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호 월간 에디터의 도전]

〈복음과상황〉 400호를 기념하여 기자들이 특별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몰래 독자모임 참석하기’였는데요.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역 독자모임을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아쉽게도 1월에는 400호 기획과 취재로 여유가 없었고, 2월에는 연휴 일정으로 쉬어가는 독자모임이 많아 도전을 100%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독자와의 만남’으로 범위를 넓혀서 진행했죠. 복상 독자들과 기자들의 소소하고도 반가운 만남을 전합니다.

정민호 - 관악 독자모임 황재혁 지기

일정을 맞춰 독자모임에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2월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타이밍이 맞는 곳이 없었어요. 연락이 닿은 지기님들께는 ‘언제 한번 꼭 가겠다’는 약속만 건넸습니다. (조정연 지기님, 이연배 지기님, 유승범 지기님, 박진영 독자님 약속 꼭 지킬게요!)

얼마 전 관악 독자모임을 시작하신 황재혁 지기님께도 연락을 드렸는데요. 아쉽게도 2월 관악 독자모임은 쉬기로 했다고 하셨습니다. 언제 한번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기님이 식사라도 하자며 만남을 제안해 주셨어요. 독자모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황재혁 지기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둘이 관악구 어느 식당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티타임까지….

관악 독자모임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임입니다. 작년에 복상 후원교회인 ‘함께하는교회 예수마을’에서 교회 모임으로 시작했고, 작년 말 지역에 거주하는 다른 독자들도 올 수 있도록 관악구 지역 모임으로 전환됐어요. 지금은 6-7명 올 수 있는 모임이 되었다고 합니다. 교인이 아닌 분들도 참여하는 모임이 된 후로 달라진 점은 잡지를 읽고 오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에 관한 이야기 비중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황 지기님이 모임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같은 잡지를 읽고도 사람들마다 인상 깊게 본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이었어요. 잡지를 다 읽고 가도 누군가의 얘기를 듣다 보면 ‘그런 내용이 있었나’ 싶다고 합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글도 있고, 너무 길면 끝까지 읽지 못한다고 했어요. 그게 어떤 글이었는지는…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만났을 때 황 지기님은 저에 대해서 검색을 많이 해보고 오셨더라고요.(검색해도 나오는 게 별로 없는데 말이죠.) 복상 독자를 만날 때면 내심 우려하던 일이었는데, 한편으론 관심을 가지고 알아봐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어요.

저는 이날 여러 질문을 하면서 지기님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어색함 없이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복상, 신앙, 교회, 책…. 그동안 쌓아온 공통분모가 저희를 연결해주는 좋은 매개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이런 유대감이 사람들을 독자모임에 모이게 하는 한 가지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김다혜 - 박다혜 독자

“부끄럽게도 저는 워커홀릭입니다. 함께 도모할 ‘사업’이나 저에게 넘겨주실 ‘일거리’, 저를 적임자로 딱 떠올린 ‘사건’이나 ‘연구’, ‘회의’가 있다면 제게는 그것이 바로 선물입니다.” 이런 개업 초대 편지는 처음 받아봤습니다. (화환과 휴지는 미리 거절당함.) 복상 독자이자 인터뷰이, 필자로도 나오신 박다혜 변호사님이었지요.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1월 성북구 문턱에 법률사무소 ‘고른’을 개업하셨습니다.

좀 더 고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조하고 싶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건을 골라 맡겠다는 다짐도 있으셨다고. 그런데 다양한 일들, 미등록 이주노동자 과로사 사건을 만나면서 그 마음을 조금 내려놓게 되었다고 하네요. “유족인 배우자가 변호사 수임료를 낼 형편이 안 됐는데 제가 안정감이 없어서 사건 맡기를 주저하는 상황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잘난 척하지 말고, 날 찾아온 사건이면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래도 아직은 사건을 고르고 있지만요(웃음)”가 변호사님이 남긴 말.

서초동이나 광화문이 아닌 동소문동. ‘고른’이 위치한 길목은 대로도, 골목도 아니었습니다. 고른은 폐지를 줍는 어르신과 콩나물국밥집을 이웃해 있는데요. 변호사 사무실이 바로 옆이니 든든하다던, 콩나물국밥집 사장님과의 일화가 기억에 남네요.

