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다, 홈 ― 2030 청년들의 집 이야기

[418호 특집]

2025-08-30     김지만·박하영·정소리·김신휘
김지만, 박하영, 정소리, 김신휘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혹시 ‘렌트 제너레이션’(rent generation)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평생 임대 세대’라고도 하는데, 2030 청년 주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아, 꼭 부정적인 뉘앙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 세대에 인생의 필수 목표였던 ‘내 집 마련’이 지금 청년 세대에는 생애주기의 당연한 코스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고민과 감정, 전망과 선호가 뒤섞여 있습니다.

‘집을 장만하면 좋겠지, 장만할 수 있을까, 어느 세월에…’
‘아니라면 또 어때, 그보다 더 좋은 거, 중요한 것도 많은데…’

‘집’에 관해서, 또 ‘집’을 둘러싼 우리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놓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좌담이 성사되었습니다. 희년함께와 협력하는 교회(일산은혜·높은뜻광성·백향나무) 청년 네 분이 7월 10일 희년평화빌딩 1층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희년함께 활동에도 종종 참여했던 분들입니다. 좌담 진행은 희년함께 김재광 대표가 맡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서로 오늘 처음 만나시는 거죠?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김지만: 희년함께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어요.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신혼집을 구하고 있습니다.

정소리: 대학 3학년 재학 중이에요. 장학재단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데, (좌담 날짜 기준) 2주 전에 ‘계속 거주자’ 선정이 안 됐다는 소식을 들어서 새로운 거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박하영: 신혼 2년 차이고, 오는 11월에 출산 예정이에요. 신혼집 2년 계약이 곧 만료되는데, 아이도 태어나고 이사하는 게 좋겠다 생각해서 지금 알아보는 중이에요.

김신휘: IT 개발 프리랜서로 일하고, 서울 당산 쪽에 1인 가구 원룸에서 2년째 지내고 있습니다. mbti는 estj입니다.(웃음)

- 소개에서 집 얘기가 빠지지 않네요. 세 분이나 집을 구하고 계시다는 것도 절묘한 거 같고요. 첫 질문이랑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요. 지난 5년 ‘나의 주거 타임라인’을 소개한다면? 어떤 얘기들이 있을까요?

하영: 스무 살부터 자취했어요. 이제 10년째인데, 그동안 8개 집을 거쳐갔어요. 처음에는 학교 주변 월세를 전전하며 지냈어요. 한두 달 살고 나온 집도 있었고, 한 층에 화장실 하나 있던 집, 옆방 통화 소리가 다 들리는 집, 별의별 경험을 다 했죠. 이제는 집 보는 눈이 좀 생겼다고 할까? 수압 굉장히 중요하고요. 채광, 그리고 맞바람 치면서 통풍되는 집! 근데 100퍼센트 다 만족할 수는 없잖아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취해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들을 나누자, 이런 마인드가 생긴 거 같아요.

지만: 자취 7년 차입니다. 처음 집은 좀 급하게 구했어요. 소위 말하는 ‘관짝 집’이었는데, 보증금 3백만 원에 월세 30만 원 정도 냈던 거 같아요. 사실 자취 로망이 있잖아요. 가구나 집기랄지, 살림살이에 대한 취향. 그게 첫 집에서 깨졌어요. 3단 접이식 매트리스 펴니까 남는 공간이 없더라고요. 그다음 집은 약간 더 넓긴 했는데 겨울마다 화장실이 어찌나 추운지 들어갈 때마다 큰맘을 먹어야 했어요. 그 뒤로는 무조건 화장실 안 추운 데로 집을 찾게 되더라고요.

신휘: 2021년에 처음 살았던 데는 ‘관짝 집’을 딱 반으로 접은 정도의 방이었어요. 누운 자리 바로 옆에 있는 강화유리 가림막 너머로 욕실이 있는 구조. 급한 대로 회사 근처에 가격만 맞춰서 들어간 건데 보증금 5만 원에 월 50만 원 정도 냈어요. 거기서 1년을 살다가, ‘이제 좀 내 집을 찾아봐야겠다’ 싶더라고요. 마침 지인이 자기가 살던 원룸을 소개해주어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처음 이 집에 들어갔을 때 수압이 어찌나 세던지, 수도꼭지에서 콸콸, 처음 경험해본 수압이었어요.

