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야기
[418호 책방에서] 조 사코, 《팔레스타인》(휴머니스트)
가까운책방은 2017년 11월 문을 열었다. 코로나 때 잠시 닫았다가 올해 4월 새로운 곳으로 이전해 다시 문을 열었다. 주택가 한복판, 하루 종일 조용하고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가끔 옆에 있는 유명한 카페를 찾은 손님이 들른다. 손님이 별로 없다고 빈둥거릴 수는 없다. 신간도 찾아보고 입고된 책도 정리하고 포스에 입력해야 한다. 일은 끝이 없다.
책방은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다. 저자 초청 북토크도 하고, 작은 공연, 독서모임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이 된다. 지역에 의미 있는 문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올여름,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연이은 폭염, 갑작스러운 폭우. 삶이 전쟁이다. 진짜 전쟁 속에 사는 이들은 어떨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그칠 줄 모른다. 가끔 TV 보도를 보면 먼 곳 남의 일 같다. 미사일을 쏘거나 포탄을 퍼붓는 이들은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을 실감할까? 온갖 매체가 전하는 객관적 사실이 전쟁의 참혹한 현실과 인간의 비참한 삶을 얼마나 알려줄 수 있겠는가?
이 만화책은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저자는 1991년 말부터 1992년 초까지 약 3개월간 팔레스타인에서 지낸 경험으로 책을 썼다. 그곳에서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만나고, 허풍 떠는 사람들도 만난다. 그들이 겪은 일에 관심을 두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집에서 잠을 자고, 학교·병원·카페 등을 방문한다. 그러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하게 된다.
초판은 2002년 번역됐는데, 최근 개정판이 번역돼 다시 나왔다. 저자는 개정판 서문에서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하며 말한다. “오직 기도하기로는, 양 진영의 선량한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기를, 그리고 이 위태로운 벼랑 끝에서 물러나서 올바른 길을 찾기를, 오직 그것을 기도한다.”
옮긴이는 개정판 옮긴이의 글에서 수천 년 피학대자에서 수십 년 학대자로 바뀐 이스라엘인에게 성서 한 구절을 되새겨보라 말해주고 싶다고 적었다. 희년에 관한 구절이다.
“너는 일곱째 달 10일에, 사방에서 나팔을 불게 하라. 속죄의 날에, 너는 나팔을 네 온 땅 전역에서 불게 하여라. 너희는 50년이 되는 해를 거룩하게 하고, 그 온 땅의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선포하라. 그것이 너희를 위한 희년이다. 너희 각 사람은 각자의 소유지로 돌아가고, 너희 각 사람은 각자의 동족에게로 돌아가라.”(레 25:9-10)
이 구절은 늘 이스라엘 편에 서있던 ‘그 나라’의 독립과 건국을 상징하는 기념물 ‘자유의 종’에도 새겨져있다고 한다.
우리가 모든 사람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다. 이 책을 통해 다만 몇 사람 이야기라도 들으며 기억할 수 있길 바란다.
김신일
만화 같은 삶을 꿈꾸며, 대전 자양동에서 ‘책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생각합니다’가 모토인 그래픽노블 전문 서점 가까운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마당교회 담임목회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