고른은 일상 법률 교육 및 자문을 제공하는 소규모 세션인 ‘프로젝트 무사’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 오픈한 세션은 ‘전지적 ‘임차인’ 시점의 주택임대차계약 교육’입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어떻게 ‘최대한’ 안전하고 유리하게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는지, 임차인 권리를 보장하는 법 조항을 살펴보기도 하고, 주택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서 탐정처럼 살펴보기도 했지요. “조심스러운 건 전세사기를 당하신 분들이 몰라서 당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도 이런 정보가 필요한 분들도 적지 않기에 프로젝트 무사의 첫 세션으로 연 것”이라고 변호사님은 강조했고요. (‘법률사무소 고른’ 인스타그램 아이디: @grlaw2024)

소규모로 진행되는 이곳에서 변호사님 지인인 복상 독자 두 명과 가수 요조(!)를 만났는데요. 변호사님의 강의를 듣고, 각자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을 공유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했던 제가 임차권 정보제공 요청서 동의를 요구했더니 “집 보러 올 필요 없다”는 말을 수화기 너머로 들었던 경험, 계약이 만료되었는데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던 누군가의 경험, 박 변호사님이 공유해주신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와 협상(?)할 때의 목소리 톤과 돌려 말하기 기술 등등.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3요소잖아요? 계약 직전까지, 그리고 집에 살면서도 등기부등본을 ‘틈나는 대로’ 떼어봐야 하는 오늘날, ‘모두’를 위해 좀 더 안전하고 고른 법과 제도를 소망합니다.

이범진 - 3년 만에 만난 김영준 독자

오랜만에 독자모임을 했습니다. 제가 실은 서초/송파 복상지기거든요. 지금은 북토크나 특별한 행사를 할 때만 가동되는 모임이 되었는데, 3년 전까지만 해도 종종 모였어요. 그러다 함께 모이던 김영준 독자님이 셋째 아이가 생기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독자모임을 할 수 없었죠.

그러다 몇 달 전 김영준 독자님이 제가 사는 곳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이사 온 것을 알게 됐어요. 복상을 못 받았다고 연락이 와서, 제가 직접 우편함에 넣고 오기도 했지요. 사실 김영준 독자님은 복상의 예비 필자예요. 육아하면서 느낀 점을 비롯해 삶의 단상들을 블로그에 올리시는데, 정갈한 문장에 따뜻한 정이 압축되어있어 예의 주시하게 됐죠. 세 아이 육아를 맡은 아빠로서 코로나 시절을 보내는 이야기를 ‘어린이를 둘러싼 세계’(2022년 5월호) 때 받고자 했는데, 기획 단계에서 “육아에 내몰린 엄마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보류했던 기억이 나요.

4년 전 독자모임 때
4년 전 독자모임 때

아무튼 김영준 독자님과 오랜만에 만나서 육아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 비슷하더라고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자녀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나 미술학원 등 겹치는 동선이 많아서 앞으로 등하원길에 자주 만날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는 둘째가 “다정 언니랑 놀고 싶다”고 했는데, 미술학원에서 만났다는 그 언니가 바로 김영준 독자님의 첫째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언니의 아빠가 아빠 친구야” 하고 말해줬습니다.

아, 김영준 독자님은 다양한 형태의 이북을 만드는 프리랜서 편집자입니다. 복상 이북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언젠가 협업할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이름은 알지만, 다른 기자들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며 미안해하셨습니다. 보통 기사를 보고 기자 이름까지 확인하기는 어렵지요. 그런데도 조심스레 “정만호 기자님…”을 떠올려주신 게 그냥 재밌었어요.

강동석 - 김해·창원 독자모임

저는 당초 계획된 ‘몰래 독자모임 참석하기’에 성공했습니다.(한 군데 더 참석하려 했다가 실패한 건 안비밀) 줌(Zoom)으로 진행한 비대면 모임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제가 참석한 곳은 김해·창원 독자모임.

