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누웠으면
[418호 내가 매월 기쁘게]
항상 궁금했습니다. ‘웃기고 앉아있네’는 왜 하필 ‘앉아있네’일까. ‘놀고 자빠졌네’는 왜 ‘자빠졌다’로 끝날까…. 웃기고 서있거나, 웃기고 누울 수 있지 않나요! 왜 이렇게 시답잖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이런 쓸데없는 고민이 주는 환기가 있다는 변명을 하고 싶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작은 구멍을 뚫어준달까요.
혹시 잠시 수긍하지 않으셨나요. ‘웃기고 누운 게 훨씬 좋겠네!’라고 말이죠.
‘바흐/바하 구분법’도 환기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바하핰.
사실 각 잡고 재밌는 글을 쓰려니 살짝 조바심이 나서, 쓸데없는 생각을 감히 이 소중한 지면에 늘어 놓았습니다. 얼마 전에 저의 ‘젊은’ 동료가 ‘나의 개그는 늙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순수한 눈망울로 공유해 주었거든요. 어쩌면 조바심이 여기서부터였을까요! 아주 나이스하게 해내고 싶은데 말입니다.
조바심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 주변인이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은데 우스운 이야기를 삼가라’식의 말을 들었다는데 괜히 마음에 찔렸거든요. ‘웃기고 싶은 적은 없었는데 살아남으려다가 웃기게 되었다’라는, 자주 듣는 코미디 팟캐스터의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저마다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헤아림을 얻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고 ‘안다’ 생각했는데, 모를 때가 얼마나 많던가요.
남이 들은 말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을 하다가 싱거운 소리를 늘어 놓았습니다. 크게 웃기지도 않았는데 이제 좀 눕고 싶네요. 아끼는 짤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복상 독자분들이 행복하시길 바라며….
배한나
웃긴 사람으로 비춰지고픈 반내향인. 기독교 단체를 맴돌며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다. 현재는 청어람ARMC에서 일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