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호 에디터가 고른 책]
“둘째마저 조울증이 발병했을 때, 우리 첫째가 “드디어 우리 가족이 싸이코 패밀리가 되었네요”라고 했습니다. 마침 성이 고씨이기도 해서 말놀이 삼아 ‘psycho’라는 단어를 살짝 바꾸어 ‘psyKoh family’라고 새로운 말을 지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싸이코(psyKoh) 패밀리’라는 말은 두 아들 모두 조울증이 발병한 이후부터 우리 가족이 스스로 받아들인 정체성을 담은 표현이자 고씨네 가족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인 셈입니다.”
‘낙인과 혐오에 맞서는 역설적 선언’으로 시작하는 이 인터뷰집 내용은 부제가 잘 말해준다. ‘어느 조울증 가족이 정신질환과 동행하는 법’. 청년 복음화에 헌신한 고직한 선교사와 놀이학교를 운영했던 유아교육 전문가 김정희 원장이 조울증 진단을 받은 두 아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 풀어낸 투병과 회복, 치유의 이야기다.
고등학생 시절 노이로제와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남편과 우울증 및 경조증으로 대학 생활이 쉽지 않았던 아내의 에피소드부터, 두 아들을 정신병원에 17번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삶의 ‘지옥’을 겪은 이야기, 그동안의 일을 고백하며 유튜브 〈조우네 마음약국〉을 운영하게 된 사연, ‘상처 입은 치유자’로 비슷한 아픔을 지닌 수많은 사람을 케어하는 오늘날 사역에 이르기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의 지극히 현실적인 경험과 대응이 삶과 신앙에서 길어 올린 나름의 통찰들과 함께 펼쳐진다.
이런 스토리를 자신과 별 상관없는 문제로 치부할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27.8%, 1년 유병률은 8.5%이다.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하다못해 내 주변, 이웃의 이야기다. 나는 ‘정신적·정서적 약자를 품는 교회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품고서 이 책을 읽었다. 전 직장에서 고직한 선교사의 교회론 《정품교회 – 정신적·정서적 약자를 품는 교회》가 연재될 당시 일부 원고 편집을 맡은 적이 있어서다.
우리네 교회가 ‘정신적·정서적 약자를 품는 교회’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방법은 없다. 먼저는 더 많이 알려져야 할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거다. 그러면, 닫는 글(‘교회로 향하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에서 밝히듯 다음과 같이 고백이 흘러나올 수 있다. “인터뷰를 하는 시간은 도움이 절실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시공간이었으며,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계기였습니다.”
강동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