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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유한한 인간에게 ‘아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아프고, 내가 아프지 않더라도 곁의 사람이, 혹은 곁의 곁에 있는 사람이 아프다. 세월이 갈수록 ‘아픔’은 익숙한 단어로 다가온다.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죽음’으로 귀결하는 삶을 타고난 생명에게 필연적으로 던져질 수밖에 없는 물음이다. 아픔 주변을 맴돌며, 거기로부터 생기는 질문을 진지하게 마주한 이들의 책을 소개한다.올해 2월 17일, 55세 생일을 8일 앞두고 세상을 떠난 김경아 작가의 유작. 미완성 유고를 남편 김종호 목
에디터가 고른 책
강동석
420호 (202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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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논쟁이 ‘역사 전쟁’으로까지 번지는 요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쓰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쯤에서 E. H. 카의 이름이 나와야 하지만, 내게 있어 역사를 가장 역사답게 정의한 사람은 한나 아렌트다. 그는 역사가를 ‘진주를 캐내는 잠수부’에 비유한다. 한국식으로 변주를 하자면, 전복을 캐는 제주도의 해녀가 1초도 소중한 그 바닷속에서 잠시간 한눈을 팔 정도로 반짝이는 진주를 발견했을 때! 전복 따는 것을 잊은 채 건져 올린 소중한 무엇은 지난한 시간의 침전 속에서도 살아남은 역사다. 시대정신을 뚫고 바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419호 (202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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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없이 사는 사람이 존재할까. 부채로서 빚을 이야기하든 은혜로서 빚을 이야기하든, 그리스도인에게 빚은 친숙한 주제다. 구약과 신약을 보면, 신앙 실천으로 빚 탕감을 논하기도 하고, 비유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교회에 출석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매 주일 ‘빚’에 관해 한 번 이상 언급할 수밖에 없다. 예수께서 기도를 가르쳐주실 때 말씀하신 대로라면, 우리는 이렇게 고백하는 셈이다.“우리가 우리 채무자에게 빚을 탕감해 준 것같이 우리 빚을 탕감해 주소서.”(《죄의 역사》)성경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이 고백이 단순히 죄에 관한 개인적 차
에디터가 고른 책
강동석
418호 (202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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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첫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 추기경 인터뷰집.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며 “정의에는 중립이 없습니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주십시오”라고 발언해 주목받기도 한 그는 ‘친교의 사람’이라고 알려져있다. 늘 만면에 웃음을 지으면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다.다큐멘터리로 그의 하루를 엿본 적이 있다. 스치듯 만난 바티칸의 정원사와 정담을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금 만나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진심인 신앙의 사람이다. 그의 말은 무뎌진 신앙을 일깨운다
에디터가 고른 책
강동석
417호 (202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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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묵상하는 목적은 말씀대로 살기 위함이다. 매주 설교를 듣고 매일 성경을 읽어도 삶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성경을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묵상과 적용을 해야만 삶이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정확한 개념과 방법을 아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 형식의 묵상과 적용을 소개한다. 이 중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면, 묵상에서 적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문제지가 있으면 해설지도 필요한 법. 무엇이든 처음에는 연습이 중요하다. 성경 옆에 이 책을 함께 두고, 묵상할 때마다 꺼내어 읽기를 추천한다
에디터가 고른 책
차에녹
427호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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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번 호 특집에 맞추어, ‘멸종’의 문제를 다루는 책 세 권을 골랐다.그리스도인인 저자는 “기후변화에 관한 한 가장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뉴욕타임스)로 불리는 저명한 기후과학자다. 그는 대중 강연을 해오면서 “공산주의자, 자유지상주의자, 미치광이, 요부 이세벨, 거짓말쟁이, 기후 숭배 제사장이자 적그리스도의 시녀” 등의 비난을 받아왔음에도 여전히 이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기후위기를 대하는 집단의 태도를 ‘각성’ ‘우려’ ‘신중’ ‘비참여’ ‘의심’ ‘무시’로 구분한 후, 일반인이 각자가 살아가는
에디터가 고른 책
강동석·이범진
415호 (202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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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것신약성서학자 박경미 교수 에세이집. 기후, 경제, 노동, 민주주의, 생태계 등 이 책이 살펴보는 위기는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이 뿌리박고 살아갈 장소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이다. 위기의 시대에 어떻게 장소‘들’을 복원하여 시나브로 평화를 쌓아갈 수 있을지 곧은 자세로 이야기한다.“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삶의 위기는 민주주의든, 경제성장이든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민중의 평화와 소박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내게 그 길은 항상 예수에게로 통하는 길이
에디터가 고른 책
강동석·정민호·이범진
