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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청 앞, 그 모순적인 공간국회 본청 앞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꽤나 아름답습니다. 여의도의 거대한 빌딩 숲이 그리는 스카이라인과 빽빽한 도시 속에서도 희소하게 펼쳐져 있는 드넓은 국회의사당 광장이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작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푸른 하늘을 여유롭게 감상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본청 앞이라는 공간이 그들에게는 일터로 들어가는 입구일 뿐이고, 고급 리무진 차량으로 오가는 국회의원들에게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볼 만한 곳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한 달간은 국회와 전혀 관계없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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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363호 (2021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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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직원들은 뭐든 말을 걸면 ‘고우 홈’으로 대답합니다. ‘굿모닝’ 하면 ‘고우 홈’, ‘이 사람이 아파요’ 하면 ‘고우 홈’, ‘배가 고파요’ 해도 ‘고우 홈’.한국의 공항에서 난민신청한 사람들의 하소연입니다. 난민협약과 우리 난민법에는 난민신청을 할 수 있는 사유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본국에서 인종, 종교, 정치적 견해 및 특정 사회집단(예를 들어, 성소수자, 내부고발자, 병역거부자 등)에 속한다는 이유로 박해받을 가능성이 있고, 국적국의 사법제도나 수사기관 등을 통해서도 아무런 보호나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즉 국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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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361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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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궁중족발 건물주 갑질과 자본에 맞서 투쟁하고 상가법 개정을 이뤄낸 서촌 궁중족발. 윤경자, 김우식 두 사장님이 얼마 전 홍은동에 새 가게를 마련했다. 서촌에 있을 때 디자인 그대로 새 가게에도 간판이 달려 있다. 그 아래에는 오픈을 축하하는 화환이 알록달록 서 있었다. 윤경자 사장님이 상가법 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1인 시위를 할 때, 매일 아침 따뜻한 커피로 연대했던 파리바게트 사장님의 화환도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LP판에서 이문세의 앨범이 돌아가고 있었다. 두 사장님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페인트칠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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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360호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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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자 이재학 PD의 죽음7월 22일, 투쟁이 끝났습니다.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CJB 청주방송(이하 ‘청주방송’)의 故 이재학 PD가 세상을 떠난 지 17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기뻐해야 할까요, 슬퍼해야 할까요. 먹먹함과 막막함이 교차했습니다. 이재학 PD는 동료 프리랜서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되는 부당해고를 당했습니다. 14년 동안 오롯이 청주방송을 위해 작품을 만들었던 헌신이 간단히 짓밟혔습니다. 회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눈 밖에 난 노동자를 거리로 내쳤습니다. 부당해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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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359호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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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출생신고를 못한, 한국인 아빠·난민 엄마의 사연의뢰인을 알게 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네요. 제가 일하는 단체는 주로 이주민들 중에서도 취약한 난민이나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등을 소송이나 신청 등 여러 방법으로 지원하는데, 작년에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태어난 아기의 출생신고를 못하고 있다는 한 아버지의 연락이었지요. 본인은 7년 전에 귀화한 한국 사람이고 아내는 A국에서 박해를 피해 일본으로 탈출했는데, 일본에서도 아내의 반정부적 활동이 발각되어 주일본 A국 대사관이 여권 갱신을 불허했다고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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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358호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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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김 사장님이 출소하던 날서촌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님이 2년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 출소날이었던 6월 6일, 옥바라지선교센터(이하 옥선) 동지들과 연대인들은 전날부터 모여 김 사장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전엔 사장님이 출소한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눈물이 난다는 건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다. 연대다. 사장님이 1심 국민참여재판 때 울면서 한 말을 기억한다.“그 공간이 없으면 우리 식구는 살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건물주는 보증금 3,000만 원 가지고 다른 데 가서 장사하라고 하는데 달랑 보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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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357호 (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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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프로젝트’의 출범(?)지난 4월, 종로의 한 카페에서 활동가 세 명이 만났습니다. 코로나 문제로 온 사회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활동가들이 무언가라도 기획하자며 모인 것이었지요. 각자의 의중은 조금씩 달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누군가는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프리랜서 동료를 보면서 당장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서사를 지나치게 부여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저로서는, 그러한 이유가 동력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불안전한 노동시장 문제는 고용보험 개선 등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보기에, 우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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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356호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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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지, 누구를 우리 사회의 안전망 속에 들일지 그 대상을 한창 갈라치기하던 즈음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는 한국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나선 이주민단체가 있었으니, 바로 난민공동체들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 난민공동체와 나이지리아에서 분리독립운동을 하는 비아프라 난민공동체, 그리고 코트디부아르와 수단,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난민공동체였습니다. 위 공동체 소속 난민 분들은 ‘난민신청’(‘난민인정’이 아님 주의)을 할 수 있도록 환대한 한국 사회에 보답하고 싶어 헌혈과 의료 자원봉사나 단체봉사활동을 할 지원자들을 모았고, ‘갓 블레스 코리아’라며 기도문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수백만 원의 성금을 모으고, 손수 만든 마스크까지도 기부했습니다. 기사에 실린 난민들의 사진을 볼 때, 비록 사진이었지만 유독 한 분의 눈을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제가 지원을 하다 끝내 난민불인정을 받고 난민재신청 과정에서 비자도 없이 취업불가 상태로 살아가는 분이 다 괜찮다는 듯 미소를 띠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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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355호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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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라는 단어의 의미를 국어사전이 아니라 사회에서 찾는다면 ‘실패에 동참한다’는 문장은 역설이 아닌 사실이 된다. 