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7호 그림책으로 우리의 안부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관(世界觀)이 아니고 세계감(世界感)이다. 세계와 나를 온전하게 느끼는 감성의 회복이 긴급한 과제다. 우리는 하나의 관점(觀點)이기 이전에 무수한 감점(感點)이다.” 이문재 시인의 〈지금 여기가 맨 앞〉이라는 시집의 서문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관한 물음을 넘어,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그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점을 지니고 사는 일이 다행한 시절입니다. 유난히 봄이 아픈 사람들 곁에서 무심히 봄을 지나가기가 쉽지 않고, 애써 같이 아파한다는 모양새가 얼마나 공감을 일으키는지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가까스로 아픔의 목록들을 짚어가며 열람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만 같아 민망한 계절입니다. 그럼에도 매해 자신에게 새로운 다짐이라도 해야 해서, 나만 아는 몸의 어느 구석에 타투를 하듯 괴로운 글을 새기고, 아픈 그림을 헤집으며 한 계절 아픔을 고스란히 받아내곤 합니다.

구독안내

이 기사는 유료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 온라인구독 회원은 로그인을 해주시고 인증 절차를 거치면 유료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후원구독(월 1만 원 이상), 온라인구독(1년 5만 원) 회원이 아니시면 이번 기회에 〈복음과상황〉을 후원, 구독 해보세요.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