소리: 제주에서 나고 자랐어요. 스무 살에 서울 와서 ‘탐라영재관’이라는 지역 학사에 처음 짐을 풀었어요. 그 뒤로 한국장학재단 기숙사, 학교 근처 셰어하우스, 롯데장학재단 기숙사 등을 옮겨 다녔어요. 지금 기숙사는 그래도 맘 편하게 있던 곳이었는데, 계속 거주 대상자에 포함 안 됐다고 하니, 부랴부랴 몇 군데 장학관에 지원해놓은 상태예요. 이제까지 제가 기숙사, 장학관 이런 데 많이 살았잖아요. 친구들이랑 밖에 있다가 헤어질 때, “나 집에 가”라고는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집’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거죠.

정소리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 타임라인에 이렇게 구구절절 사연이 많을 줄 몰랐습니다. 5년이라면 짧은 기간일 수 있는데, 이동도 참 잦았고요. 옮길 때마다 어떻게 다음 집을 찾고 구하셨나요? 집 구한 이야기도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신휘: 관짝을 반으로 접은 그 방에서 살 때, 어느 날 밤 자다가 쾅, 하고 큰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폭발음 같았어요. 깜짝 놀라 깨서 봤더니 욕실 가림막 강화유리 고정이 약해지면서 유리가 와장창 깨져 쏟아진 거였어요. 그때 한 방 먹은 느낌이었어요. 한숨도 못 자고 출근 시간은 다 돼서 수습을 미처 못 한 채 회사에 나갔는데 퇴근 후 돌아올 때 마음이 너무 무거운 거죠. 치우는 것도 일인데, 그보다는 제가 그런 방에서나마 그때까지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더라고요. 어떻게 하나, 이마저도 없으니 너무 힘들다 생각했어요.

그 뒤로 안 되겠다 싶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네이버 부동산에, 7평 기준, 그래도 최대한 회사 근처로, 중소기업 청년 보증금 대출 조건 등을 넣고 검색을 딱 누르면, 빛의 속도로 매물이 사라져요. 앞이 캄캄하더라고요. 그러다 교회 청년부 누나가 자기가 살던 원룸을 소개해주어 천만다행으로 집을 찾았죠. 공인중개사 통해 계약 조건 확인하고, 중기청 대출도 알아보니 챙겨야 할 서류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거 다 챙기고 한 달 만에 이사를 완료했어요. 결과적으로 잘 안착한 건데요. 돌이켜보니 하나하나 모든 게 낯설어서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행여나 저 사람이 날 속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염려가 따라다녔던 거 같아요. 정말 막막한 심정에 기도가 절로 나왔어요.

소리: 거의 학기 단위로 살 곳을 알아보는 거 같아요. 학교 기숙사는 2인실 월 40만 원이라 부담이 커서, 웬만하면 지역 학사나 장학관, 재단 기숙사 쪽으로 알아봐요. 중간에 들어가려면 지역 학사는 대기자만 100명 이상이에요. 장학관은 많아야 10명 내외로 뽑고요. 뭐 일단 넣어놓고 생각해보는 거죠. 부모님 지원 없이 주거를 알아보려면 다른 선택지는 잘 안 떠오르는 거 같아요. 자취…, 생각보다 많이 비싸요. 네이버, 당근 부동산에 검색해보면 보증금 1천만 원, 2천만 원은 기본으로 뜨거든요. ‘학생이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해…’ 창을 얼른 닫죠. 어찌어찌 친구랑 같이 모아서 사는 것도 기본 월세로 60-70만 원 들어가잖아요. 고작 알바나 과외를 해서 생활비 버는데 그마저도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지금은 지원할 수 있는 장학관 두 군데에 넣어놨어요. 거긴 월 10-15만 원만 내면 되더라고요. 다 안 되면 전에 살던 한국장학재단 기숙사 다시 지원해봐야죠. 거긴 학교랑 너무 멀어서 편도로만 1시간 반이 걸리니… 고민이에요. 혹시 모르니 다른 월세방들도 알아보는데, 반지하(×), 곰팡이(×) 최소 조건으로 일단 몇 군데 봤어요. 며칠 전에 본 방은 망원시장 한복판 건물 2층이었는데, 5평도 안 되지만 햇빛이 잘 드는 거 같더라고요. 다만 에어컨 배수관이 방 한쪽에 놓인 정수기 통에 연결돼 있었어요.1)

김지만 희년함께 활동가. ⓒ복음과상황 정민호

- 정말이지 만만한 게 하나 없네요. 어쩐지 집은 에둘러 얘기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여러 집을 겪으면서, 저마다 갖는 선호 또는 인상 깊은 경험들이 있으실 거 같은데요. 나한테 ‘좋은 집’이란 어떤 집인가요? 그리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좋은 집에 관한 경험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지만: 어디든 새집에 들어갈 때 설렘이 있거든요. 보통 이전 집에서 아쉬웠던, 힘들었던 점들을 개선하는 선택이 반영된 터라 일단 그 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죠. 이 공간을 어떻게 내 공간으로 만들어갈까 즐거운 상상을 해요. 두세 달은 기분 좋게 지내는 거 같아요. 어느 집에서는 도배도 직접 하고, 세면대랑 변기를 어찌어찌 알아봐서 제 손으로 설치한 적도 있었어요. 집주인이 안 해주더라고요. 그렇게 살림을 하나씩 차리고, 설비도 직접 손보고, 손때가 묻으니까 여기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신혼집을 알아보는 중인데, 첫 번째로는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구하자’, 그 마음이 제일 큰 거 같아요.

