습관처럼 하다 보니 자주 글을 쓰게 됐고, 쓰다 보니 주어진 삶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매일 반복되는 자기 검열과 자기 긍정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인 4년 차 직장인.

정민호
본지 기자. 신비로운 일들은 가까운 곳,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진다고 믿는다. 개신교 월간지를 만들며 조심스레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