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8호 에디터가 고른 책]

그림; 교회, 우리가 사랑한 / 이근복 지음 / 태학사 펴냄 / 19,500원<br>
그림; 교회, 우리가 사랑한 / 이근복 지음 / 태학사 펴냄 / 19,500원

눈으로 봤던 공간을 책에서 그림으로 마주하면 어쩐지 신기하다. 이 책에 첫 번째로 소개된 곳이 최근 산책하다가 만났던 구세군중앙회관이어서 반가웠다. ‘여기가 이런 곳인지 몰랐네. 다음에는 더 자세히 봐야지’ 생각하면서 이어서 나오는 예배당들을 더 살펴보기로 했다.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으로 활동하는 이근복 목사가 펴낸 《그림; 교회, 우리가 사랑한》은 한국의 예배당들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그는 2017년 11월부터 3년 반 동안 매달 두 차례 〈뉴스앤조이〉에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하면서 전국 72개 교회를 직접 붓펜 담채화로 그렸다. 서울부터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와 제주도 그리고 만주에 이르기까지 주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의 예배당들이 모델이 되었다.

교회마다 독특한 예배당 외관과 사연이 눈길을 끈다. 역사성이 남다른 교회들은 굴곡 많았던 민족 역사와 고난의 흔적을 품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 왔는지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북한강변의 용진교회는 헨리 나우웬 신부가 언급한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자신이 입은 상처를 통하여 생명과 평화를 심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 주민들은 힘들고 어려울 때 두 팔을 벌려 마을을 품고 있는 교회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름난 교회들만 선별해서 소개하는 게 아닐지 신경 쓰였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곳이라도 모든 교회 공동체는 저마다 역사와 사연이 있겠다는 (당연한) 사실을 곱씹게 되었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유명하지 않은 곳인데, 그곳만의 역사로 소개되는 교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저자는 각 교회 건물을 가장 아름다운 구도를 찾아서 그린 듯하다. 포털사이트 지도 검색 ‘거리뷰’를 통해 예배당 실물 사진을 보면서 저자가 어디쯤에서 그린 것인지 예상하며 다양한 각도로 살폈는데, ‘보는 맛’이 있었다.

이런 다짐도 했다. ‘나중에 여기에 소개된 교회 근처를 가게 된다면 직접 찾아가 봐야겠다.’ 그때는 책에서 봤던 교회를 내 눈으로 보면서 반갑고 신기해할 것 같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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