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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화정감리교회의 2024년 4월 14일 주일 설교문(원제: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본문: 마태복음 3:1-12)이다.이틀 후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2014년 4월 16일은 부활절을 앞둔 수요일이었습니다. 세월호에는 우리 교회 학생인 예은이가 타고 있었습니다. 가라앉은 배에 있는 수백 명,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예은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배 안에서 죽어간 수백 명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 같았고, 오직 예은이 생각으로만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설교 노트
박인환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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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오랜 길벗, 초록나무가 강조했던 것처럼 “아픔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니, 그 낮고 작고 외롭고 연약한 자리에 계신 그리스도와 함께합시다.요즘 주일 성찬예배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문장이다. 그와 동행했던 시간을 지금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우리들의 이야기와 자리로 잇고 엮기 위한 간절한 고백이다.그의 별세 소식을 전달받은 때는 2023년 2월 4일 저녁이었다. 전쟁을 치르듯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녹사평역 근처 이태원 광장에서 서울시청 광장으로 옮긴 직후였다. 소식을 전하던 최
무브먼트 투게더
자캐오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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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갑자기 장례가 잡혀서요. 인터뷰를 미룰 수 있을까요?”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복음과상황 남양주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춘수 목사였다. 이 목사는 올해로 5년 차인 장례지도사다. 이날 늦은 오후에 만난 그는 흐트러짐 없는 머리에 로만 칼라를 하고 검정 양복을 입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그의 휴대전화가 자주 울렸다.24시간 운영되는 동네 주민들의 ‘서재’남양주시 별내동, 큰길에서 한 블록 들어오면 마주하는 주택가에 오롯이서재가 있다. 통유리창 너머로 책과 식물들이 보였고, 층고가 높은 내부 따뜻한 조명 아래 우드톤 가
뚜벅이 책방 탐방
김다혜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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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눈물이 나요? 아빠가 보고 싶어서요?”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희서가 아빠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는 엄마를 보고 한 말이다. 그 이후로 희서는 아빠를 찾지 않는다. 이제는 아빠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다섯 살이 된 예서는 가끔 아빠를 찾았다. “집에 아빠 있어요? 없어요?” “아빠는 왜 병원에 계속 계속 있어요?” 아직 죽음이라는 것을 모르는 예서는 아빠가 병원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죽음이란 친해지기 어려운 주제이지만 주님의 죽음을 우린 사랑이라 알고,
내 인생의 한 구절
이소영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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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 ‘로잔의 총체성을 추구하는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이 서울영동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체적 선교를 추구하는 한국 복음주의자들의 제4차 로잔대회에 대한 입장〉을 냈다. 입장문을 내기까지 1년여 과정이 있었다. 특별히 두 차례(10월 30일, 12월 18일)의 온/오프라인 집담회(consultation)를 열어 수십 명의 의견을 취합한 것이 눈에 띈다. 처음 집담회를 제안한 사람은 조샘 인터서브코리아 대표이다. 로잔운동의 이슈 그룹들을 비롯해 국제적인 모임에서 문건을 만들어온 방식을 가져온 것이다. 조 대표는 지난 1
로잔 1974-2024
조샘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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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월 20일 열린 ‘2024 아나뱁티스트 컨퍼런스’ 기조 강의로 발표한 내용을 수정했다. 다음 호까지 두 편으로 나누어 게재한다.산상수훈(산 위에서 주신 가르침)은 마태복음 5-7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 모음을 일컫는 별칭이다. 성경을 진지하게 연구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산상수훈이 예수님 말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주장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수님을 제대로 알고자 하면 이 말씀들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산상수훈은 혼자서 읽기가 쉽지 않다. 본문 의 성격이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여느 글들과 근본적
말씀과 따름
노종문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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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전쟁〉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 3월 12일 현재, 전국 주요 극장에는 이승만(李承晚, 1875-1965) 대통령을 재평가하자는 의도로 김덕영이 감독한 역사 다큐멘터리 〈건국전쟁: 대한민국의 탄생, 그 비밀의 문이 열립니다〉가 상영되고 있다. 2월 1일에 개봉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필름으로는 이례적이게도, 개봉 한 달 정도 지난 3월 11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가 114만 명(1,144,477명)을 넘었다. 이 기록은 현재 2017년 5월 25일에 상영을 시작하여 약 7개월이 지난 12월 15일에 최종 관객 수
