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80주년, 숨은 의인을 찾아서
[417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한 국가의 대통령이 사사로운 잇속을 좇고자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전쟁을 유도했다는 믿기 힘든 소식이 들립니다. 분단 한반도의 취약한 민낯을 마주합니다. 복상이 통일, 북한이탈주민, 평화 등 다소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주제를 힘껏 붙들고 있는 까닭입니다. 34년 전 “분단과 지역 감정의 상황에 일치의 복음”을 담겠다고 나선 복상의 창간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해방 80주년을 맞아 ‘역사’를 곱씹습니다.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는 유작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에서 역사의 가장 흥미진진한 모험 중 하나로 숨은 의인들을 찾는 것을 꼽습니다.
“옛 유대 전설에 따르면, 모든 세대마다 이 세상을 지탱하는 서른여섯 명의 의인이 존재한다. 그들이 있는 덕분에 이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이 누군지 모르며, 그들 자신조차 자기들이 이 세상을 멸망에서 구하고 있음을 모른다.”
이번 호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숨은 의인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지면에 담지 못했지만, 신원마을교회 최영규 목사(고양 복상지기)를 꼭 언급해야겠습니다. 올해 초 창립 10주년 예배가 열린 날, 그 작은 상가 교회는 평화활동가와 통일운동가들로 가득했더랬죠. 그간의 걸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신원마을교회와 같은 교회들이 뒤틀린 해방을 바로잡는 숨은 의인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복상이 창간된 후에 태어난 차에녹 인턴기자가 이번 호를 기획하고 이끌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유대 전설에 따르면, 그가 다음 세대의 의인 중 한 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범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