사실 김해·창원 모임의 특별함은 익히 전해 들었습니다. 햇수로는 10년 넘게 이어진 모임이라 그런 걸까요? 판사이신 류기인 지기님은 349호(2019년 12월) ‘그들이 사는 세상’, 올컬러판으로 나온 373호(2021년 12월) 창간 30주년 특별호 ‘5070 독자 탐방’에 인터뷰이로 나왔을 정도로 복상 식구들과 친밀한 독자시죠. 2023년부터 복상 이사로 함께하시는 이은주 이사님도 만나 뵐 수 있었어요.(모임 시작 전 근황 토크를 하시던 중 남몰래 들어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저를 곧바로 알아보시곤 웃음으로 환대해 주셨답니다.)

제가 갑자기 끼게 되어, 김해·창원 모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류기인 지기님이 안내해 주셨는데요. 코로나 이후 온라인 모임으로 바뀌면서, 현재는 지역을 초월한 모임이 되었다고 하셨어요. 이동탁 독자님 부부와 류기인 지기님 부부는 김해 진영에서, 이은주 이사님은 강원도에서, 이은화 독자님은 진주에서, 송성균 독자님은 창원에서 접속하셨고요. 저는 서울 영등포구 집에서 와이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참여했습니다.

모임은 근황 토크 후 잡지 읽은 부분에서 와닿았던 대목을 나누는 식으로 진행됐어요. 근황 토크를 하실 때 모두가 친근해 보여서 저도 모르게 “기습적으로 불청객이 찾아와 송구합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더니, 이날 진행을 맡으신 이동탁 독자님이 “청객입니다”라고 대꾸하시며 환하게 웃으시더라고요. 오랜만에 많은 웃음과 마주하는 화기애애한 시간이라 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2월호 마감 끝내고 거의 곧바로 참석해서, 1월호(398호 ‘분분한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돌아가며 말씀하실 때 귀를 쫑긋 세웠는데요. 2024년부터 본문 글자 크기를 키우고 훤하게 배치를 조정하는 식으로 종이잡지 내지 리뉴얼을 했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지 궁금했습니다.

류기인 지기님 아내분이신 홍지은 독자님이 시야가 좀 더 환해지고 읽는 게 딱딱하지 않아 문턱을 낮춘 느낌의 편집이 좋았다고 호평해주셔서 제 마음도 환해졌네요.(웃음) 모임 있는 날이면 관심 있는 콘텐츠들 위주로 먼저 동그라미 친 뒤 그것들부터 읽으신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수험생 학부형에서 졸업하게 되어 긴긴 육아를 벗어나는 시점에 다다르는 듯하여 ‘분분한 실패’라는 키워드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셨다고 해요. 마침 1월호에 실린 ‘그 사람의 설교노트’와 ‘내 인생의 한 구절’이 근래에 드리시는 기도와 관련 있는 지점이 있어서 위로받았다고 말씀해주셔서 기뻤습니다.

갱년기의 고민 가운데 위로를 받으셨다는 분도 계셨고, 설훈 목사님 인터뷰(다시 만난 세계)를 보면서 헌금과 관련된 한국교회의 좋지 못한 관행이 떠올랐다며 후원금에 대한 깊이 있는 말씀을 나눠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모두가 공통되게 말씀해주신 부분이 커버스토리 제목인 ‘분분한 실패’에 대한 것이었어요.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저마다 ‘실패’를 재정의하고 재해석하시는 모습이 저희가 편집할 때 의도했던 부분이기도 하여 뿌듯했습니다.

다들 진솔하게 각자의 삶과 생각을 터놓고 대화하시는 모습들이 무엇보다 좋았고요. 이동탁 독자님의 진행이 너무 스무드해서 놀랐네요. 1월호에 실린 ‘이한주의 책갈피’ 한 대목을 읽으면서 끝내시는 그 마무리까지 멋졌습니다. 다음 문장이지 않았나 싶네요.

“새해에는 작고 약한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나고 힘을 보탤 수 있기를, 그 만남이 새로운 사건을 만들고 그전과 다른 삶으로 나를 이끌 수 있기를 기도한다.”

부탁드리지 않아도 모두가 복상을 지인들에게 소개하시고, 직접 사서 선물하기도 한다고 하셔서 그 애정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주변에 복상 권하는 일이 생활화되신 분들 같아 깊은 감사를 느끼면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어요. 독자 및 후원자 유치를 위한 여러 아이디어도 받아서 며칠 뒤 직원들에게 공유했네요.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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