수많은 철거민과 약자들은 매일 실패하는 삶을 살고 있다. 법과 제도와 정치인이 이들을 외면하고 배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실패’의 사회적 시제는 완료상이 아닌 진행상이다. 이렇게 늘 진행 중인 실패에 함께한다는 것은 실패의 무게를 같이 진다는 것이다.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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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354호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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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은 10억, 20억의 주택 소유자를 어떻게 공정하게 통제할지에 집중합니다. 고가 주택가격을 잡아야만 정부 정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습니다. 언론에서는 10억짜리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다보니, 사람들도 그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집을 소유하는 것에만 몰두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10억짜리 주택에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은 몇 퍼센트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절반의 세입자, 그리 비싸지 않은 주택 문제 해결이 정부의 더 우선적인 역할 아닐까요? (이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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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솔
353호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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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위 여성들이 도망쳐 나왔던 같은 업소에서 또다시 몇 명의 여성들이 도망쳐 나왔다는 것입니다. 탈출한 여성들은 쉼터에 머물고 있지만, 혹여나 업주가 주소를 알아내어 자신을 붙잡으러 올까 봐 매일같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급해진 마음으로 여성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한국에 오게 된 과정, 한국에 온 이후 업소에서 겪게 된 끔찍한 상황들, 이를 견딜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취약함, 그리고 이를 악용하는 업주의 간교함과 악함….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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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352호 (2020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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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과 ‘투쟁’의 구분이 없고 현장과 교회의 구분도 없는 예배를 드린다. 십자가를 세운 현장이 교회가 되고 현장에서 외치는 ‘아멘’이 ‘투쟁’이 된다. 그렇게 하나님을 부른다. 누구보다 이 자리에 제일 먼저 와서 가난한 이의 손을 잡아야 하는 하나님을 부른다. ‘아멘’으로도 부르고 ‘투쟁’으로도 부른다.작년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예배 후 상인들이 차려 준 식탁에서 배불리 먹고 집에 가려는데 한 상인이 말했다. “고마워요. 다음 주에 또 봐요.” 기약 없는 투쟁의 시간 속에서 다음 주에 또 보자는 말이 따스우면서도 아팠다. 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현장이 해결될 때까지 우리는 함께 ‘투쟁’을 외치며 예배드린다. 하나님의 빈자리를 남겨 놓고서.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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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351호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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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인간은 참 묘한 동물입니다.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여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심지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도 서슴없이 저지르지만, 다른 한편으론 신념을 위해서 이름 없이 일생을 바치고 목숨을 내어놓기까지 하지요.그런데 여기, 세상의 잣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있습니다.목사이면서 농사를 짓고 그것도 모자라 유기농쌀라면을 트럭에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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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순
349호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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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회에는 협동하는 세상, 가난한 자와 몸이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과 부요한 사람이 함께 서로 돕고 나누는 세상에 대한 비전과 믿음이 있습니다. 우리의 눈과 손과 발이 두 개씩인 이유는, 협동하도록 지으신 그분의 놀라운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오늘 되새깁니다.하나님이 일하시니 우리도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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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숙
347호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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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산업선교회(이하 ‘영등포산선’)는 1958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노동자들과 함께해 왔다. 때로는 어용 노조 민주화 투쟁으로, 때로는 8시간 노동제 쟁취 투쟁으로, 때로는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자각을 일깨우는 교육으로, 그리고 다양한 소모임과 교양문화교실, 생필품 등의 공동구매, 노동자 금고와 공동주택조합 등의 협동운동으로 함께해 왔다. 그밖에도 투쟁 사업장 연대, 심리 치유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의 삶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지원하고 그 곁이 되었다.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시대에 맞게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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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경
345호 (2019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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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한국의 노숙인 문제는 그에 관한 연구와 세간의 주목, 그리고 각계각층의 정책적 지원과 온정적 손길이 적지 않게 이어져 온 분야다. 누구나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면 응당 해결에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인다는 의미다.(김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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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동
343호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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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정부 과천청사 근처로 등교하면서 데모하는 아저씨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디서 구름떼같이 잔뜩 몰려와서는 시끄러운 노래를 하루 내내 틀어놓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송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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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훈
341호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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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보금자리는 노숙인 지원 시설로 영등포산업선교회 산하 기관이다. 이곳에서 일하며 인연이 닿은 노숙인들의 삶을 기억하며, 햇살보금자리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김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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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호
339호 (2019년 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