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독자모임 참관기

[416호 독자 통신]

2025-06-30     강동석
 ⓒ복음과상황 정민호

강원도 원주 지역 복상 독자모임은 2023년 봄에 처음 모였다. 인문학적 교양의 필요성이 요청되는 시대, IVF(한국기독학생회) 학사들이 학생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만든 모임이라 했다. 현 원주 IVF 박순영 대표간사가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원주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동아대 IVF 출신 성서유니온선교회 강원지부 총무 이준호 목사를 찾아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외지인이 지역의 소식에 밝으려면 그곳의 활동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 박순영 간사는 이준호 목사를 통해, 원주 혁신도시에 남우교회를 개척하고 북카페 책봄을 운영하는 이태진 목사를 소개받았고, 이 만남이 독자모임으로도 이어졌다.

박순영 간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한 5월 30일이 마침 모임 날짜여서 복상 기자들도 참석했다. 복상지기인 이태진 목사의 지인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된장정식집 ‘한고을’에서 식사한 후, 본지 5월호를 들고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연세플라자에서 모인 이날은 다섯 명이 참여했다. 평소 두세 명이 더 참석한다고 들었다.

5월호 특집 ‘악’을 중심으로 2시간 가까이 이야기가 오갔다. 모임은 악(惡)의 국어사전적 정의와 한자로서의 의미, ‘죄’와 ‘악’의 차이 등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되었다. 이태진 목사는 “내 생각이 꽉 차서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는 상태”가 악에 가깝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끝나지 않는 내란, ‘악의 평범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이어가다, 연세대 미래캠퍼스 박서현 학생이 단순히 국가의 손익 계산으로만 전쟁을 대하는 국제정치학 관점에서의 악 이해를 환기하며 논의가 뻗어갔다. 이준호 목사는 인간 안에는 선과 악이라는 개 두 마리가 있다고 말했다. 둘이 싸우면 먹이를 많이 준 쪽이 승리한다면서, 김성신 출판평론가가 쓴 5월호 특집 글 ‘결코 포기해선 안 되는 질문, 악(惡)에 대하여’ 마지막 구절로 이야기를 갈무리했다.

이준호 목사는 중간중간 아재개그로 몇 명이 웃었는지 세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고, 이태진 목사는 17년 쉼터 목회 경력 덕분인지 사람을 환대하는 데 익숙해 보였다. 두 목사는 모임에 오는 이들에게 밥 사는 것이 자신들 역할이라며, 모임 후 박순영 간사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사코 막국수를 사주었다. 이날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본지 5월호 종이잡지에 이리저리 붙어있는 북마크들, 페이지마다 그어진 온갖 밑줄이었다. 더 정성껏 콘텐츠를 고민하며 잡지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치열한 읽기의 흔적들이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