414호 (202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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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다가, 다시 기독교극우 기독교 광풍에 질려 기독교책도 읽기 싫어졌다. 이런 때는 문학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염상섭의 《삼대》를 읽었다. 12·3 내란 때 국회로 난입한 이진우 전 사령관의 변호인이 한 말 때문이었다. “3대가 군인인데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응? 4대째 군대 가는 가문도 허다한 분단국가에서 3대가 군인인 게 뭐 그리 대수라고. ‘3대 신앙 명문가’ 같은 수사인가? 엉뚱하게도 그렇게 《삼대》를 찾게 된 거다. 기독교책을 피해, 오래된 문학작품을 골랐건만 크리스천 지식인의 인류애가 어떻게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정민호
413호 (202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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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까지만 해도 깊어져만 가던 정치에 대한 냉소를 단박에 거둬들이게 된 계기는 12·3 비상계엄이었다. 12월 4일 새벽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와 14일 오후 탄핵소추안 가결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말을 실감했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시국에 무엇으로 마음을 다스려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만난 이 책은 ‘내란 해독제’가 됐다. 주인공인 영국 그리스도인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1759-1833) 이야기는 스치듯 몇 번 들었지만 진하게 마주해본 적 없었다. 충실한 사료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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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
412호 (202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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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연루된 것들에 대한 성찰“이 글은 점점 약해져 가는 아버지와 동행하며, 아버지도 살고 나도 살기 위해 우리의 삶 속에 자기 뜻을 드러내시는 궁극적 존재를 찾는 나의 자구책이다.”자신과 주변 문제를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신학적 차원에서 성찰하고 가시화하는 책을 좋아한다. 이런 유의 책이 성공적으로 쓰였을 때는, 자기 삶에 대한 이해가 주변 삶에 대한 책임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금 사회적·정치적 책임으로 확장되는 사유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약해진 자들과 동행하는 삶의 해석학’을 부제로 달고 있는 이 책도 그랬다. 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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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
411호 (202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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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도서를 수집하고 싶을 때해가 갈수록 실거주 면적이 좁아지다 보니 책장도 줄어든다. 그나마 있던 책장도 한 칸 한 칸 자녀들에게 빼앗기고 이제 내 책은 몇 칸 남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책장에는 정말 좋아하는, 남 주기 아까운 책들만 남게 된다. 책꽂이는 점점 줄어들지만, 여전히 내게도 취향이 남아있다는 것을 뽐내기에 시리즈 도서만 한 것이 없다. 최근 출간된 ‘G. K. 체스터턴 탄생 150주년 기념 대표작 세트’를 예약 주문했다. 그중 《이단》은 국내 첫 출간이다. 새 책이 들어갈 틈을 미리 마련하면서, 체스터턴의 칼럼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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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진·정민호
410호 (202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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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정과를 따라 성경을 읽으면 3년 만에 전체를 일독할 수 있다고 한다. 거의 평생 주일마다 교회에서 설교를 들었으니, 한 번 이상 본문 전체를 접했을 수 있다. 그래도 수동적으로 듣는 것보다 주체적으로 일독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어딘가에 존재한다.이런 갈망을 채워줄 책을 발견했다. ‘빅 스토리 바이블’, 직역하면 ‘큰 이야기 성경’. 이 책은 성경의 전체 내용을 큰 맥락, 하나의 흐름으로 읽을 수 있도록 140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하나의 이야기와 전면을 가득 채운 일러스트가 등장한다. 300쪽
에디터가 고른 책
정민호
409호 (202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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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기 줄거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이야기가 어떻게 환대 및 연대로 이어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개가 예상되는 책을 만나면 내용이 진부할 거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관심 주제를 다룰 때는 좀 다르다. 예상대로 흘러가도 재밌고,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면 흥미롭다. 이 책은 예상한 방향대로 흐르되, 곳곳에 낯설고 참신한 해석이 들어가있어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룻기의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저자의 ‘설교 노트’가 실려있는데, 구약의 여러 이야기가 룻기와 연결되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설교 노트의 제목(소수자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409호 (202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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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공화당이 상원·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트럼프가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틀어쥘 가능성도 커졌다. 한 매체는 그의 귀환을 이렇게 평했다. “더 늙고 더 위험한 트럼프가 돌아왔다.”트럼프 당선에는 복음주의 교회도 상당 부분 기여했다. 2016년 대선 당시 백인 복음주의자 중 81%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번 대선에도 ‘복음주의자’ 과반수가 그의 편이었다. 2016년 트럼프 지지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복음주의’라는 이름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
