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찾아보기
[416호 월간 에디터의 도전]
이 세상에 상업적인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상업성은 없어도, 대중에게 관심을 못 받아도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독립영화의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1] 안녕, 평화 ― 세 사람이 들려주는 한반도 평화 이야기
지난해 실시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6.9퍼센트로,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았다. 통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시점에 재단법인 한빛누리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제작한 특별 다큐멘터리다.
주인공은 세 명. 모두 출생지가 다르다. 북한에서 태어난 박예영 씨. 연변에서 나고 자란 박영춘 씨. 대구가 고향인 이원정 씨.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세 사람은 함께 분단의 흔적이 남은 장소들을 찾는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이 마주보는 곳이다. 비석에 새겨진 문구가 인상 깊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앞에 보이는 산천은 의구하기만 한데 지척의 고향은 세상 어디보다 멀기만 합니다.”
대련은 북중 접경지역 단동으로 가는 길목이면서, 많은 탈북민이 정착하는 곳. 오래전부터 우리말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동포들이 살았다.
단동에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압록강 단교가 있다. 강 너머로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북한의 모습. 이곳은 이원정 씨로 하여금 통일에 대한 마음을 열게 해준 장소이면서, 박예영 씨가 붙잡혀 북송되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누나가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박영춘 씨의 목소리가 간절하다.
일행은 마지막 행선지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올랐다. 탁 트인 북녘을 보며 애타는 심정을 고해본다.
“아따, 그냥 하나님이 손 대시면 빨리 안 될까.”
“주님 듣고 계십니까?”
이 여정을 통해 타지에서 동포들이 받았던, 여전히 받고 있는 차별과 오해를 들여다본다. 분단이 남긴 상처는, 이 땅에 깊은 흉터로 남았다. 이 아픔이 치유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이 제시한 해답은 사랑. 평화로 나아가려면 먼저 우리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교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 된 ‘원 뉴 코리아’에서 ‘뉴 코리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8천만 겨레와 7백5십만 디아스포라의 몸짓이 있다면, 견고한 분단의 벽을 깨고 통일의 새바람을 몰고 오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차에녹 기자
[2] 상괭이야, 동백숲아, 나그네새들아 ― 가덕도신공항과 환경영향평가
가덕도신공항 건설. 어떤 채널로 이 이슈를 접하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 뉴스 진행자를 통해서든, 포털 기사나 네티즌의 댓글, 시민단체 목소리를 통해서든. 올해 5월, 영화로도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싼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뉴스에서 보여주지 않는, 가덕도의 아름다운 생태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상괭이, 동백숲, 나그네새들….
토종 돌고래이자 멸종위기종인 상괭이가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물 위로 구른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저릿했다. 신공항이 건설되면, 이 상괭이들은 어디로 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신공항이 들어서게 될 곳은 부산시에서 유일한 대규모 면적의 동백군락지이기도 하다. 온화하고 따뜻한 부산 지역에서 유일하게 원형 식생을 지켜온 곳이다. 학술적으로도, 자연환경 보전 측면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부산대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이런 지역을 개발의 논리와 경제적 이유로 훼손해도 좋은가 묻는다.
영화를 보면 가덕도신공항 진행 상황을 찾아보게 된다. 이 일이 어떻게 추진될지 모른다.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 간 계약은 무산된 상태.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국민소송단을 꾸려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신공항 건설 기본 계획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영화는 김현욱 집행위원장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끝이 난다.
“우리 모두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은 반드시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도요새와 물떼새들이 찾아오고 겨울이 다가오면 고니를 비롯한 다양한…”
상영 시간 13분. 유튜브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정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