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호 잠깐 독서]

신학과 사회과학의 학제간 연구로 읽는 기본소득

한국교회, 기본소득을 말하다 / 야닉 판데르보호트 외 7인 지음 / 정미현 책임편집 / 새물결플러스 펴냄 / 20,000원
한국교회, 기본소득을 말하다 / 야닉 판데르보호트 외 7인 지음 / 정미현 책임편집 / 새물결플러스 펴냄 / 20,000원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와 의미를 살피고, 특별히 기독교 공동체가 신학적·실천적 측면에서 차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총 여덟 명의 국내외 전문 학자들이 진행한 신학과 사회과학의 학제간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이다. 개혁주의 전통과 여성주의 관점을 엮는 국제적 신학자로 이름이 높은 정미현을 필두로 국내 신학자들과 경제학자,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하는 벨기에 학자 야닉 판데르보흐트 등 탄탄한 필진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보편적 기본 서비스’, 즉 기본적인 구직 관련 복지 서비스의 대체품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 기본소득의 시행이 여타 공공 지출의 대규모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기적으로는 기본소득의 사회적 정당성과 정치적 타당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미래는 노동조합 및 사회민주 정당과 같은 핵심 주체들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336쪽)

‘집콕’하면서 둘러보는 종교개혁지

종교개혁지 탐방 가이드 / 황희상·정설 지음 / 세움북스 펴냄 / 25,000원<br>
종교개혁지 탐방 가이드 / 황희상·정설 지음 / 세움북스 펴냄 / 25,000원

코로나 3년 차, 해외여행은커녕 친구 만나는 일도 조심스러운 때, 종교개혁지에 평소 관심 있는 이는 물론 그냥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 모두 ‘집콕’하면서 유럽 여행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큼직큼직한 컬러사진을 실은 이 책은 종교개혁 역사 여행을 테마로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영국의 종교개혁 유산들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와 역사를 소개한다. 종교개혁지 탐방을 테마로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고 싶거나 자유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꿀팁’도 전수한다.

처음에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곳이 비텐베르크이고, 그 때문에 황제의 종교 회의에 반강제로 불려 갔던 곳이 보름스이며, 그곳에서 무사히 빠져나와 숨어 지내던 곳이 바르트부르크이다. 그런데 여행자 입장에서 동선을 짜려고 보면, 바르트부르크가 중간에 끼어 있어서 문제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소모적이므로, ‘공간순’으로 보름스 → 바르트부르크 → 비텐베르크 순으로 움직이거나 혹은 그 역순으로 움직여야 한다. (111쪽)

산업선교의 선구자 조지송 목사의 생애

조지송 평전 / 서덕석 지음 / 영등포산업선교회 기획 / 서해문집 펴냄 / 18,000원
조지송 평전 / 서덕석 지음 / 영등포산업선교회 기획 / 서해문집 펴냄 / 18,000원

‘산업선교의 선구자이자 노동자들의 벗’이라 불리는  조지송 목사(1933~2019)의 평전이 출간됐다. 3주기를 맞아 출간된 이 책은 조지송 목사의 생애를 정리하며 그가 우리 사회의 노동인권 향상과 민주화, 민중운동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 힘없는 노동자들을 섬긴 조 목사의 열정과 신앙을 만날 수 있다.

조지송은 눈물과 땀과 탄가루로 범벅이 된 식은 밥을 반찬도 없이 소금을 뿌려 입속에 떠 넣으면서, 교회가 이 비참한 삶을 모른다면 결코 한 사람의 광부도 구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곡괭이로 헬멧의 불빛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검은색 탄맥을 내리찍을 때마다 예수님이 당한 매질과 피 흘리셨던 그 처절한 고통이 느껴졌다.

“산업선교 하려는 목사들은 … 노동자들이 허리 아픈가, 얼마만큼 졸린가, 인격적으로 얼마만큼 수모를 당하는가 그런 것을 다 겪어보고, 그러고서 노동자가 쳐다보여야 한다.” (52-53쪽)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

평화의 나라 / 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 홍종락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20,000원
평화의 나라 / 스탠리 하우어워스 지음 / 홍종락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20,000원

‘기독교공동체주의’로 알려진 신학자 하우어워스의 기독교 윤리학에 대한 독특한 주제 및 방법론을 개론적으로 보여준다. 전작들에서 소개한 사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윤리적 삶을 형성하는 데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 중요하다고 짚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죽음, 부활을 통해서만 평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하면서, 도덕적 합리성의 내러티브적 성격, 도덕성에 역사적 공동체와 전통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하우어워스의 비폭력주의를 만날 수 있는 책.

그리스도인들의 과제는 역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나라의 삶의 방식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다. 이런 백성은 하나님 나라의 실재에 대한 소망을 결코 잃을 수 없다. 하지만 분명 그들도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폭력으로 빠르게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은 불의를 종종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불의를 결코 묵인할 수 없다. 그것은 이웃이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방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도 우리 이웃이고, 우리는 그들에게 저항하되 우리의 방식으로 저항해야 한다. 저항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죄와 불의에 버려 두는 일과 같다.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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