에디터가 고른 책
강동석
409호 (202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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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편집하면서 가장 자주 하는 일 중 하나는 국어사전을 검색하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지 확인하고, 쓰임이 정확한지 점검해본다. 가끔 새로운 단어의 명확한 뜻을 알게 될 때는 뿌듯하다. 그런데 뜻이 쉽게 잡히지 않는 단어들도 있다. 의미와 쓰임이 너무 많을 때. 사전을 봐도 얻는 게 별로 없는 느낌이 든다.내게는 기독교 교리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이 가끔 그렇게 느껴진다. 교회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가 나열된 표지를 보고 이 책을 고른 이유다. 의, 복음, 용서, 생명, 십자가, 믿음, 은혜, 교제, 소망, 구원
에디터가 고른 책
정민호
408호 (202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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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에 연재된 ‘정원의 길, 교회의 길’이 책으로 묶였다. 뉴욕식물원 이성희 가드너의 식물과 영성, 그리고 신앙에 관한 이야기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만큼 기다렸던 책이다. 책은 기대 이상이다. 전반적인 내용 보완은 물론, 사진도 모두 컬러로 들어가 있어 연재 당시의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특별히 두 꼭지가 추가되었는데, 그중 ‘파송의 정원’은 그동안 편집자로서 갖고 있던 의문이 해소되는 장이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교회에 대해 평할 때, 흔하게 범하는 실수가 한두 교회를 간접 경험하고 교회를 다 아는 것처럼, 또는 언론에 비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408호 (202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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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은’ 책이 아니고 ‘고른’ 책이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내가 그동안 ‘에디터가 고른 책’에 썼던 글 중에서 가장 코너명에 걸맞은 글일 수 있겠다.나는 어릴 적부터 이 책과 같이, 허무한 세상과 인생 가운데서 삶의 의미를 묻는 책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금도 책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혀있는 《삶은 왜 의미 있는가》·《모든 것은 빛난다》 같은 책들이, 아직 남아있는 관심의 방향을 알려준다(이 책을 휘리릭 넘기다 《삶은 왜 의미 있는가》를 인용한 내용을 30쪽에서 발견했다. 역시 비슷한 결의 책이 맞나보다).과거에는 정
에디터가 고른 책
강동석
408호 (202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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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택배 기사로 일하는 것이 대수인가? 그건 아니다.“나 역시 단지 목사라고 택배(현장) 일하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나 되는 양 여겨지는 것이 탐탁지 않다. 상황에 따라 이중직, 삼중직 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목사라고 못할 이유가 뭔가?”그는 여러 이유로 택배 기사 일을 시작했다. 택배 일을 하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차곡차곡 글로 써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목사가 쓰는 택배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서 종종 기사 제목만 보고 클릭했는데, 이 연재 시리즈였던 적이 있었다. 택배 기사 시선
에디터가 고른 책
정민호
407호 (202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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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에 11시 예배까지 시간이 뜨면, 주일학교 예배에 참석하곤 한다. 주일학교 예배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순서가 아이들의 대표기도이다. 마이크를 통해 전해지는 음성이 정말 낭랑하다. 기도는 대체로 15초도 걸리지 않고 끝이 난다.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게 해달라는 기도부터, 전쟁 가운데 있는 아이들에게 평화를 주시라는 기도까지…. 아이들의 기도에는 공통점이 있다. 짧고 분명하다는 것. 거의 설교에 버금가는 일부 장로님의 대표기도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때때로 변명조로 핑곗거리를 나열하는 나의 비겁한 기도와도 다르다.‘오늘’을 겨냥하는
에디터가 고른 책
강동석
407호 (202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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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오감을 활용해 시편에 담긴 기도, 시, 찬양을 누리도록 안내하는 책. 만들기 및 신체 활동을 포함한 커리큘럼이 꽤 짜임새 있게 제시돼, 크고 작은 신앙 공동체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다. 저자는 메노미디어(MennoMedia) 출판사의 편집자로, 농장에서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기르며 어린이를 위한 평화 이야기를 써왔다.이 책은 대장간 출판사의 ‘어린이 대장장이 시리즈’ 중에 하나로, 《어린이가 만드는 평화》, 《어린이가 놓는 다리》, 《어린이가 붙잡는 사랑》에 이은 네 번째 책이다. 모두 교회학교 등에서 효과적으로
에디터가 고른 책
이범진
407호 (2024년 10월호)