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야 사랑해
[416호 내가 매월 기쁘게]
지난 호를 조심스레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웃음을 터트리더군요. 다만 회심의 한 방이던 ‘오코노미야키’ 이야기보다는 ‘심상정’ ‘니×시×’ 에피소드가 웃겼다고 하더라고요. 이런저런 후기를 들으니 유머 자신감이 차오를 뿐 아니라 설렜습니다! 한편 첫 회에 모든 진액을 쏟은 게 아니냐는 피드백도 있었어요. 부인할 수 없어서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마음을 비우자며 되뇌다가, 뒷북인 감이 없지 않은 불교 굿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티셔츠가 뭔지 아시나요? 불교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해진 이유 중 하나, 바로 ‘해탈컴퍼니’의 티셔츠입니다. ‘깨닫다’와 ‘중생아 사랑해♥’ ‘응~수행정진하면 돼~’ 등 피식 웃음이 나오는 문구가 가슴팍에 적혀있는데요. 사실 저는 저 ‘깨닫다’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도 몰랐어요. 그러다가 ‘즐겁다’ 티셔츠를 알게 되었고요(이것도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은 “이건 왜 ‘마참내’지? 오타 아닌가?” 중얼거렸는데요.
사무실에서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친절하게 알려 주더라고요.
“오타 아니고, 이 사진으로 유명해진 거예요.”
“이 사진이 왜요?”
“왜라고 하신다면…”
그거 아시나요. 길게 설명하는 순간부터 ‘밈’(meme, 인터넷 유행어)의 세계에서 멀어진다는 걸요. 그래도 구구절절 매달려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요즘 친구들(!)의 유행이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분을 위하여 저 이미지에 대하여 길게 설명을 쓰다가, 다시 지웠어요. 인터넷 검색창에 ‘마참내’를 찾아보시길!
다시 불교 굿즈로 돌아오자면, 이 (알다가도 모를) ‘즐겁다’의 맥락에서 ‘깨닫다’가 유행한 건데요. ‘해탈컴퍼니’의 티셔츠와 스티커가 불티나게 팔리며, 너도나도 ‘힙한 굿즈’를 얻고자 불교박람회로 달려갔습니다. 올해 4월이었는데요. SNS에서 여러 번 노출되는 굿즈 인증샷을 보니 저도 마음이 설레더라고요. 이 재밌는 상품을 만든 이가 누구일까 궁금해졌어요. 인터뷰를 찾아보니, 글쎄 아버지가 스님이라 불(교)수저이신 젊은 피! 주여진 사장님의 작품이었습니다.1) 와. 대단하고 부럽더라고요. 특히 이 부분이요.
불교 용어로 ‘108배’는 들어봤는데 ‘3000배’라뇨. 부럽네요. 그리고 이런 게 유행이라는 것을 ‘깨닫다’!
뭐 그래도 〈복음과상황〉이 기독교 월간지인데, 불교 이야기만 하고 글을 맺기가 멋쩍네요. 우리가(?) 내세울 만한 밈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 고민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 최고의 아웃풋은 이거 같더라고요.
어느 교회의 4여선교회이시죠? 존경합니다. 티셔츠로 만들기보다는 저도 가서 ‘전’하고 먹고 싶네요. 전 부치는 교회 바자회 일정이 생기시면 저 좀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복음과상황〉 독자분 중에는 없으실 것 같지만, 혹시라도 불교 이야기에 마음이 불편한 분이 있다면 화살을 오롯이 제게로 돌리시길 바라고요. 예수의 힙함인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를 떠올리며 불교 굿즈 패러디로 글을 맺겠습니다. ‘독자야 사랑해♥’ (‘독생자야 사랑해’ 아니에요.)
배한나
웃긴 사람으로 비춰지고픈 반내향인. 기독교 단체를 맴돌며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다. 현재는 청어람ARMC에서 일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