20세기, 한국, 기독교
이재근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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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큰 답(이 답은 실은 우리가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를 무가치해 보이게 만드는 답이다)에 다다르기를 열망해야 하며, 그럴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 답은 우리 자신의 갈망, 분투, 내적 노력으로는 거둘 수 없는 열매이기 때문이다.― 칼 바르트,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말》예수는 우리의 영원한 대답이다.이는 그가 우리의 영원한 질문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어떻게 그를 없애야 뒤탈이 없을까?’ 대제사장과 율법학자들은 고민하고 있다. 예수를 제거하는
질문의 시간: ‘사이’에서 묻다
정다운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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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함께 떠올릴 결정적인 사랑의 기억이나 일생의 연인 같은 것은 없지만, 대신 갖가지 자투리 일상들이 스미고 짜이고 덧대어지는 중이다. 거기에는 글렌 굴드와 … 제쓰로 툴이 복원해낸 생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누벼져 있을 것이다. 언젠가 세상 끝 날 그 누빈 이불을 덮고 나는 나의 하느님에게로 가게 될까.― 이소영, 《별것 아닌 선의》(어크로스, 2021), 276쪽.그날, J가 왜 수업 시간에 교탁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불렀는지 그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날이 맑고 좋아서 혹은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가 치며 날이 우중충해서,
나의 최애들
박혜은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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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무력함을 느끼는 일이 뭘까.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감각해본 적 없는 감각, 눈앞에 성큼 다가온 죽음 앞에 놓이면 비로소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진실로 느낄 것이다. 무력감, 그 감각이 일상화되는 시공간이 곧 전쟁일 거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인적 드문 길 위를 달리던 9인승 밴이 멈추고 문이 열린다. 몸으로 운반할 짐만 챙긴 사람들이 빈 좌석을 채우기 시작한다. 밴은 두세 번 다른 목적지를 경유하며 승객을 다 태웠는데,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종종 멈춰선다. 파손된 도로, 끊어진 다리 때문이다. 지뢰 무
공간 & 공감
오지은
401호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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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400호를 기념하여 기자들이 특별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몰래 독자모임 참석하기’였는데요.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역 독자모임을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아쉽게도 1월에는 400호 기획과 취재로 여유가 없었고, 2월에는 연휴 일정으로 쉬어가는 독자모임이 많아 도전을 100%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독자와의 만남’으로 범위를 넓혀서 진행했죠. 복상 독자들과 기자들의 소소하고도 반가운 만남을 전합니다.정민호 - 관악 독자모임 황재혁 지기일정을 맞춰 독자모임에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2월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연
월간 에디터의 도전
편집부
400호 (202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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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로잔대회(2010) 신학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를 만났다. 그는 당시 케이프타운서약 작성을 주도하며 로잔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인터뷰는 2023년 11월 10일, 그가 KGMLF(Korean Global Mission Leaders Forum) 강연을 위해 머물던 경기도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약 14년 전, 그가 그렸던 로잔운동의 청사진에 비추어 오늘의 로잔운동이 지켜가야 할 가치에 대해 듣는 시간이었다.인터뷰는 본지 김종호 이사가 진행했으며, KGMLF에 참석 중인 조
로잔 1974-2024
크리스토퍼 라이트
400호 (202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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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월 30일 서울영동교회에서 열린 로잔너머 이슈 포럼 ‘평화’ ‘위기의 한반도, 평화 전환은 가능한가?’의 발표문을 수정한 글이다.평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국제 연대지난 70년을 통틀어 평화에 가장 절박하게 목마른 시기, 세계 그리스도인 ‘인플루언서’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면서 한반도에 모인다는 사실이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강한 책임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의 도전과 권면에 따라 저도 이 자리에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로잔 정신을 환영하면서도, 자칫 박제화 경향을 보이는 그 대회에 냉
로잔 1974-2024
윤환철
400호 (202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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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친숙한 제임스 K. A. 스미스는 캐나다 태생 철학자로 워털루 대학교와 엠마오 바이블 칼리지에서 공부했으며, 토론토 그리스도교학문연구소 석사학위를 받은 후 빌라노바 대학교 철학과에서 존 카푸토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취득 후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교에서 짧게 가르쳤고, 2002년부터 지금까지 칼빈 대학교 철학과에서 일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정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유럽 대륙철학을 기반 삼아 포스트모더니즘과 그리스도교 신앙 및 철학의 연관성을 탐구하고, 전례를 통한 영성과 인격 형성에 관한 뛰어난 업적