하영: 집에 사람들 초대하는 걸 좋아해요. 한때는 우리 집이 파티 룸이기도 했어요. 출입문이 주차장 쪽에 별도로 달려있어서 매일 그냥 열어놓고 지냈던 거 같아요. 친구들 오면 요리해서 같이 먹었는데, 그때 요리 실력도 많이 늘었고요. 요즘에는 곧 태어날 아이 생각을 제일 많이 해요. 자연스레 집 생각도 거기에 맞춰 따라가더라고요. ‘가족들 곁이면 좋겠다’ ‘언니 집, 엄마 집이랑 많이 멀지 않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집을 알아보고 있어요. 동네, 마을 생각도 같이하게 되더라고요. 아이가 자라는 시기에 경험하는 동네니까, 안정감을 느끼면서 친구들이랑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도 갖게 돼요.

신휘: 욕실 강화유리 깨진 집에서 교회 누나가 살던 집으로 짐을 옮긴 첫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북향인데도 창이 꽤 커서 그리로 햇살이 제법 들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그 햇살이. ‘이 집이 내 집이라니.’ 저는 제가 공간이 주는 안정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프리랜서로 생활 패턴이 전환된 뒤로 더 많이 체감하는 거 같아요. 전까지는 퇴근해서 잠자는 공간 정도로만 집에 머물렀다면, 이제 집에 있는 동안 안정감을 많이 느껴요. 요리도 전보다 자주 하고, 전등이나 세면대 같은 것도 고치면서 애정이 커진 거 같아요.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소한 것들, 따스한 햇볕, 아늑한 공간이 주어지는 그런 크기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아 맞다, 거기에다 수압!

김신휘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 안전하고 편안한 집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바람은, 누구나 품는 욕구일 텐데요. 마땅히 요구하고 누려야 할 권리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집값 폭등, 전세사기, 영끌 등으로 대표되는 청년 주거 현실은 갈수록 청년 세대 주거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 같습니다.

소리: 우리는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에 성인이 된 거잖아요. 자연스럽게 단념하게 된 거 같아요. 집 꾸미기 영상을 좋아하거든요. 그러다 가진 돈을 생각하고, 내 집 장만이 얼마나 걸릴까 계산해보다 현실을 자각하죠. 친구들이랑 만나면, “집 하나 있으면 좋겠다”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나” “굳이 사야 할까”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눠요. 한편으로는 한 집에서만 평생 사는 것보다, 10년 정도 살다가 새로운 집에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요.

신휘: 주거가 불안정할 때 진짜 세상에 혼자 놓인 기분이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자취 시작하고 한 달 만에 집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는 경험을 했어요. 아, 정말 숨만 쉬어도 50만 원씩 꼬박꼬박 나가는구나. 집은 삶의 여러 목표 중 영순위이지 않나 싶었어요. 근데 현실은 집이 뭔가 끝판왕처럼, 다른 목표 다 이룬 다음에, 그렇게 해도 얻기 힘든 무언가가 되어버린 거 같아요.

지만: 내 집 장만? 꿈같은 얘기 같다가도, 또 한편 ‘이게 왜 내 삶의 꿈이 되어야 하지?’ 생각이 왔다 갔다 해요. 당연한 줄 알았는데 너무 멀어지는 거 같아서, ‘불행하다. 결혼 못 하겠다’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집은 누구에게나 기본으로 필요한 거잖아요. 근데 구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니까, 포기해야 하나 싶다가도, 다시 간절해지는 거예요. 안심하고 오래 지낼 수 있는 집을 갖고 싶다는… 양가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박하영 씨. ⓒ복음과상황 정민호

- 한편으로는 간절해지는 마음. 희망 사항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는 2년 뒤, 4년 뒤, 8년 뒤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요? 어떤 집에서 살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내 집 타임라인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하영: 교회 안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더러 계셔서 한 번씩 얘기 나누거든요. ‘우리 모여서 같이 살아볼까’ ‘누가 건물 하나 사서 같이 살면 안 될까?’ 하나하나 맞출 것이 너무 많기는 하지만 같이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보죠. 재정 상태에 관심이 있어서, 서로 자문도, 조언도 해주고 그래요.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비슷한 사람끼리 아웅다웅 고군분투하는 게 응원도 되고 하더라고요. 달라지는 건 없어도 같이 고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어요.

