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쇄신을 위한 책
[417호 에디터가 고른 책] 《명랑 주교 유흥식》 외 4권
한국인 첫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 추기경 인터뷰집.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며 “정의에는 중립이 없습니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주십시오”라고 발언해 주목받기도 한 그는 ‘친교의 사람’이라고 알려져있다. 늘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로 그의 하루를 엿본 적이 있다. 스치듯 만난 바티칸의 정원사와 정담을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금 만나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진심인 신앙의 사람이다. 그의 말은 무뎌진 신앙을 일깨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맞지 않아요. 누군가를 만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이 사람에게 집중하는 거예요.”
“일단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그를 사랑할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기도를 통해. 그리고 만나게 되면 먼저 상대방의 말을 듣습니다. 그의 말을 따라가면서 듣다 보면 제가 해야 할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요.”
“예수님은 단순히 사랑하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지요. 사랑은 사랑을 부릅니다.”
“삶의 작은 것들은 작은 미소 한 번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사랑을 실천하다 보면 미소가 번지지요. 미소가 번지면 삶이 재미있고, 신나고 명랑해집니다. 그 명랑함은 다시 사람들에게 전염됩니다.”
십계명 중 “너희는 주 너희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출 20:7)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하나님의 이름을 새긴’ 이들의 삶에 주목하는 책. 특히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율법을 받고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하는 ‘시내산 내러티브’을 중심에 놓고 신구약 전체를 통으로 엮어내는 솜씨가 인상적이다. 어느 본문이든 자기 삶을 예시로 덧붙여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가 신진 구약학자이기 때문인지, 십계명을 둘로 나눠 ‘하나님에 관한 계명’과 ‘사람에 관한 계명’으로 구분해서 읽는 것을 비롯해 성경에 관한 통념적 해석을 바로잡아준다. 구약을 통해 신약을 읽었을 때 얻는 풍성한 해석의 은혜도 맛볼 수 있다. 종국에는 시내산 율법과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관계도 연결하면서 ‘이름’을 지니는 삶의 책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교회=샐러드’라고 말한다. 다양한 유형의 구성원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라는 것. 초기 기독교 가정 교회 사례로 보자면, 수공업자·노예·세입자·해방노예·노숙자·이주노동자가 한자리에 모였으리라. 곧 저자는 “하나님이 구상하신 교회는 서로 다른 점과 서로 다른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규정하면서 오늘날 ‘교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사람은 누구인지’, 다채롭고 조화로운 샐러드를 접시에 담아낼 방법은 무엇인지 살핀다.
“교회의 성공 여부는 첫째로 존재감 없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시적인 존재가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지만, 차이(성별·인종·세대·재산·거주지·학력 등) 나는 여럿의 하나 됨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고통도 놓치지 않는다.
이 책 한국어판 서문을 쓴 구약학자 김회권은 “본서는 오늘날 국가와 같은 권력 기관들의 우상숭배적 본질을 폭로하고, 그것들의 우상숭배적 일탈을 교정함으로써 완전히 새롭게 된 사회와 그 새롭게 된 사회를 이끌 수 있는 기독교를 창조하려고 한다”고 평한다.
정치 영역에서의 회심, 사회변혁을 일으키는 제자도를 앞세워온 저자는 2000년대 중후반기에 본지에서 지겹도록 언급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원서 출간 시점이, 저자가 진보적 기독교 월간지 〈소저너스〉를 재건한 지 얼마 안 된 1976년이라서 그런지, 가난·억압·부패·폭력·차별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방식으로 ‘섬김의 공동체’를 내세우는 예언자적 목소리가 더욱 날것처럼 다가온다.
지난해 제4차 로잔대회가 끝난 직후 ‘창조세계 돌봄’ 영역에서 활동하는 세계 그리스도인 100여 명이 곤지암에 모여 ‘국제포럼’을 진행한 바 있다. 나는 그 자리에 한 신학자를 인터뷰하고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해 갔다가, 멀리서도 느껴지는 생동감 있는 신앙과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은 그곳에서 4일간 나눈 예배와 교제를 4주간의 예배 형식에 맞춰 재구성하고, 일련의 작업을 부록으로 담아낸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복음과 제자도, 네트워크의 힘을 돌아보게 한다.
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