우리 시대 종교 사상가들과의 만남
김동규
400호 (202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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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어디에 있을 때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무더운 여름이었다는 것은 또렷하다. 그야말로 삼복더위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할아버지는 충청남도 조치원(현 세종시), 살던 집에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산골 깊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라고 하여 ‘안골’로 불리는 동네에서 사셨던 할아버지를 뵈려면 서울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조치원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탄 뒤 종점에서 내려 또 한 번 버스를 갈아타고 내려서 걸어 올라가거나, 마중 나오시는 큰아버지 트럭을 타고 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택시를 불러 타고
공간 & 공감
박진영
400호 (202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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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2일 대전의 낮 기온은 영하 12도였다. 이걸 정확히 아는 건 그날 성서대전에서 이태원 특별법 홍보 피케팅을 했기 때문이다. 성서대전 전남식 목사와 성심당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는데 10분도 안 돼 온몸이 떨렸다. 추운 만큼 시간도 더디게 흘러 지루함을 달래보려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다 요즘 무슨 책 읽느냐는 질문에 이르렀다. 전 목사는 며칠 전 《고도를 기다리며》(민음사)를 다시 읽었다며,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람이 마치 자기 같다고 했다. 그날 나도 《고도를 기다리며》를 다시 읽었다. 이 작품은 이렇게 끝
이한주의 책갈피
이한주
400호 (2024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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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링은 린치를 수반하는 증오 발화(hate speech)가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 여성의 저항이다.― 류진희, 《양성평등에 반대한다》(교양인, 2016), 142쪽.아침에 출근하면 지난밤 자기가 ‘새로’ 알게 된 정치 이슈 관련 지식을 늘어놓는 남자 직원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성 직장인의 토로를 들었다. 나만 당하는(!) 특수 사례인 줄 알았는데 너도 그래? (야, 너두?) 놀라워하며 어설픈 맨스플레인 시전하는 남직원 퇴치법을 간략히 전수해주었다. 일단 그 남직원이 평소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지 물었다. 기계? 자동차? 게임?
나의 최애들
박혜은
399호 (202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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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유대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니라. 예루살렘에 있는 양문 곁에 히브리 말로 베데스다라 하는 못이 있는데 거기 행각 다섯이 있고 그 안에 많은 병자, 맹인, 다리 저는 사람, 혈기 마른 사람들이 누워 물의 움직임을 기다리니 이는 천사가 가끔 못에 내려와 물을 움직이게 하는데 움직인 후에 먼저 들어가는 자는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됨이러라. 거기 서른여덟 해 된 병자가 있더라.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래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내 인생의 한 구절
유상희
399호 (202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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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크슈반트너(Christina Gschwandtner)는 독일 태생으로, 현재 미국 뉴욕 포덤 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존하는 유럽 대륙종교철학 연구자들 가운데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끊임없이 결과물을 내는 철학자다. 미국 드폴 대학교에서 장-뤽 마리옹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 영국 더럼 대학교 신학부에서 또 하나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Degrees of Givenness: On Saturation in Jean-Luc Marion》(주어짐의 정도: 장-뤽
우리 시대 종교 사상가들과의 만남
김동규
399호 (202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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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전체 이야기는 우주의 모든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화해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골 1:15-20). 그러나 많은 복음주의자들에게 ‘화해’는여전히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메시지가 아니다. 죄인을 위한 하나님과의 화해가 강조되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사람에게 주어진 화해의 사역은 충분히 강조되지 않는다(고후 5:17-20). 랭미드는 “화해는 우리가 그리스도교 선교에서 하나님과 협력할 때 성령의 역사에 대한 유용한 은유일 뿐만 아니라, 선교 전체에 대한 지속적이고 잠재적으로 지배적인 은유”1)라고 지적한다.이 글을
로잔 1974-2024
김성한
399호 (2024년 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