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으로의 초대

[418호 책방에서] 김호경, 《예수의 식탁 이야기》(두란노)

2025-08-25     김주영
예수의 식탁 이야기 | 김호경 지음 | 두란노 | 15,000원

우리가 어떤 음식을 어느 자리에서 누구와 나누느냐는 그 사람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 책은 바로 ‘식탁’이라는 렌즈를 통해 복음서 속 예수님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저자는 성경 속 식탁 장면들을 단순한 배경이나 부수적인 사건으로 보지 않고, 예수님의 구원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으로 봅니다. 그 식탁 위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환대와 포용, 회복과 부르심이 담겨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수의 공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그분은 말씀만 전하신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는 자리’에서도 복음을 선포하셨음을 알게 됩니다. 세리와 죄인, 병자와 소외된 이들, 사랑하는 제자들까지 놀라울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한자리에 앉아 밥을 나누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예수님은 비난 대신 초대와 용납을, 심문 대신 위로와 격려를 건네셨습니다. 특히 “같이 밥이나 먹자!”라는 한마디는 단순한 식사 제안이 아니라, 삶을 회복시키는 구원의 초대였습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예수의 식탁을 ‘누구든지 올 수 있는 열린 식탁’으로 묘사합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디베랴 호숫가에서 제자들과 나눈 아침 식사처럼,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자리입니다. 지친 자를 먼저 살피고, 미리 준비된 빵과 물고기를 건네며, 침묵 속에서도 사랑을 전하는 자리. 바로 이 식탁에서 제자들이 위로받고 회복됩니다. 구원은 배제 없는 이 열린 식탁에서 벌어지는 ‘위로의 잔치’인 셈입니다.

특히 마음에 남는 것은, 저자가 식탁을 단순한 ‘먹는 자리’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식탁의 진짜 매력은 ‘상대방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물 한 잔, 밥 한 끼가 때로 길고 복잡한 설명보다 큰 위로가 되듯, 예수의 식탁 초대엔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랑과 배려가 담겨있습니다.

결국 이 책은 ‘환대’를 우리 삶에서 실천해보자고 권합니다. 환대란 나와 가까운 사람뿐 아니라, 나와 다르거나 멀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는 일입니다. 삭개오를 부르신 예수님의 용기이며, 디베랴 호숫가에서 제자들에게 아침을 차려주신 예수님의 따뜻함입니다. 우리도 그 식탁을 차릴 수 있습니다. 대단한 음식이 필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주변에 오랫동안 식탁에 초대하지 못한 사람이 있나요? 혹은 상처받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나요? 그들에게 따뜻하게 “같이 밥 먹자” 손 내밀어보세요. 한 끼의 초대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작지만 소중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게 할지 모릅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를 환대의 식탁을 여는 주인으로 부릅니다. 환대가 가득한 밥상이 차려질 때, 그곳이 바로 하나님 나라가 될 것입니다.

김주영
경북 구미 금리단길에서 기독교 문화공간 ‘책방 온유’를 운영한다. 이 작은 공간이 지역사회와 교회, 교회와 교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 고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