음, 저는 2년, 4년 후에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꼭 서울이 아니어도 될 것 같아요. 최근 몇 달 거의 매일 사이트 들어가 찾아보고, 발품도 많이 팔았거든요. 진짜 하루 사이에 집값이 미친 듯이 올라있는 거예요. 서울에서 애 키우고 정말 살 수 있을까 싶었어요. 비슷한 시기 남편이 지방 발령이 날 수도 있다 해서 그쪽도 한번 알아봤는데 한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발령은 없던 일이 되고 다시 서울 알아보니 전보다 더 마음이 착잡… 낯선 곳으로 이주하는 게 힘든 일이고 외로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연 친화적인 곳에서 동네도 돌아다닐 수 있고,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면 다른 인프라나 교통 편의 정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어요. 집도 집인데 환경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소리: 지금 기숙사 있는 동네에 정이 많이 들었어요. 전부터 좋아했던 동네인데,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해요. 당장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지만 제 목표는 20대가 다 가기 전에 결혼해서 신혼집을 이 동네에서 얻는 거예요. 구축 빌라를 전세든, 월세든 얻어서 셀프 인테리어로 아기자기 꾸미며 살고 싶어요. 아, 거실이 좀 넓으면 좋겠다. 카페처럼 음료 만들어서 먹고 요리도 하고, 집에서 무언가 많은 걸 하면서 지내면 좋을 거 같아요.

지만: 희망 사항 얘기하는 거죠? 서울에서 여태 지내온 터라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지내고픈 마음이 있어요. 결혼한 뒤에 두 사람 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해야 해서, 신혼집은 서울에 있는 쓰리룸 정도면 아내와 함께 자녀를 키우면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둘이서 그런 소망을 놓고 얘기 많이 나눠요. 처음부터 집 장만은 못 하겠지만, 둘이서 아끼고 모으면 점차 빚도 갚아가면서 언젠가 우리 집 장만도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 기대도 하고요. 몇 년 후가 됐든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신휘: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만족해요. 그동안 이 공간에 애정이 많이 쌓인 거 같아요. 우선은 현재의 안정감을 계속 누리고 싶어요. 교회가 가까운 점도 특히 마음에 들어요. 이직·결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앞으로 몇 년간은 더 지낼 거 같습니다.

김재광 희년함께 대표. ⓒ복음과상황 정민호

- 이렇게 보따리 한가득 집 이야기가 많을 줄 몰랐어요. 더운 날이었는데 좌담 참여해주시고, 솔직하게 여러 얘기 나눠주셔서 감사드려요. 마지막으로 전하고픈 이야기 있다면요.

지만: 어디 가서 잘 꺼내지 않는 주제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 나눈 거 같아요. 공감이 많이 됐고 중간중간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왠지 모르게 힘을 얻는 느낌이었어요. 같이 고군분투하고 있구나.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모두 좋은 집, 편안한 공간 찾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런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꼭 필요하다, 교회가 그런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신휘: 사전에 질문지 받고 답변 준비하면서, 저의 모든 이야기가 안정감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걸 새삼 깨닫게 됐어요. 나를 이해하게 됐고, 위로도 받았어요. 한편, 전세사기 피해를 당하신 분들 생각도 많이 났어요. 평생 모은 돈과 보금자리를 한순간에 잃고 안정감을 빼앗겨버린 건데, 집에 애정이 생기고 나니 더욱 그분들 심정이 와닿는 거 같았어요. 지금도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제도의 허점이 하루속히 메워지면 좋겠어요.

하영: 교회에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분이 계셨어요. 그 어려움을 어떻게 다 헤아릴까, 나라면 뭘 할 수 있을까, 저도 덩달아 힘들더라고요. 집은 지치고 고단한 몸을 누이고 쉬면서 다시 충전하는 곳이잖아요. 그 공간을 갖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집을 기성세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좌담에 참여하면서, 우리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우리가 모두 안전하게 이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응원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소리: 신기했어요. 2주 전에 기숙사 계속 거주자 탈락 연락을 받고 심란했는데, 집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초대받다니. 지난 일주일 동안 고민도 많이 하고, 새벽까지 대출도 그렇고 여기저기 부지런히 알아보던 중이었거든요. 사실 제가 집을 정말로 좋아해요. 공간이 주는 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각자의 공간이 너무 소중하고, 저도 그런 공간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분들 이야기 들으면서 생각할 거리도 많았고요.


진행 김재광 희년함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