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나서 깨달은 십자가의 도, "비우면 행복하다"

   
▲ 이중표 목사는 예수를 제대로 모시려면 먼저 자신을 철저하게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신교회)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막 8:35). 예수님이 무리와 제자를 불러놓고 하신 말씀이다. 예수님의 말씀은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부활의 진수를 드러낸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 말씀대로 십자가의 길을 가셨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짧은 말을 그대로 따르는 참 제자, 참 신도의 길을 가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매일 삶을 돌아보며 뼈저리게 느낀다.

우리는 "주여" "아멘"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예수와 함께 죽지 못하는 '이유'가 많은 인생을 산다. 교인만 실패하는 게 아니다. 목사라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부끄럽게 하기 십상이다. 다만 직책이 높고 성경을 많이 알고 있다는 '장막' 때문에 목사는 자신의 나약함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뿐이다.

말하기는 쉽고 실천은 어려운 '별세신앙'

우리가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나를 죽이고 예수를 살리는 일'을 귀가 닳도록 강조하면서도 인간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이가 바로 이중표 목사(한신교회·67)다.

이 목사는 "예수를 제대로 따르려면 먼저 자신이 철저하게 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으면 그리스도와 함께 산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수와 함께 새롭게 사는 세상은 이전과 다른 '특별한 세상'(別世)이다. 이 목사는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천국을 맛보며 살자"며 자신의 주장에 '별세신앙'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나를 죽이고 우리 안에 예수를 모셔 이 땅에서 천국을 살자"는 이 목사의 말은 얼핏 들으면 달콤하다. 그러나 막상 실천하려면 그렇게 듣기 좋은 말도 아니고 따르기 쉬운 명령도 아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매일 자신을 죽여야 하는 쉽지 않은 결단이 전제된 말이기 때문이다. 한 번 눈 감고 삼키듯 일을 저지르면 끝이 아니란 말이다. 죽어서 천국 가려고 예수를 믿는 기복신앙인들에게 이 목사의 말은 부담스럽고, 이 목사는 귀찮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 목사가 30년 전 담석증으로 쓰러진 뒤 7년마다 입원과 수술을 반복하며 죽음의 고비를 네 번이나 넘기고, 최근에는 담관암 수술을 받으며 생과 사를 넘나들며 붙잡은 절실한 말씀이기 때문이다"고 진단한 이들이 있다. 그가 담임한 한신교회가 장년만 3000명이 모이고 1년 예산이 30억 원이 넘는 기장 교단에서 가장 큰 교회라는 점을 부각하는 신학자도 있다.

아들 줄 통장 버리고, 혈육 집착도 버리고

그러나 그의 말에 힘이 실리는 것은 삶이 기구하거나 그가 세운 업적 때문이 아니다. 간단하고 쉽지만 따르기는 어려운 별세신앙을 입으로만 떠들지 않고 몸으로도 실천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느 수준만큼 실천하고 있는지 부풀리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작년 말 이 목사는 별세신앙대로 살기 위해 '거지(巨智)선언'을 했다. 이 목사는 "중국을 여행하면서 '거지'라는 호를 하늘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크게 깨달았다는 의미에서 거지이지만, 거지로 살라는 뜻도 담겨 있다. 크게 깨달은 내용이 바로 제자는 거지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거지처럼 살라는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온전히 비워야 한다. 거지라는 호를 정하면서 그는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고 있다고 믿었다. 대형교회 목사지만 남 보기에도 검소하게 살았다. 수십 년간 병원 신세를 지면서 적지 않은 돈을 쏟았기에 남은 것도 별로 없었다. 이 목사는 다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여전히 "네게 있는 것을 바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아들 유학비로 쓰려고 마련한 통장.

그는 "아들이 유학 가면 학비를 교회에서 달라고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태줄려고 몇 년에 걸쳐 만든 통장이 있었는데, 그것을 바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통장을 헌금하고 나서 너무 감사해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평생 목사로서 한 해에 1억 원 이상을 바칠 수 있는 날이 와서 감사하다는 것이다. 이 통장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혈육에 대한 강한 집착, 부모로서 포기하기 힘든 욕망이 숨어 있었다. 그것을 놓은 것이다.

아프고 나서야 실천하니 다행

자기 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성경 말씀을 따르려 했다. "장롱 문을 열고 주께서 두 벌 옷을 갖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상고하고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그때 당시에는 갈아입을 두 벌로 충분했지만, 지금이야 철 따라 갈아입을 두 벌로 계산해 그 이외의 것은 다 정리하기로 했다."

이 목사는 이렇게 작은 것 하나까지 비우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우려 하니 얼마나 기쁜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고 털어놨다. 별세신앙을 주창하면서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은 모습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병들고 나서야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얼마나 큰 은혜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치료를 위해 방사선 치료를 30여 차례나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는 동안 걸을 힘도 없고 웃을 힘도 없었다고 한다. "교인들은 저더러 웃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웃을 힘이 없어 못 웃는다. 밤에 잠을 자려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털어놓을 정도. 올 해부터 설교는 부목사들이 돌아가며 맡고 이 목사는 요양하며 특별한 날만 강단에 오른다.

병이 주는 고통마저 이 목사에게는 감사 제목이다. "2시만 되면 자동적으로 일어나서 4시까지는 기도하게 되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는 혹시 모를 교인들의 호의까지도 철저하게 끊고 다른 목회자들에게 돌린다고 선언했다.

"내게 인사하고 싶은 사람 많이 있는 줄 안다. 내게 인사하고 싶은 사람은 편지를 써라. 나는 거지 목사, 거지 인생이 되었기에 내게 주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또 다른 많은 거지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거지 목사와 거지 인생들이 살아갈 길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참 성도란 교회에 나오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서 맛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별세의 행복을 맛보며 살려고 여기 모인 것 아닌가. 한신교회에 다닌다고 한신교인이 아니다. 저와 같이 별세의 은혜를 담아야만 한신 성도가 될 것이다. 오늘 주 안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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